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다칠 각오하고 유치원 보낸다" 이상한 부모들 아닙니다

이주영 2025. 1. 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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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비행기 18호 ②] 덴마크 스코벤스 숲유치원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 봅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는 2025년 1월 14일부터 22일까지 스코벤스 숲유치원, 트레크로네르스콜렌,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콜레, 류슨스틴 고등학교 등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편집자말>

[이주영, 이병한 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사진은 유치원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 이병한
"아이가 유치원에서 좀 다친다 해도 부모들이 연락해서 물어보지 않는다."

덴마크 스코벤스 숲유치원의 쇠렌 에밀 마케프랜드(Søren Markeprand) 원장이 한국인들을 만나 자신있게 건넨 말이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아이들은 다치면서 큰다'는 철학에 동의하며 자녀를 맡기므로, 아이의 몸에 조금 상처가 났다고 해서 유치원에 전화를 거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부엔 CCTV도 없다. 학부모들은 교사들을 신뢰하며, 교사들도 부모들이 믿고 아이를 보낼 수 있도록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각)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덴마크의 경우 전체 유치원의 10% 정도가 숲유치원이다.

코펜하겐 외곽 겐토프테시에 있는 이곳은 2024년 봄 개원한 공립형(지자체 지원 및 관리) 숲유치원이다. 나루트스테이션(Naturstationen), 오르드럽 후스(Ordrup Hus), 스코후세(tSkovhuset) 등 총 3개 시설로 나눠 운영 중이다. 만 4세~6세 총 100명의 원생이 다니고 있다. 원비는 지자체에서 70% 보조금을 지급해 부모는 70만 원 정도 부담한다.

꿈틀비행기 참가자들은 3개 시설 가운데 오르드럽 후스(1개 그룹 22명)와 스코후세(2개 그룹 약 40명)를 둘러봤다. 직접 일행을 인솔하며 일과와 커리큘럼을 설명한 쇠렌 원장이 가장 강조한 건 '몸으로 경험하기'였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 몸의 감각으로 체득하고 깨닫는 게 훨씬 더 기억에 남으며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약간의 상처를 감수해야 한다는 판단에도 이같은 배경이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가 숱하게 넘어지며 균형을 잡고 걷는 법을 터득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와 인내를 스코벤스 숲유치원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쇠렌 원장은 "교사들은 아이들을 지켜보되 옆에서 가만히 있는다. 자유롭게 놀도록 한다"며 "그래서 부모들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다칠 각오를 하고 보낸다"고 설명했다.

비 오나 눈 오나 매일 야외활동... 이것 또한 배움의 과정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사진은 유치원 교실이 마련된 건물.
ⓒ 이병한
실제로 한 아이는 자기 상체보다 긴 나뭇가지를 든 채 야외 곳곳을 휘젓고 다녔고, 또다른 아이는 친구들 어깨를 살짝 부딪히며 지나다녔지만 저지당하지 않았다. 무리에서 어울리다 넘어져도 웃으며 일어나 하던 놀이를 계속했다.

교사들은 원생들이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 아닌 이상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에서 온 어른들이 더 불안해하는 듯했다. 한 참가자는 "저렇게 큰 나뭇가지를 가지고 다녀도 안 위험하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쇠렌 원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지을 뿐이었다.

이 유치원은 일하는 부모들을 고려해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오전 9시가 되면 둥글게 둘러앉아 오늘 하루 뭐 할지 이야기를 나눈 뒤 일과에 돌입한다. 대부분 놀이와 자유활동 중심이다.

아이들은 매일 야외에서 뭔가를 한다. 유치원 마당에서 자유롭게 놀고, 그림을 그리고, 화덕에 모여앉아 피자를 구워먹는 식이다. 가끔은 대중교통을 타고 미술관이나 바닷가에 간다. 심한 강풍, 폭우, 폭설 등이 아닌 이상 이 원칙을 지킨다.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패딩 점퍼를 걸치고 불이 빨개진 채로 마당에 마련된 미끄럼틀이나 모래밭 등에서 오전 내내 뛰어논다. 이것 또한 배움의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겨울엔 모닥불에 둘러앉아 추울 땐 어떻게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누며 아이들이 계절에 따른 문화와 행동양식을 터득하도록 돕는다. 우린 가르치지 않는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아이가 익히도록 한다."

