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이들은 왜 극우 유튜버에 빠졌나...'혐오' 정서 깔고 영웅심 자극"

신진 기자 2025. 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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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대 권정민 교수 인터뷰
중고교생, 극단 성향 유튜브 컨텐츠에 '무방비'
"일종의 놀이 문화...무비판적 수용 우려"
"공교육 역할 커...지금 교육으론 부족"
"극단 논리에 매료되는 이유부터 이해해야"
서울교대 권정민 교수(왼쪽).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만났다.

지난 19일 서부지법에서 발현된 폭력성은 그동안 본 적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은 법원 창문을 깨고 들어가 잡히는 대로 집기를 부쉈습니다. 특정 판사 이름을 외치며 법원 7층까지 올라가 구석구석을 뒤졌습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90명 중 46명(51%)이 20대와 30대였습니다. 추후 구속된 인물 중엔 10대도 있습니다. 일부의 광기겠지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청년 우파'가 결집하는 경향성은 무시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분노와 적개심의 이면엔 무엇이 있을까요.

서울교대 유아특수교육과 권정민 교수를 만나, 청소년기 자녀를 키우는 교육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학교 친구들 100% 윤석열 지지" 충격에 관찰 시작



Q 중학생 아들의 유튜브 시청을 계기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요.
A 어느 날 아들이 밤새 어떤 외국인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처음엔 기특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강연자는 캐나다의 유명 극우 성향 학자였고,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큰 인물이었습니다. 성소주자는 혐오를 받아 마땅하다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인물이요. 이후 알고리즘의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Q 아이에게 변화가 느껴졌습니까?
A 유튜버들은 '가치관'을 건드렸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가르쳤던 가치들 있잖아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생각하고, 나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여기에 바이러스가 들어온 느낌이랄까요? 그런 가치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자기 생각'밖에 안 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강한 거예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입니다. 다시 아이가 사회의 이로운 가치관을 갖도록 돌려놓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Q 극단적 논리를 따르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셨을까요?
A 당시엔 비상계엄 등 정치적 이슈가 없어서 개인의 문제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12.3 비상계엄 뒤 아이에게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한대?”라고 물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답하더라고요. “우리 학교 애들은 100%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야. 애들이 나보고 빨갱이래”.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관찰을 해봤습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반사회적인 성향에는 보통 원인이 있습니다. 결핍이 있는 아이들, 혹은 안에 분노가 내재된 아이들이 극단주의에 빠지기가 쉽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최근의 현상엔 대중이 없었고, 그래서 저는 이것이 청소년의 어떤 새로운 문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Q 일종의 '놀이 문화'로 봐야 할까요?
A 아이들이 관계 맺는 방식입니다.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한 촉매로 극우 유튜브를 활용하는 겁니다. 남자애들은 모여서 딱히 할 게 없어요. K-POP 등을 향유하는 여학생들과는 좀 다릅니다. 정치적 이슈가 이 아이들에게는 흥밋거리입니다. 특히 권력관계, 힘의 논리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비판적 사고를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이 일종의 놀이문화로, 무비판적으로 극단적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입니다.

극우 유튜버, '혐오' 정서 깔고 영웅심 자극



Q 극우 유튜버들이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A 극우 유튜버들은 굉장히 복잡한 문제를 너무 단순화합니다. 그다음 상대를 적으로 몰아갑니다. '생각을 안 해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스스로의 아집을 깨고, 나의 말과 행동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는 과정이거든요. 이걸 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영웅심'을 갖도록 합니다.

Q 그런 콘텐츠엔 '혐오'의 정서가 짙게 깔린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혐오는 일종의 파워, '권력'을 느끼게 하는데요. 가장 질 나쁜 방식의 권력 추구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권력을 추구합니다. 모든 관계에 권력이 녹아 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권력 추구는 굉장히 섬세하고 미묘한 행위인데, 극우 유튜버들은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으로 '파워'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혐오는 결국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를 만족하게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지난 18일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담장을 넘어 무단 침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붙잡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Q 다만 극우 유튜버들과, 그것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A 맞습니다. 극우 유튜브에 탐닉하는 청소년들이 누군가를 혐오하고 공격하려는 악한 마음을 가졌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직 '놀이'로 접근하고 있거든요. 이들에겐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 또래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가 있습니다. 동조하지 않으면 소외될 것이란 심리가 있습니다.

