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1분기 '내리막' 뚜렷…"성장률 0.1% 그칠 것" 전망도

지갑 닫혔는데 반도체도 덜 팔려…연초 경기 부진 선명
'1년째 0% 안팎 성장' 초유의 저성장 행진 경신할 듯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 초 한국 경제의 내리막이 우려보다 가파르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에 그친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우려가 현실화하면 경제 성장률은 4개 분기 연속 '0% 안팎'을 이어가게 된다. 사상 유례없는 저성장 국면이 전개되는 것이다.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산업 생산과 수출 실적이 예상을 밑돌면서 해외 분석 기관들은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춰 잡고 있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이 낮게는 0.1% 수준까지 내려갔다. 일본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노무라는 당초 0.6%로 봤던 한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을 최근 0.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가장 높은 0.5% 수준(전기 대비, 연율 2%) 1분기 성장을 예상한 JP모건 역시 수출, 산업 생산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한국 경제에 하방 리스크가 우세하다고 봤다.

BNP파리바는 1분기 성장률을 기존보다 하향 조정한 0.2~0.3%로 제시했다.

지난 1~2월 생산, 투자, 서비스 등 전반적인 내수 지표가 약세를 보인 데다 2월 반도체 수출 또한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는 등 경제 성장 속도를 늦추는 힘이 강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부 기관은 연초 경기 악화 조짐이 생각보다 뚜렷해진 탓에, 경기 대응 차원에서 4월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HSBC는 "1월 한국의 산업 생산 부진은 제조업 전반의 약세를 가리켰다"며 "반도체 수출 둔화를 보면 제조업 부진은 2월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의 감소 전환과 함께 건설 투자 부진 등이 계속된다면 1분기 성장률은 더욱 둔화할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은행의 4월 금리 인하를 포함한 정책 대응 강화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노무라의 경우 "한은이 5월,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한다는 전망을 유지하지만, 4월 인하 확률이 30% 정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 전망에서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로 전기 대비 0.2%를 예측한 바 있다. 만약 1분기 0.2%보다 낮은 성장세가 현실화하는 경우 연간 경제 성장률은 현재 전망치인 1.5%보다 뒷걸음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최근 시티는 올해 1월 산업 생산이 한 달 새 2.7% 감소한 점을 고려해,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0.2%포인트(p)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우려처럼 1분기 0.1~0.2% 성장에 그친다면 한국은 사상 초유의 저성장 행진 불명예를 안게 된다.

우리나라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0.2%) 마이너스로 떨어진 이후 3분기 0.1%, 4분기 0.1% 등 벌써 3개 분기째 0%대 안팎에 그쳤다.

만약 올해 1분기도 0.1% 성장에 불과하다면 4개 분기 연속 0.1% 이하가 된다. 또는 1분기 0.2%로 집계돼도 4개 분기 연속 0.2% 이하를 기록하게 된다.

이 같은 장기 저성장은 코로나19 확산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외환위기 당시에도 겪지 못했던 일이다.

지금껏 경제 성장률이 연달아 분기별 0.2% 이하를 나타낸 최장기간은 국가 경제가 부도 위기에 처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던 1997년 4분기(-0.6%)~1998년 2분기(-0.8%)로, 당시조차 1년이 채 안 됐다.

특히 한은은 올해 초 소비와 건설업 침체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수출 둔화, 트럼프 2기 관세 우려 등이 겹치면서 내우외환의 설상가상 국면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다만 1분기 성장 부진은 2분기(4~6월) 들어 회복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보는 기관들도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확대됐던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편성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했다.

씨티는 "한국은 1분기 정치 교착, 미국 무역 정책 불확실성, 경기 부양 제한 등으로 수요 회복이 지연돼 경제 회복이 부진할 것"이라면서도 "2분기에는 반도체 수출 회복, 추경 집행, 5월 대선 가능성 등에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