실내 활동도 있다. 한국에서 방문한 이날 오르드럽 후스의 아담한 교실 안에선 요가와 찰흙공예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100% 전원이 무조건 들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일부 아이들은 마당과 교실을 오가며 수업에 유연하게 참여했다.

오전 11시가 되면 각자 싸온 도시락을 꺼내 점심을 먹고 다시 놀다가 오후 2시 30분에 다시 모여 간식을 먹는다. 오후 4시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가 집으로 돌아간다. 덴마크 직장에선 보통 오후 3시부터 퇴근이 시작된다.

한국 어린이의 깜짝 행동, 덴마크 교사의 놀라운 대응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사진은 인근 공원에서 활동중인 아이들.
ⓒ 이주영
일주일에 네 번은 30분 걸으면 나오는 예거스보로 사슴공원(Jægersborg Dyrehave)으로 간다. 이곳에서도 빡빡한 프로그램은 없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간식으로 싸온 당근 스틱을 먹고, 크고 두꺼운 나무 위에 올라타 놀이나 상황극을 만들어내 친구들과 함께한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물끄러미 관찰하고, 교사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만 여기에도 이 숲유치원만의 중요한 교육철학이 묻어나 있다. 주변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해 아이들이 자기만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대근육과 소근육을 발달시키고,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스스로 깨닫도록 유도한다.

쇠렌 원장은 "어느 날엔 숲속에 있는 U자 언덕에 가서 뛰어논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몸이 기울어지고 가속이 붙는 걸 느끼며 균형을 잡고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익힌다"라고 설명했다.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인생을 창의력 있게 살아가는 자세를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도록 하면 어른이 된 뒤에도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곳 교사들의 제1 덕목 역시 많은 지식이 아니라 풍부한 호기심이다. 교사가 다양하고 참신한 질문을 던지고 파고들 줄 알아야 그만큼 아이들의 경험도 다채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소한의 개입과 인내심 또한 교사들에게 요구된다. 아이가 직접 터득하는 게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답답해도 멈춰서 지켜볼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이곳 교사들은 원생이 옷 입는 데 30분이 걸려도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꿈틀비행기 일행 중엔 한국에서 숲속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 어린이도 있었다. 처음엔 낯설어하며 혼자 숲유치원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아무렇지 않게 덴마크 원생 친구들 무리에 끼어 어울렸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적극 다가가기도 했는데, 교사는 아이들끼리 알아서 조율하도록 뒀다.

4살 어린이를 데리고 온 엄마는 "평소 한국에서 아이가 친구에게 신체 접촉을 하려 하면 상대가 불편할 수도 있으니 못하도록 막았는데 이곳 선생님은 계속 웃으며 지켜봤다"면서 "섬세한 부분에서도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어주는 교육방식에 놀랐다"고 했다.

"이곳 선생님께 '아이들끼리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냐' 물어봤더니 '먼저 아이들에게 친구가 어떨 것 같냐고 질문한 다음 서로의 입장을 들으며 이해하는 과정을 조성해 풀어간다'더라.

공동육아 어린이집 등 한국의 대안교육도 아이들의 자유를 존중해주지만 어느 정도 어른들이 주도적으로 규칙을 정하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가르치는데, 덴마크는 정말로 자기주도적 교육 철학을 작은 부분에서도 실천하는 듯해 인상적이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보육교사 출신이기도 한 그는 "어른들이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질문을 많이 하고 기다려주니까 아이들이 훨씬 더 스스로 깨닫고 규칙이나 문화를 내면화하기 좋은 환경 같다"며 "어른이 먼저 옳은 길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마음의 여유와 포용력은 배울 점 같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사진은 유치원 외부 마당.
ⓒ 이병한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사진은 유치원에 마련된 모래밭.
ⓒ 이주영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사진은 유치원에 마련된 온실.
ⓒ 이주영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사진은 유치원에 마련된 화덕과 벤치.
ⓒ 이주영
 지난 17일(현지시간) 오전 덴마크의 '행복교육'을 두 눈으로 보고 배우기 위해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오른 30여 명은 2시간가량 스코벤스 숲유치원을 둘러봤다. 사진은 활동중인 아이들을 위해 인근 공원에 마련한 간이 화장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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