내 아이가 '극단' 빠졌다면? 어렵지만 이것부터



Q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가정에서 미리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부모가 먼저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극우 유튜브에 빠져 있는 이 또래 아이들과 소통을 해보면 두 문장만 들어도 논리에 모순이 있어요. 극우뿐 아니라 극좌도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주의라는 면에서 같습니다. 그 논리를 깰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부모가 갖춘다면 가장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공교육이 어느 정도 해줘야 합니다.

Q 공교육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A 독립선언문을 쓴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교육"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교육 안에서 민주주의 교육이 잘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도 민주주의 교육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우리 아이들은 생각할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수능 시험은 '생각하면 떨어지는' 시험입니다. 그러니 쉽게 고취감, 영웅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가짜뉴스에 빠져듭니다.

Q 쉽지 않아 보입니다.
A 맞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해봤습니다. 먼저 아이와의 관계가 좋아야 합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 '소통 다리'가 있다고 봅시다. 그 다리를 폭파해버리면 안 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청소년기가 되면, 혹은 그 전에 이 다리가 사라져 버립니다. 학업 때문이죠. 아이 입장에선 이런 정치적 이슈뿐 아니라 학교폭력, 우울증 등을 말할 사람이 없어집니다. 이런 순간을 위해 이 다리를 정말 소중히 여기고 노력해야 합니다.

Q 모든 부모가 그런 관계를 원하지만, 이 또한 정말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아이가 극단적 논리를 펼칠 때, 화가 날 겁니다. 아이가 혐오적 발언, 예를 들어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곧바로 혼내면서 “네가 틀렸다” 라고 하기보다는 일단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어야 합니다. “너는 왜 네 인생을 그렇게 살려고 하니, 그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Q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신다면요?
A 혐오에 대한 예를 들어볼까요. 성소수자에 대해 말해봅시다. 존중해야 하느냐 마느냐, 의견이 분분하죠.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도록 강요할 수 없습니다. "차별하지 마" 라고 하기보다는 "네 마음속으로는 싫을 수 있어. 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어"라고 말해주는 겁니다. "화가 날 수는 있어.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필요는 없어"라고 말입니다. 혐오라는 건 궁극적으로 입 밖으로 나오고 행동으로 나왔을 때 혐오인 겁니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주자는 겁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싫어도 우리는 친절하게 말하자. 너의 기분을 이해하고 인정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말자"는 겁니다.

"원흉은 유튜브 알고리즘...AI와의 전쟁"



Q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A 맞습니다. 최근 아들과 제 유튜브 계정 첫 화면을 비교해 봤습니다. 둘 다 탄핵 정국의 이슈를 다룬 게시물이 대부분이란 점은 같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건이 맞나 할 정도로 게시물의 성격이 달랐습니다. 제 화면엔 즐겨보는 방송 매체의 뉴스가 떴습니다. 아이의 화면엔 극단, 극우주의자들의 게시물이 쭉 떴습니다. 아이는 요새 이런 것을 일부러 찾아보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평범하게 어울리는 10대 청소년입니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 놓여 있다면 아이 입장에선 이게 뉴스인 겁니다. 다른 게 있다고 전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신뢰할 만한 출처인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도 없습니다. 좀 나간 얘기일 수 있지만, 전 이것이 궁극적으로 AI와의 전쟁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유튜브 자료 사진. 〈사진=픽사베이〉

Q 유해한 환경에 청년들이 무방비로 던져진 셈인데, 그럴수록 섬세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A 저는 이 일로 청년들, 청소년들이 악마화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악한 게 아니라 생각이 부족한 겁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몰아세운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겁니다. 우리도 나을 게 없는 어른인 셈이고요. 이 아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극우 유튜브 등에 공감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우리 사회가 해줘야 합니다. 부모가 해줘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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