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2 "액션슬래시라고 강조한 이유 있네"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 '패스 오브 엑자일(POE)'은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인생 게임' 중 하나다. 지금까지 많은 핵앤슬래시 게임이 나왔지만, POE 만큼 손맛과 깊이 있는 재미는 느껴보지 못했다. 두터운 마니아층이 있는 이유다.
반대로 진입 장벽은 꽤 높다. 콘텐츠 진입이 어려워서도, 과금을 많이 해서도 아니다. 게임에 필요한 지식의 양이 너무나도 방대하다. 많은 이들이 이 배움의 과정에서 나가떨어진다.
1000시간, 2000시간을 넘게 한 유저들 스스로도 "나도 모르는게 많다"라고 하는 게임은 아마 POE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POE 한 번만 해봐라"라고 권하는 이유는 그 산을 넘었을 때의 재미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스 오브 엑자일2(이하 POE2)'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개발진은 장르적 변화와 함께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게이머로서 내가 느끼는 재미를 남과 함께 즐겼을 때 그 경험은 더 값진 법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POE2는 전작의 배경지식이 없다면 여전히 쉬운 게임은 아니다. 하지만 전작보다 훨씬 쉬워졌다. 따라오기도 쉽다. POE1에는 없던 튜토리얼이나 가이드가 보충됐고, 빌드 웹사이트 'PoE 닌자(PoE Ninja)'와도 협업한다.
■ 핵앤슬래시 NO! 액션슬래시 YES!
개발사가 POE2를 '액션슬래시' 장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다크 판타지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빌드의 다양성과 깊이감 등 원작의 강점은 유지됐다. 하지만 컨트롤 측면에서는 전작과는 확실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에 사용한 표현이다.
큰 틀은 핵앤슬래시지만, 조나단 디렉터가 액션 슬래시라고 강조한 근거는 조작 방식이 액션게임에 가까운 설정이다. 전작에는 없던 WASD 이동이 추가됐고, 회피와 방패 패링 등이 새롭게 더해졌다.
아울러 '서리점멸' 등 전작의 이동기가 전면 삭제됐다. 대신 백무빙기, 돌진기 등 액션게임에 더 부합하는 형태의 스킬이 생겼다. 이 변경점만으로도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컨트롤 양상을 보인다.
핵앤슬래시 테두리 내의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꽤 유니크한 경험이다. 액션성의 변화로 전법의 기본 양상도 많이 바뀐 덕분이다. '무기스왑' 시스템으로 공격은 양손 무기로, 방어 시에는 방패로 패링 하는 등 컨트롤의 재미가 살아있다.
점멸 이동기의 부재도 전작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몬스터로 막혀 있는 길목을 점멸로 빠르게 건너뛰며 빠른 주회가 가능했던 POE1과 다르다. POE2는 막혔으면 잡고 가야 한다. 보스의 패턴을 피하는 것도 정성이 필요하다.
플레이한 레인저는 사격과 함께 후방으로 이동하는 기술을 습득한다. 사격과 함께 점프 이동이라 몬스터에 막혔을 때 이를 넘을 수 있다. 후방 이동 방향도 함께 신경써서 컨트롤해야 하는 등 원작과 동일한 직업이지만, 플레이 양상은 완전 달랐다.
다만, 원작과 결이 많이 다르다는 점은 한편으론 걱정이다. 핵앤슬래시는 컨트롤보단 '속도'가 중요하다. 원버튼 플레이처럼 간편함을 원하는 성향의 플레이어가 다수인 장르다. 이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 보스전 비중히 상당히 높아진 POE2
POE2는 액션을 많이 강조한 게임답게 보스전이 상당히 두드러진다. 맵마다 최소 보스 하나는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체험을 하는 내내 탑뷰 소울라이크를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보스전은 상당히 잘 만들었다.
보스전은 POE2의 방향성을 집약해 놓은 콘텐츠다. "우리가 왜 이렇게 만들었나"를 잘 보여주는 예시다. 빌드가 완성돼 가는 엔드게임 중반 이후의 보스전 양상은 다를 수 있지만, 액션게임이 주는 플레이어와 보스간의 티키타카가 잘 드러난다.
