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역사, 1983년부터"vs"패륜의 주검을 보리라"... 살벌한 4만의 추억[현장 메모]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친구가 될 수 없는 FC서울과 FC안양의 맞대결은 초반부터 살벌했다.
서울은 22일 오후 4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 안양과의 홈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균형은 후반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무너졌다. 후반 2분 서울 정승원이 린가드의 패스를 받아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안양 페널티 아크 정면으로 드리블하다가 수비와 경합 중에 넘어졌다. 그때 뒤에서 달려온 린가드가 자신의 앞으로 흐른 공에 오른발 슈팅을 한 것이 수비에 굴절돼 포물선을 그리며 안양 골문 상단 왼쪽에 천천히 꽂혔다. 서울의 1-0 리드.
이후로도 안양을 밀어붙인 서울은 쐐기골을 작렬했다. 후반 33분 린가드가 중앙에서 안양 박스 안 오른쪽으로 올린 공을 야잔이 안양 수비수 토마스와의 경합을 버텨내며 뒤로 내줬고, 루카스가 원바운드되는 오른발 발리슛을 안양 골문 왼쪽 낮은 구석에 꽂으며 2-0을 만들었다. 안양 최성범이 후반 추가시간 2분 만회골을 기록했지만, 리드를 지킨 서울이 안양과의 K리그 첫 맞대결을 승리로 가져갔다.
교통체증이 없을 시 상대의 경기장에 자동차로 약 30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서울과 안양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다. '연고 이전'과 '연고 복귀'라는 말을 앞세워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팀의 시간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을 홈으로 쓰던 안양 LG는 2004년 서울로 갑작스레 연고를 옮기고 FC서울로 이름을 바꿨다. 이에 안양 축구 팬들은 하루아침에 응원 구단을 잃은 바 있다. 그 팬들이 이후 9년 동안 결집해 한 목소리를 내며 만들어낸 시민구단이 바로 2013년 창단한 FC안양이다. 그렇기에 서울을 향한 안양의 마음은 고울 수가 없었다. 반면 FC서울은 단순 연고 이전이 아닌 연맹의 서울 연고 공동화정책에 따른 안양으로의 연고 이전과 서울로의 연고 복귀가 사실이라고 말한다. 두 구단의 의견 일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스포츠한국과 연락이 닿은 양 팀 관계자 역시 물러섬이 없었다. 서울 구단 측은 "FC서울은 프로축구연맹의 서울 연고 공동화정책에 의해 타의로 동대문운동장에서 안양으로 연고 이전을 한 것이며, 2004년에는 서울로 '연고 복귀'를 이룬 것"이라며 "이는 입장이 아닌, 연맹 자료에도 기재된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실제로 K리그에서 발간한 '한국프로축구 30년사'에 서울 연고 공동화정책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있다.
반면 안양 구단 측은 "안양의 서포터즈들은 2004년 2월2일에 발생한 '연고 이전'으로 한순간에 응원 팀을 잃었다. 팬들을 두고 떠났다는 행위 자체를 봐야 한다. 덜컥 남겨진 이 사람들은 무슨 잘못을 한 건가. 안양 시민과 팬들이 그 상실의 아픔과 분노를 겪으며 9년의 세월을 버티고 만들어낸 팀이 2013년 2월2일 창단한 FC안양"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설전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맞부딪힐 일만 남았다. 안양이 2024시즌 K리그2 우승으로 구단 역사상 첫 K리그1 승격을 이루면서 올 시즌 K리그1에서 서울과 최소 3번의 맞대결을 확정 지었다. 2017년 FA컵에서 서울이 안양을 2-0으로 꺾은 게 두 팀의 지금까지 유일한 맞대결이었으며, K리그에서는 이날 22일 경기가 첫 만남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유병훈 안양 감독은 "서울과의 경기는 선수단에게나, 팬들에게나 특별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팬들의 한을 경기력으로 승화시키면서도 냉정하게 경기하겠다. 울산과의 개막전 승리에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이날 보여주겠다. 상대의 이름 있는 공격수들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도록 끈끈한 수비 조직력으로 맞서서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안양이라는 팀의 정체성이나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 FC안양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당당히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데이 당시 안양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던 김기동 서울 감독은 "안양이 아닌 김천이라고 해도 경기에 많은 신경을 쓴다. 안양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이 쓰이는 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감독들의 반응은 결연함과 심드렁함으로 갈렸지만, 양 팀 팬들의 반응은 서로 뜨거웠다. 서울은 킥오프와 함께 북측 서포터즈 석에서 '1983'이라고 적힌 카드 섹션 응원을 펼쳤다. 1983년은 서울의 전신인 럭키금성 황소의 창단 연도. 1996년부터 2003년까지 안양에 연고를 잡았던 안양 LG 치타스의 역사마저 서울의 역사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이를 본 안양 팬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들은 킥오프와 함께 부르기 시작하는 응원가인 '청년폭도맹진가'의 가사를 개사해서 '저 북패의 주검을 보리라'라고 불렀다. 북패는 '북쪽의 패륜'을 줄인 FC서울의 멸칭. 안양 입장에서 팬들을 저버리고 북쪽으로 도망가 팀을 만들었다며 FC서울을 지탄하는 표현이다. 본래 상대 팀명이 들어가는 자리에 멸칭이 들어간 것. 경기 초반부터 이뤄진 양 팀의 신경전은 뜨거운 응원전으로 90분 내내 이어졌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공식 관중은 4만1415명에 도달했다. 증오의 역사가 만든 대결전이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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