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⑮ 등산 동행(同行)-고행 즐기는 교감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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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산을 함께 타는 것을 즐기던 지인이 들려 준 우스갯소리로 얘기를 열어보겠습니다.
친구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는데, 가장 하급이 술친구요, 중급이 목욕 친구이고, 최상급은 함께 점 보러 가는 친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구분하고 볼 때, 함께 등산을 즐겨하는 친구는 적어도 점 집에 같이 가는 친구에 버금가는 사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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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산을 함께 타는 것을 즐기던 지인이 들려 준 우스갯소리로 얘기를 열어보겠습니다. 친구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는데, 가장 하급이 술친구요, 중급이 목욕 친구이고, 최상급은 함께 점 보러 가는 친구라는 것입니다.
구분의 기준은 자신을 숨김없이 얼마나 많이 드러내느냐는 것입니다. 술친구는 고주망태 술에 취해 분별심을 잃는 경우가 아닌 한 자신을 드러낼 일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목욕 친구는 적어도 벗은 몸을 보여줘야 하니 술친구보다는 급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점을 함께 보러 가는 친구는 어떨까요. 제대로 된 점괘를 얻기 위해 과거사나 고민거리를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낱낱이 까 보여야 하니, 허물없이 막역한 사이가 아니고는 점집에 동행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구분하고 볼 때, 함께 등산을 즐겨하는 친구는 적어도 점 집에 같이 가는 친구에 버금가는 사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등산 친구는 우선 하루 종일 울퉁불퉁 산길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자의적 ‘고행’을 즐겨야 합니다.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배려가 필요하고, 여차하면 배낭을 통째로 내 어깨에 추가로 얹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챙겨간 먹을거리도 내 것, 네 것 구분이 없습니다. 야생의 꽃이나 나무와 동물을 대하는 자세, 산에서 쓰레기를 처리하는 모습 등을 통해 인격까지도 가늠할 수 있게 되고, 본인이 먼저 솔선수범함으로써 상대방을 감화시키기도 합니다.
철마다 산이 연출하는 풍경과 정취에 함께 취하고, 장시간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수많은 얘기를 나눠야 하니 등산은 세상살이 지혜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가장 진솔한 반려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산에 즈음해서는 험산을 함께 넘어섰다는 뿌듯함에다 긴 시간 곁을 지켜준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 등등, 수많은 감흥이 교차하면서 서로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서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요즘 중·고등학교를 비롯한 학교 현장에서 ‘사제동행(師弟同行)’이라는 이름 아래 단체로 스승과 제자가 함께 태백산이나 설악산 등지를 등산하는 현장 학습 사례가 생겨나는 것도 체력과 극기 정신을 기르는 것 외에 등산의 이같은 자연친화적 교감 효과를 높이 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산이 끝난 뒤에는 사진이나 기억을 통해 추억까지 공유하게 되니 이미 산을 함께 탔다는 것으로 나는 그대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러하니 그 옛날 백아(伯牙)와 종자기(鐘子期)의 우정처럼 그대와 나는 산에서 지음(知音)이 될 만한 친구입니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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