'엉덩이뼈 썩음병'을 일으키는 최대의 원흉, ‘스테로이드’와 ‘술’
과거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고 흔히 불렀던 '대퇴골두 골괴사'는, 한마디로 골반뼈와 맞닿아있는 넓적다리뼈(허벅지뼈·대퇴골)의 가장 위쪽 부위인 대퇴골두의 뼈 조직이 죽어버리는 질병입니다. 30~50대 중·장년층 남성들에게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고관절 질환인데, 고관절(엉덩이와 허벅지를 연결하는 관절)의 혈액 순환 난조로 인해서 뼈 조직이 썩어 문드러지는 질환이기 때문에 '엉덩이뼈 썩음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퇴골두 골괴사는 국내 고관절 질환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굉장히 많이 발생되며, 초기에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충분히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면, 관절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위험성이 큽니다.
대퇴골두 골괴사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1. 부신 피질 호르몬제(스테로이드)를 오랫동안 장기 복용해서, 혈관에 지방 물질이 계속 쌓이면서(지방 색전(Fat Embolism))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2. 과도한 음주로 인해서 생긴 지방 물질이 동맥 경화를 일으켜서(지방 색전(Fat Embolism))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3.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선행 질환이나 고관절 탈구·고관절 골절 등 고관절 외상으로 인해서 뼈에 있는 혈관에 손상이 발생한 경우
4. 신장 질환·루푸스(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과 같은 결체 조직 질환·장기 이식(심장이나 신장)을 받은 경우·통풍·잠수병·방사선 조사·후천성 면역 결핍증(에이즈)·겸상 적혈구 빈혈증·고셔(Gaucher)병 등
학계에서는 부신 피질 호르몬제(스테로이드)와 음주가 대퇴골두 골괴사 발생 원인의 약 9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 무혈성 괴사 학회(ARCO)'는 일주일에 에탄올 400mL(소주 5병) 이상을 마시는 경우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했으며, 전체 대퇴골두 골괴사 환자의 약 30~40%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음주를 많이 하는 30~50대 중·장년층 남성들 뿐만이 아니라, 20대 젊은 남성들에게서도 쉽게 발병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라면 '신선 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선유후부가(仙遊朽斧柯))'라는 말을, '음주 놀음에 허벅지뼈 썩는 줄 모른다(주유후대퇴(酒遊朽大腿))'라는 말로 바꾸어서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음주를 많이 하게 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생겨난 지방이 혈액 순환을 방해하게 되어(지방 색전(Fat Embolism)) 결국 뼈가 괴사하는 것입니다. 국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연평균 환자 수는 약 1만 4,000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약 4배 가량 높은 발병률을 보입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22년)에 따르면, 고위험 음주율은 남성 21.3% 여성 7%이고 월간 폭음률은 남성 48.8% 여성 25.9%나 되기 때문에, 여성분들이라고 절대 안심하면 안 됩니다.
사실 '대퇴골두'는 신체 다른 부위들에 비해서 해부학적 구조의 특징 때문에, 혈액 순환 문제가 아주 쉽게 발생합니다. 성인의 대퇴골두는 많은 부분이 연골로 덮여 있고 측부 순환이 적습니다. 대퇴 내회선 동맥(Medial femoral circumflex artery)의 분지들 특히 외측 골단 동맥(Lateral epiphyseal artery)으로부터 주된 혈액 공급을 받는데, 연골하골(subchondral bone)로의 혈액 공급을 위해 동맥이 급격히 꺾여 올라가므로 혈액 정체 위험성이 높습니다. 또한 체중 부하로 인한 연골하골(subchondral bone)의 치밀도가 높아서 골수 내압 상승에 의한 혈액 순환 장애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발생한 초기에는 약간의 뻐근함과 통증(사타구니와 엉덩이의 묵직한 통증) 같은 증상만 나타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이후 점점 괴사가 심하게 진행되면서(괴사 부위 뼈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악화됩니다. 활동 시 악화되는 서혜부 통증을 많이 호소하며 둔부, 대퇴부, 슬관절부까지 통증이 확장되거나 파행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관절 관절 가동 범위 제한이 나타나며, 특히 외전과 내회전 제한이 심합니다. 