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방관’ 실제 인물 “순직한 동료 생각에 영화 차마 다 보지 못했죠” [차 한잔 나누며]
2001년 홍제동 참사 때 동료 잃어
관람 후 유가족 안고 한참 울기도
근무여건 개선에도 현장 고충 여전
“불법주차 차량 강제처분 실행 땐
민원 스트레스… 차라리 뛰어가
국민에 받은 사랑 꼭 돌려줘야죠”
“영화 ‘소방관’ 시사회에 가는 날 아침, 충혼탑을 찾아 순직한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건넸어요. 사람들이 홍제동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있으니, 남은 후배들을 잘 지켜봐 달라고요.”
당시 동료 구조에 나섰던 이성촌 서울119특수구조단 특수구조대 팀장(소방경·58)은 지난달 3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영화를 차마 다 보지를 못했다. 당시 함께했던 동료가 생각나 도중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끔찍한 참사를 직접 겪은 이 팀장에게는 영화가 극이 아닌, 당시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였을 터다. 이 팀장은 상영이 끝난 후 함께 관람한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들과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이 팀장은 “영화를 보던 중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덜덜 떨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몸까지 이렇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며 “유가족 분들에게는 ‘영화로 만들어서 기억을 해주니, 감사한 일 아니겠느냐’라는 위로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비번 도중 긴급 출동 명령을 받아 같은 팀 동료의 구조작업에 나섰다. 영화 속 주인공인 신입 소방관 최철웅 소방사(주원 분)의 실제 모델이다. “밤새 구조작업을 한창 벌이던 중에 ‘그 사람이 방화범이었다’는 말과 병원으로 이송한 동료가 순직했다는 소식이 차례로 들려왔다”며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좌절감을 느끼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그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지난해 3월 사고 장소는 ‘소방영웅길’로 지정됐지만, 그는 사고 현장을 다시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에 대한 인식과 처우 개선에도 현장의 고충은 여전하다.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화재 현장에 불법주차된 차량의 강제처분 문제다. 2018년 불법주차된 차량을 옮기거나 파손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지만 현실에선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 팀장은 “법은 개정됐지만, 실행했을 경우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크다”며 “지금도 차라리 소방호스를 더 연결하거나 대원들이 뛰어가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대해 결과론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모든 화재의 양상이 다른데, 매번 진화를 위해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책임을 지휘관에게 몰아가는 점이 현장의 또 다른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특히 국민이 소방관에게 보내고 있는 전폭적인 믿음과 애정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소방관을 키운 것은 국민”이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많이 한다고 했다. 이 팀장은 “(활동 과정에서) 전신 30%에 3도 화상을 입었지만, 나머지 몸에 다 화상을 입는 한이 있어도 받은 사랑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소방관은 시민의 발을 맞춰가며 24시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세이프 코리아’를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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