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에 인간이 갔던 달, 왜 다시 못 가나
지난 20일 세계의 이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에 집중됐습니다. 관세를 올릴까? 중국을 향해선 뭐라고 말할까? 이민자들을 바로 내쫓으려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은? 캐나다는? 멕시코는?
29분간 이어진 9300여자 취임사엔 뜻밖의 단어가 있었습니다. ‘화성’.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국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겠습니다.”
1972년 12월 미국은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을 종료했습니다. 53년 전입니다. 올해 79살인 트럼프 대통령이 26살이던 때였습니다. 이후 인간은 달에 가지 않았습니다.
나사는 다시 인간을 달에 보낼 계획을 2019년 발표했습니다. 목표는 2024년이었죠. 어느덧 2027년으로 연기됐습니다. 여러 달 착륙선들이 착륙 자체에도 실패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술은 진보한다’는 법칙은 달에서만 예외인 걸까요. 1972년 12월,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오겠다”, 달에 마지막 인사를 건넸던 우주비행사 유진 서넌의 인사는 언제 실현될까요.
1960~70년대 달 탐사 황금기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쉬워서가 아닙니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1962년 9월12일 존 에프(F.) 케네디 대통령이 라이스 대학교에서 연설한 지 7년 뒤 미국은 인간을 달에 보내는 데 성공합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주인공입니다. 이후 1972년 12월까지 달에 6번 더 갔고 그중 5번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은 총 12명의 우주인을 달 표면을 내렸습니다.
1960~70년대 아폴로 달 탐사 프로젝트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면엔 어둠이 많았습니다. 당시 나사의 예산은 연방 예산의 4%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았죠. 국내 반대가 거셌던 이유입니다. 빈곤 퇴치·교육·주거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을 제쳐두고 달 탐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었습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 발사 직전 케네디 우주센터 앞에선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전쟁 반대 등 반전 시위도 거센 시절이었습니다. 반전 단체들은 우주개발이 미국 정부의 군사적 위신을 높이는 선전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봤습니다.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가 달성된 뒤 나사가 예산 삭감을 피하기 어려웠던 배경입니다. 계획됐던 20개의 아폴로 임무 중 마지막 3개는 취소됐습니다.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가 마지막 유인 탐사 우주선이 되었습니다.
50년 전 성공했던 달 착륙, 연전연패
지난해 1월 달착륙선 페레그린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륙 직후 연료 누출이 발견됩니다. 충분한 연료가 없다면 달에 부드럽게 착륙할 수 없습니다. 달에는 대기가 없습니다. 화성에서처럼 낙하산으로 속도를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연료가 충분한 엔진이 필수입니다. 실패라는 뜻입니다.
페레그린은 유별난 사례가 아닙니다. 최근 중국과 인도는 로봇 착륙선을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켰지만 러시아의 루나 25호는 2023년 달에 충돌해버렸습니다. 소련의 루나 9호가 세계 최초로 달에 부드럽게 착륙한 지 거의 60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인간을 태운 우주선이 달에 무사히 착륙하고 다시 안전히 되돌아온 게 반세기 전인데, 최신 우주선들은 ‘달 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의 창어 3호가 2013년 달에 무사히 착륙했는데, 소련의 루나 24호가 1976년 달에 착륙한 이후 첫 성공이었습니다.
‘흔하지 않은 기술’이라는 게 대표적인 설명입니다. 유럽우주국(ESA) 달 탐사 그룹의 책임자 니코 데트만은 가디언에 이렇게 설명합니다. “1960~70년대 달 착륙 황금기 이후 달 착륙선을 개발하지 않은 시기가 수십 년간 지속됐습니다. 이 기술은 그리 흔하지 않아서 다른 사례로부터 쉽게 배울 수 없습니다. 달 착륙선을 검증하는 건 다른 우주 시스템에 비해 훨씬 어렵기도 합니다.”
착륙 자체가 아닌 다른 목표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2019년 나사가 발표한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지연되는 이유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돈’입니다. 아폴로 프로그램이 정점에 달했을 때 나사는 전체 연방 예산의 약 4%를 소비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을 아폴로 프로그램에 투입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오늘날 가치로 약 2600억 달러(약 371조 8000억원)에 달합니다.
오늘날 나사는 전체 연방 예산의 0.5%도 쓰지 않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겨우’ 약 90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아르테미스 외 다른 많은 임무도 나사에 주어져 있습니다.
달 탐사를 둘러싼 정치적 맥락도 달라졌습니다. 1960년대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 경쟁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우주에서의 다양한 첫 성과, 즉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은 국가의 자존심을 건 경쟁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달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할 만한 정치적 또는 대중적 의지가 없습니다.
위험 감수 문화도 달랐습니다. 1960년대 아폴로 프로그램은 위험했습니다. 아폴로 1호 화재로 우주비행사 3명이 숨졌고, 아폴로 6호의 엔진 고장, 아폴로 13호의 설계 결함으로 우주비행사들이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1986년 챌린저와 2003년 컬럼비아 우주왕복선 사고 이후 대중은 그런 위험을 이제 용인하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임무입니다. 아폴로의 임무는 ‘착륙’이었습니다. 사람을 달에 내리는 것이었죠. 반면 아르테미스의 임무는 과학 탐사입니다. 아폴로가 우주비행사를 달에 몇 시간 머무르게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아르테미스는 달 표면에 최대 일주일 동안 머물러야 합니다. 더 많은 음식과 물, 연료와 과학 장비를 실어야 합니다. 또한 아르테미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달에 인간이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게 목표입니다. 광범위하고 복잡한 프로젝트의 첫발이다보니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지금 달 표면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이 표면에서 인간의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당분간 집으로 돌아갑니다. 당분간이 너무 오래지 않길 바랍니다. 역사는 미국의 도전이 내일의 인류 운명을 개척했다고 기록할 것입니다. 우리가 왔던 모습 그대로 떠납니다. 신의 가호가 있다면 평화와 인류 모두를 위한 희망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달 표면을 걸었던 마지막 인간, 서넌은 1972년 12월 달에 안녕을 고했습니다. 2027년, 나사의 꿈이 이뤄진다면 55년 만의 해후가 될 것입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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