괴사된 뼈 조직에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괴사된 부위에 골절이나 함몰이 발생하면서 고관절이 크게 손상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제대로 땅바닥을 딛는 것조차 힘든 통증이 발생합니다. 대퇴골두의 변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고관절 운동 범위가 좁아져서 양반다리를 잘 못 하게 되고, 괴사한 다리의 길이가 짧아져서 다리를 절뚝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한쪽에서 괴사가 발생하면, 50~60% 환자들은, 2년 이내에 양측성으로 발병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앓는 환자들은 각종 다른 질환에도 더 쉽게 노출됩니다. 괴사가 심각해져 괴사 부위가 골절되면 골두가 함몰되면서 퇴행성 관절염을 일으킵니다. 이로 인해서 보행에 큰 어려움을 겪거나 반복되는 통증으로 인해 심한 수면 장애(불면증)까지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ADHD 발병 확률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없는 사람에 비해서 1.5배나 더 높으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과 같은 위험한 심·뇌혈관 질환 위험은 7.7배나 더 높습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엉덩이뼈 주위 통증이 나타나면 척추(허리뼈) 이상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장년층이라면 엉덩이뼈가 아플 때 척추(허리뼈) 문제가 아니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일 가능성을 꼭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통증의 양상이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과 비슷해서 혼동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이 주로 엉덩이 뒤쪽에서 느껴진다면 허리 디스크, 골반 쪽이나 사타구니 쪽으로 통증이 몰린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고관절 굴곡 동작(자동차 운전석에 타거나 내릴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양반다리를 하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을 취할 때마다, 사타구니 통증 때문에 가부좌를 틀기 어려워지면, 반드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야 합니다.
임상 증상, 단순 방사선 영상(X-ray), 방사성 동위 원소(radioisotope) 검사,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등을 통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진단하며 그 중에서도 MRI가 병변 형태, 활액막 변화, 괴사 범위 측정 등의 유용한 정보를 많이 보여주므로 확진에 가장 도움이 됩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진행 정도는 주로 Ficat 병기에 따라 구분합니다. 0단계는 위험요소가 비록 있으나 증상이 전혀 없으며 X-ray와 MRI 결과 이상 소견이 전혀 없고, 1단계는 증상이 조금 있고 MRI에는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만 X-ray 결과는 이상이 없습니다. 2단계는 증상이 심해지고 X-ray 결과로도 대퇴골두 국소 부위의 골다공증과 낭성 변성이 관찰되지만 연골하 골절 소견은 아직 없으며, 3단계는 X-ray 결과 연골하 골절과 초승달 징후(crescent sign)가 보이고 대퇴골두 함몰이 명확하게 나타나지만 관절 간격은 아직은 정상입니다. 마지막 4단계는 X-ray 결과 대퇴골두의 붕괴 및 좁아진 관절 공간 소견(고관절 변형)을 보이게 됩니다. 1기와 2기까지는 적극적인 보존적(비수술적) 약물 치료와 물리치료 및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지만, 3기와 4기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통증이 극심해서 마지막에는 결국 인공관절 수술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양방 치료는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크게 분류됩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초기 단계인 경우에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주사 요법과 경구 약물 복용, 체외충격파 등과 같은 기본적인 물리치료를 시행하며, 괴사된 뼈 주변으로 혈류가 회복될 수 있도록 골내압을 감소시키기 위해 코어 감압 또는 경피적 천공 시술도 시행합니다. 수술적 치료로는 비혈관화 및 혈관화 골이식, 대퇴골 절골술, 줄기세포 치료 등이 있습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초기 단계를 넘어서 연골하 골절, 대퇴골두의 붕괴, 통증을 동반하는 골관절염으로까지 진행되면, 고관절 전 치환술(total hip arthroplasty, THA)을 시행합니다.
