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못하는 형소법…강제처분 규정·수사권 정상화 시급
국가 강제력 행사 유형·요건 명확히 알려야 기본권 보호
새로운 범죄기법 대응 위해 수사기법 법률 반영 필요
흩어져 있는 강제처분 형소법으로 모두 모아 규정해야
체포나 구속, 수색과 압수 등 국가의 강제력 행사 유형과 요건을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잠재적 피의자·피고인인 국민에게 그 기본권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 수사기관에는 적법절차를 지키면서 증거를 수집하라는 것이며 법원에는 ‘법 보충’이나 ‘법 창조’를 고민하지 말고 수사기관의 일 처리가 법률에 규정된 대로 이뤄졌는지만 판단하란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행 형사소송법은 이미 국내 관련 법률은 물론이고 실무상 사용되고 있는 강제처분의 내용을 거의 담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법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고전이 돼버린 압수·수색 규정에 ‘정보’와 ‘정보저장매체’라는 단어 몇 개를 추가한다고 해서 현대사회 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 방법을 모두 규제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불가능한 발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어나고 있는 게 우리 형사소송법이다.
현대국가들은 대부분 형사소송법에 현대형 강제처분에 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새로운 수사기법인 주거 감청, 비밀수사요원 투입, 온라인수색, 원격 디지털 압수수색 등이 알려지는 순간 그 적법성의 요건을 형사소송법에 규정한다. 동시에 수사기관 강제처분의 근거를 마련해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권한의 오남용 위험을 차단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새로운 범죄기법에 대응하기 위한 수사기법을 법률에 반영하지 못하면 결국 그 수사 활동의 적법성 여부는 법원의 판결과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고 어느 수사기관도 자신의 수사가 적법하다는 보장 없이 수사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법치주의가 아닌 ‘법관주의’의 전형이다. 법관의 이러한 부담을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서라도 시급한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또 형사소송법이 아닌 법률들에 개별적으로 흩어져 규정된 강제처분들도 형사소송법에 모두 모아 규정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검사와 판사가 개정된 법률을 알지 못해 다른 범죄로 피고인을 재판하는 것 못지않게 어떤 강제처분이 어느 법률에 어떻게 규정돼 있는지, 어느 수사기관에 어떤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명시돼야 한다. 수사권의 경우 심지어 법원조차 확답하지 못하는 상태를 무슨 핑계로 정당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다양한 법률에 흩어진 강제처분 규정들을 형사소송법에 통합하는 작업은 미뤄서는 안 될 시급한 일이다.
정치에서 독립된 검찰만이 당파적 요청에 중립적인 검찰이 될 수 있다는 상식이 회복되고 사법경찰관·국가수사본부의 수사를 검찰이 법치국가적 규범을 근거로 감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사권 체계를 하루빨리 회복하는 것도 형사소송법의 가장 중요한 현안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사법경찰관의 수사에 대한 지휘, 기소권의 행사는 유럽평의회(CoE·유럽 국가간 협력기구) 80~90%에 달하는 국가들의 모습이다. 지난 2021년 발족한 유럽검찰은 모든 국가에서 검찰의 수사와 수사 지휘, 기소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퇴행적 법 개정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이미 역사적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검증된 제도를 제대로 세우는 일에 진력해야 할 때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이뤄진 형사소송법 개정,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았다.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는 학회, 법원, 수사기관, 변호사회, 기자와 평론가로 대표되는 국민대표 등이 참여해 소통이 강화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형사소송법 전문가들이 모인 학회와의 대화와 검토를 통해 민주와 법치를 왜곡하는 정치색을 걷어내고 국민을 위한 형소법 개정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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