구르기(회피), 패링, 그리고 새로 받은 이동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보스의 공격은 피하고, 최대한 많은 딜을 넣어야 한다. 이런 양상 속에서 핵앤슬래시의 메커니즘이 가미가 됐기 때문에 POE2만의 고유 조작감은 확실하다.
다양한 보스가 존재하지만, 패턴과 경험이 모두 다른 점도 훌륭하다. 넓게 보면 보스마다 투사체나 AoE 스킬을 사용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보스마다 피하는 타이밍이나 파훼법이 다 다르다.
다양한 보스를 거쳐야 하는 구조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POE1에도 맵마다 보스가 있지만, 조금 강한 일반몹에 가까웠기 때문에 체감이 많이 다르다. 맵핑이 하고 싶은데 애먼 보스만 잡고 있을 것 같은 생각에 걱정이 들기도 한다.
전작은 맵핑과 보스런, 둘 중 하나를 유저가 선택해 즐겼기 때문이다. POE1에서도 메이븐을 비롯해 총주교, 포식자, 엘더, 사이러스 등 다양한 보스가 있다. 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지도장치를 강화하기 위해 최초 1회만 잡아도 무방하다.
조나단 디렉터는 유저마다 즐기는 콘텐츠 성향이 다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틀라스 단계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엔드게임 단계에서 개발사의 의도대로 콘텐츠 구분이 명확하게 구분될지가 관건이다.
■ 편의성과 접근성이 많이 개선된 POE2
튜토리얼이나 가이드, 그리고 편의성이 향상된 시스템도 칭찬 포인트다. POE라는 게임이 워낙 깊이가 있다 보니 냉정하게 이 같은 기반이 있다고 해서 진입장벽이 크게 내려가진 않는다.
POE1은 이런 장치가 아예 없었다는 점에서 발전한 대목이다. 그리고, 이는 걸음마도 떼기 힘들었던 과거와 달리, 신규 유저 스스로 직접 뒤집기와 걸음마를 떼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전작을 처음 했을 때처럼 광활한 우주에 던져진듯한 기분은 아니다.
캐릭터를 생성해 월드에 입성하면 어떤 키를 눌러야 하고, 키마다 어떤 기능이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다만, POE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패시브 트리는 개발사가 깊이감을 지키고자 했고, 여전히 직접 읽어보고, 써보지 않으면 어려운 요소이긴 하다.
물론 이 대목에 있어서는 신규 유저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PoE 닌자와의 협업으로 빌드가 자세하게 설명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도 빌드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도 꽤 상세하게 되어있다. 스스로하고자 하면 어렵지만, 도움이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스킬 시스템도 바뀌었다. 원작에서는 특정 스킬에 해당하는 '스킬 젬'을 구해 장비에 장착해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장비마다 소켓을 계속 뚫어야 했고, 액트 단계부터 빌드에 필요한 소켓 색상을 가진 장비를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POE2는 아니다. 스킬 젬이 하나에 페이지에 모두 담겨 있어 한 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미가공 스킬 젬'을 소모해 스킬을 배우거나, 스킬 레벨을 올리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나아가 스킬과 보조 젬 등 일부 캐릭터 세팅에 추천 빌드가 제시된다.
기존 POE 스킬 시스템이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여타 RPG 게임 시스템과는 방식이 이질적이다. 신규 유저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보조 젬 역시 매우 간단하게 넣을 수 있다. 원작에서는 보석 홈뿐만 아니라, 각 보석 홈끼리 연결이 돼 있어야 한다. '연결의 오브'와 '쥬얼러 오브', '색채의 오브' 이 3가지 재화를 계속 사용해 맞춰야 했다.
각 스킬은 최소 2개 보조 젬을 넣을 수 있도록 홈 2개가 있고, 이후 3소켓부터는 등급 별 주얼러 오브를 사용해 확정적으로 1개씩 늘릴 수 있다. 아울러 포탈 주문서가 삭제되고, 언제 어디서나 공짜로 포탈을 열어 마을로 갈 수 있는 것도 편의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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