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美,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나

정미하 기자 2025. 3. 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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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기침체 ‘과도기’ 발언에
美 뉴욕증시, 10일 일제히 하락
실업률 소폭 증가·소비자 신뢰지수는 하락

미국 주식 시장 시가총액이 10일(현지 시각) 지난달 고점 대비 4조 달러(약 5832조원) 사라졌다. 취임 7주가 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했거나 관세 부과를 위협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주식 시장을 강타한 결과다. 여기다 트럼프는 폭스뉴스가 9일 방송한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트럼프는 9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을 예측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우리가 하는 일은 매우 큰 일이기 때문에 과도기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큰일이며 이것은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 연합뉴스

시장은 트럼프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묻는 말에 ‘과도기’라는 단어를 쓰자, 트럼프가 자신이 생각하는 큰 일을 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감수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가 중국을 언급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을 취하라도 독려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는

‘주식 시장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주식 시장을 보지도 않는다”며 “내가 할 일은 강력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100년 관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4분의 1로 움직인다”며 “지금 벌어지는 일들 덕분에 미국은 매우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물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트럼프의 인터뷰 방송 이후 “미국은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으나, 미국 증시는 폭락했고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장기적 접근 방식의 이점이 무엇이든 트럼프는 자신과 공화당의 미래를 손상시킬 수 있는 미국인의 잠재적 반발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관세 정책에 경기침체 예측 증가

트럼프가 경기침체를 부인하지 않는 발언을 내놓기 몇 주 전부터도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포함해 경제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변경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여파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월 실업률은 4.1%로 전월(4%)보다 약간 상승했고, 추가된 일자리(15만1000개)는 시장 예상(16만 개)보다 적었다. 또한 미국 경제 성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을 가늠할 소비자 신뢰도가 2월 들어 3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민간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한 달 새 7포인트 급락한 98.3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하락이다.

뉴욕증권거래소. / AFP 연합뉴스

이는 트럼프가 미국의 3대 무역 파트너인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유입을 늘렸다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로, 4월 2일에 관세가 발효될 예정이다.

시장에선 경기침체 가능성을 올려잡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을 연초 30%에서 40%로 높였다. JP모건은 “미국이 극단적인 미국 정책으로 인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9일 향후 1년 내 경기침체 확률이 15%에서 20%로 높였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행정부가 “훨씬 더 나쁜 데이터에 직면하더라도 정책에 전념”한다면 예측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낮췄다. 또한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해 2.7% 상승할 것으로 봤는데, 이는 이전 전망보다 0.2%포인트(P) 높다.

◇ 덤덤한 파월 의장 “美 경제 여전히 좋아”

트럼프 취임 이후 경기침체 위험이 이전보다 커졌지만, 미국 경제가 당장 경기침체에 진입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미국 경제 상황에 초조함을 느끼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일 시카고대가 주최한 행사에서 “불확실성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고 했다. 이어 최근 나온 경제 관련 부정적 지표에 대해서도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더 명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만한 좋은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파월 의장은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일만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정책의 광범위한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성장 및 기타 모든 일을 봐야 한다”며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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