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쪼개졌다? 서울대생들 '탄핵 반대' 집회에 싸늘

유지영 2025. 2. 17.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장르포] "소수 의견, 왜 절반 의견으로 호도하나"... 부정선거 음모론 비판

[유지영 권우성 기자]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서울대공동행동’ 주최 집회가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열렸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윤석열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학생회관 앞으로 행진해 규탄하고 있다.
ⓒ 권우성
"최근 광주에서 극우 집회가 열렸던 것처럼 서울대에서도 집회를 열어 '서울대 역시 이렇게 의견이 분분하다'고 여론전을 펼치려는 것 같다." -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재학생

'서울대에서의 탄핵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울대가 탄핵 찬반으로 양분됐다' 등 최근 보도에 정작 서울대 구성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5일에 이어 17일 오전에도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옹호하며 서울대 아크리폴리스 광장에서 연달아 시위가 벌어졌지만 서울대 구성원 다수는 이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위 재학생은 17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소수의 의견을 마치 절반 정도의 의견인 양 보여주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왜 이런 욕설을 들어야 하는지... 새내기도 곧 오는데"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생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참석했다.
ⓒ 권우성
서울대를 졸업하고 현재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힌 한 남성(30)은 멀찍이서 시위를 지켜보면서 "나는 정체불명의 대자보를 붙이고 다니는 저들을 서울대 구성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트루스포럼'은 서울대 내에서 "STOP THE STEAL(스탑 더 스틸)"이라고 적힌 부정선거 음모론 관련 대자보를 붙이고, 내란을 옹호하는 집회를 예고했다가 학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남성은 "탄핵 찬반의 팽팽한 대립이라는데, (그러한 보도에) 공감하지 않는다. (여기는) 중앙도서관 앞이라 학생들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고, 곧 새학기라 새내기도 많이 방문하는 시기"라면서 "(집회 근처에 와서) 처음 들은 말이 쌍욕이었다. 왜 내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런 욕설을 들어야 하는지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집회 장소 인근을 지나가던 서울대 대학원생 강아무개(24)씨는 "학생들에게 양해조차 구하지 않고 (인근) 중앙도서관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씨 역시 '대학가가 양분돼 있다'는 보도를 두고 "오히려 (내란을 옹호하는 쪽에서) 자신의 의견을 억지로 주입하려고 시도해 주변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있다. 대학까지 와서 정치적인 의견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설명했다.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앞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대생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이 참석했다.
ⓒ 권우성
윤석열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11시 30분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이라는 이름으로 아크로폴리스 옆 학생회관 앞에서 시국선언을 진행하며 "부정선거 척결"을 외쳤다. 일부는 서울대 '과잠'을 입고 나와 서울대 학생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참가자 다수는 서울대 학생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등 뒤에 "STAFF(스태프)"라고 적힌 형광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채 서 있었다. 이들은 "서울대 학생은 아니"라고 밝히면서도 '출입 금지' 선에서 집회 인파를 관리했다.

이날 아크로폴리스 인근에는 서울대에 견학을 온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내는 소음에 귀를 막고서 서둘러 다른 건물로 몸을 피했다.

내란 옹호 세력, 상대 집회 난입하다 제지되기도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서울대공동행동’ 주최 집회가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열렸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윤석열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학생회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비슷한 자리에서 오전 10시 30분엔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15일 상황처럼 탄핵 찬반 집회의 시간이 맞물리며 충돌 우려 상황이 발생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 집회에 수차례 개별적으로 난입하다가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나뒹군 박종철 열사 사진... "탄핵 반대"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점령 https://omn.kr/2c8d5)

이 집회를 주최한 '서울대 공동행동'의 이시헌씨(자유전공학부 4학년)는 "(내란을 옹호하는) 당신들이 어떻게 아크로폴리스를 차지할 수가 있나"라고 강조했다. 아크로폴리스는 1981년 김태훈 열사(서울대 경제학과)가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투신한 곳으로 이후 서울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

집회에 참석한 이영국(서울대 79학번)씨는 "바로 저 중앙도서관 옥상에서 김태훈 열사가 투신했다. 그 모습을 본 내 심정이 어땠겠나.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아시나"고 외쳤다. 이날 서울대 민주동문회에서도 집회에 플래카드를 들고 참석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해 학생총회를 통해 '윤석열 퇴진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총학생회는 비상계엄 선포 이틀 뒤인 12월 5일 학생총회를 개최했고 참여한 학생 98.4%(2556명 중 2516명)가 해당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이때 이후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캠퍼스에서는 총학생회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총학생회장이 학생총회의 결정과는 다르게 '대통령 퇴진 전국 대학생 총궐기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입장을 번복하다 결국 사과했고, 지난 1월 사퇴 촉구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오후 서울대 총학생회에서 벌어지는 탄핵 찬반 집회에 대해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윤석열 퇴진! 쿠데타 옹호세력 규탄! 서울대공동행동’ 주최 집회가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광장에서 열렸다.
ⓒ 권우성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