하지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흔히 발병하며, 젊은 환자에게 시행되는 THA(고관절 전 치환술)는 활발한 활동으로 인한 인공 관절 부품의 마모, 수술 후 보철물의 이완, 고관절 통증, 골 용해 등의 여러 합병증 등과 같은 이유로, 노령층에 비해 오히려 수술 실패율이 높은 편입니다. 또한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일련의 강도 높은 수술 과정들을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연령과 상관 없이, THA(고관절 전 치환술)는 최후의 치료 수단이며, 수술을 가급적 피하거나 혹은 수술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보존적(비수술적) 치료의 중요성이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양 의학에서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에 대한 비수술적 치료에 있어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 계열 양약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로바스타틴(lovastatin)과 같은 항콜레스테롤 계열 약물들도 스테로이드로 유발된 지방세포의 증가로 인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병리를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한의학적으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골비증(骨痺證)', '각기(脚氣)'의 범주에 해당되며, 이는 병리적으로 '기혈불통(氣血不通)'의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더해져서 발생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에, 환자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변증(辨證)하여 특정한 효능(어혈(지방 색전)을 최대한 풀어주고, 혈액 순환 기능을 개선(혈류량 증가)하며, 대사 산물(노폐물)을 배출(해독)하고, 칼슘 흡수를 촉진하며, 조골세포 수를 증가시켜서 뼈 손실을 최대한 억제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며, 고관절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리학적 효과)을 가진 '당귀(當歸)' '유향(乳香)' '몰약(沒藥)' '독활(獨活)' '속단(續斷)' '모과(木瓜)' '오가피(五加皮)' '골쇄보(骨碎補)' '황기(黄芪)' '홍화(紅花)'를 포함한 현대과학적 논문 근거를 갖춘 여러 한약 처방(본초학적 분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주로 활혈거어(活血袪瘀) 보신건골(補腎健骨) 행기지통(行氣止痛) 서근활락(舒筋活絡) 거풍습강근골(祛風濕强筋骨) 계열의 '도홍사물탕(桃紅四物湯)' '골괴사강복탕(骨壞死康復湯)' '보신장골환(補腎壯骨丸)' '독활기생탕(獨活寄生湯)' '보신익간활혈방(補腎益肝活血方)' '신기탕(腎氣湯)' 등 유명한 근골격계 질환 치료 및 재활을 위한 특정한 한약 처방)들을 중심으로 비수술적(보존적) 치료를 진행합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한약 치료에 대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의 최신 경향 분석-CNKI 검색을 중심으로(Research Trend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 Studies on the Herbal Treatment of Avascular Necrosis of the Femoral Head Using China National Knowledge Infrastructure Database)'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국내외 연구 동향 분석(Analysis of Domestic and Foreign Research Trends on the Korean Medical Treatment of Avascular Necrosis of the Femoral Head)' 및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에 속발한 대퇴 경부 피로 골절 환자에서의 보존적(비수술적) 한의학 치료 치험 사례(A Case Report of Conservative Treatment of Femoral Neck Stress Fracture Developed in Avascular Necrosis of the Femoral Head)' 등 최근에 발표된 수 많은 현대과학적 논문을 살펴보면, 임상 효능률(clinical efficacy rate), 치료 유효성(therapeutic effectiveness), Harris hip score(HHS), 고관절 기능 점수(hip function score), numeric rating scale(NRS), 혈액 검사, Ficat & Arlet, Association for Research Circulation Osseous(ARCO), Patrick test, 염증 수준, 산화 스트레스 손상, straight leg raising test(SLRT), five point likert scale, walking time, Oswestry disability index(ODI), 시각 아날로그 척도(VAS : visual analogue scale), range of motion(ROM) 등 다양한 평가 지표를 통해서, 비수술적(보존적) 한약 치료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치료에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임상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음이, 현대과학적으로도 충분히 확인되었습니다.
*칼럼니스트 황만기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를 졸업(한의학박사)했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를 수료했다. 서강대·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경희대 한의과 등에서 한의학을 꾸준히 강의했다. 현재, 국내 최초 키성장·골절·골다공증 특허한약(성장탕·접골탕) 기반 진료 시스템을 갖춘 황만기키본한의원에서 진료(대면+비대면)하고 있다. 아이누리 한의원 전국 네트워크 설립자&대표원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청담아이누리한의원·서초아이누리한의원에서 22년 동안 약 2만여명의 다양한 환자들을 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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