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 뗀 미·러, '우크라 종전' 본격 시동…협상팀 구성 합의(종합2보)
[서울=뉴시스]신정원 김예진 기자 = 미국과 러시아는 1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마주 앉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한 달여 만이자, 우크라이나 전쟁 3년(2월24일)을 앞두고서다.
미·러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면서 종전 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유럽은 물론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까지 사실상 배제된 모양새여서 최종 합의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미러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디리야궁에서 4시간 30분 동안 회담을 진행했다.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와트코프 중동 특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러시아 측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담당 보좌관,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했다.
의제는 우크라이나 종전 및 미러 정상회담 준비, 전반적인 양자 관계 개선 등이었다.
▲양측 회담 '긍정적' 평가…러 "美, 우리 더 잘 이해"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 측이 우리의 입장을 더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는 매우 유용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모든 문제에 대해 매우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며 "양국 입장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르지만, 양측은 서로의 이익을 고려하기로 합의헀다"고 밝혔다.
드미트리예프 CEO는 양측이 서로를 대등하게 존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양측이 소통을 시작했고 서로의 말을 경청했고 대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러 고위급 협상단 구성…대사관 복원
태미 브루스 미 국부무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분쟁을 장기적이며 지속 가능하고,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가능한 한 빨리 종식시키기 위한 고위급 (협상)팀을 지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상대국 대사관 인력을 복원하며 긴밀한 관계와 경제 협력을 모색하는 등 3가지를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소통을 위한 외교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워싱턴과 모스크바에 있는 상대국 대사관 인력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양국 대사 임명과 함께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협의 재개"와 "호혜적인 경제 협력을 가로막는 인위적인 장벽 제거" 등 미러의 광범위한 협력을 위한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양국이 잠재적인 경제 협력과 에너지 가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 평화유지군 반대…"사실상 나토군"
러시아는 유럽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배치에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평화유지군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의 대안으로 논의돼 왔다. 전후 휴전 감시,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을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사실 유럽 내에서도 이견이 있고, 미국은 이미 미군 파견을 배제한 상태다.
라브로브 장관은 이 방안은 사실상 나토군이 배치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 국가의 군대가 유럽연합(EU)이나 다른 국가의 깃발 아래 배치되더라도 맥락상 변하는 것은 없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나토로 끌어들인 것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도 비판했다.
▲러,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요구…"젤렌스키, 정신 차려야"
라브로프 장관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모라토리엄)"을 요구했다. 그는 이런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회담 중 우크라이나군이 크로프트킨스카야 원유 수송 시설을 공격한 것을 비난하며 "젤렌스키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러 정상회담 언제 열리나…美 "이달 내" vs 러 "더 걸릴 것"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달 내에 만날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아마도"라도 답했다.
그러나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국 정상 회동 날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양국 대표단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지만 다음 주에 열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사우디 방문 연기…사우디 "우크라 제외 우리 뜻 아냐"
이번 회담에 초대받지 못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사우디 방문을 하루 앞두고 돌연 연기했다. 항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통화했으며 방문 일정을 3월10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제외된 것은 사우디의 뜻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회담에 참여하길 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美, '유럽 패싱' 진화…한편으론 대러 제재 해제 압박
루비오 장관은 회담 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EU 외교장관과 미러 회담 결과에 대해 브리핑했다. 유럽 패싱 논란을 진화하는 한편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부과한 서방의 제재 해제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대러 제재를 가한 것은 미국 뿐만이 아니라며 "EU도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패싱' 논란과 관련 지난 17일에 이어 19일 파리에서 2차 긴급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aci2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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