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실물연계 자산’ RWA…알트코인도 쏠쏠
암호화폐 ‘제2전성기’ 오나
특히 올해 알트코인 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현존하는 자산과 연계해 보관, 결제가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등 기존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가격을 연동한 암호화폐로, 일반 알트코인과 달리 변동성이 크지 않고(스테이블), 현금 등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어 ‘검증된 디지털 달러’로 불린다. 통상 1코인당 1달러의 가치를 추종하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1위인 테더(USDT), 서클(Circle)이 발행하는 USDC(USD Coin) 등이 대표적이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아르테미스에 따르면 2021년 4월 626억5331만 달러(약 90조원) 규모였던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1일 기준 2038억6030만 달러(약 295조원)까지 불어났다. 맷 후건 비트와이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2025년 가속화될 것이며, 올해 유통량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해 4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며 “명확한 규제안이 나오면 대형 전통 금융사 또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블코인 시총 295조원, 4년 새 3배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개발 중인 디지털화폐(CBDC)와 유사해 세계 어디서든 달러 기반의 결제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통상 은행에서 달러를 송금하기 위해서는 회당 1% 수준의 수수료와 1주일간의 수취 기간이 필요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약 2~3분 만에 달러 송금이 가능하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존 금융과 암호화폐 생태계를 잇는 교량 역할을 제공하는 화폐”라며 “송금 지불, 일상 거래 등 현지 통화의 변동성을 분산하기 위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지 통화가치 변동이 큰 브라질 등 남미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이 주된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망가졌던 스테이블코인이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한 건 미 행정부의 정책적 변화 등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자본시장 환경이 뒷받침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공약을 통해 달러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국제 지급결제시스템까지 달러화 기반으로 재편할 수 있도록 미국 달러화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도 암호화폐 규제 정책에 앞장섰던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20일 사임하면서 친암호화폐 정책이 주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신정부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 발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독점적 지위를 보호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해왔다”며 “21세기 금융혁신 및 기술법(FIT21) 법안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불확실성을 단계적으로 제거, 시장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랙록 등 글로벌 큰손들, RWA 펀드 출시
부동산, 주식, 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유무형 자산을 블록체인으로 암호화해 토큰으로 만든 실물연계자산(Real World Asset, 이하 RWA) 또한 올해 암호화폐 업계가 주목하는 자산 중 하나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달러를 토큰과 연동시켰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RWA에 포함된다. RWA 분석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지난달 말 RWA 시장의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약 22조원)를 달성했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미 국채 RWA는 연간 300% 성장해 지난달 19일 시가총액 40억 달러(약 6조원)를 넘어섰다. 미국 최대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올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은 RWA 성장의 중추적인 해”라며 “기관투자자의 접근 방식이 개선되고, 기술이 주요 문제를 해결함에 따라 RWA가 다음 암호화폐 시장 사이클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주요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이미 RWA 펀드를 출시하는 등 시장 공략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해 3월 미 국채 RWA 펀드인 비들(BUIDL)을 출시, 10일 기준 시가총액 6억4749만 달러(약 9500억원)를 끌어모았다. 골드만삭스, 프랭클린템플턴, 피델리티 등도 RWA 시장에 연달아 발을 들였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은행이 주도하는 RWA 활동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통금융상품뿐만 아니라 부동산, 기업금융 섹터가 수혜를 입어 올해 약 4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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