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개는 밥 같이 먹고 인간 친구 됐다
인간 이주 과정서 연어 섭취 증가
인간과 식량 공유하며 공생 관계 발전
개가 다른 대륙으로 이주하는 인류를 따라가다가 먹이를 공유하면서 동반자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개는 사냥을 도운 인류의 친구지만 오랜 공생 역사에도 불구하고 개가 어떻게 가축이 됐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프랑수아 라노에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약 1만년 전 북미(北美) 대륙에 살았던 개 76마리의 뼈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개는 아시아에서 주로 육류를 먹다가 북미로 이주하면서 인간이 준 어류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는 플라이스토세(260만~1만1700만 년 전) 후기에 북미 대륙에 진출했다고 추정된다. 지금은 러시아 동부와 알래스카 서부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지만, 당시에는 ‘베링 육교’라고 불리는 육상 지형으로 이어져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일대는 현재 ‘베링기아’로 불린다.
연구진은 베링기아 지역에서 발견한 개과(科) 동물의 뼈 76개를 조사해 인류가 처음 북미로 이주했을 어떤 상호작용이 이뤄졌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뼈 중 가장 오래된 시기는 인류의 초기 북미 진출 시기인 약 1만3700만년 전이었다.
연구진은 개과 동물의 뼈에서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 비율을 살폈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것을 말한다.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 비율은 인간 유골에서도 생전에 어떤 음식을 주로 먹었는지 알기 위한 분석에 주로 사용하는 지표다. 분석 결과, 베링기아 지역의 개과 동물들은 인류 이주 초기에는 육상에서 나는 일반적인 먹이를 먹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연어를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개과 동물은 보통 물에서 사냥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뼈에 남은 연어 흔적은 인간이 먹이를 준 증거라고 주장했다. 늑대와 코요테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섭취하는 먹이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개는 연어 섭취 비율이 최대 86%까지 증가했다. 연어는 당시 인간에게 중요한 식재료였다.
인류는 플라이스토세에 베링 육교를 통해 북미로 진출하면서 개를 비롯해 늑대, 코요테 같은 개과 동물과 상호작용을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처음으로 개와 인연을 맺은 지역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개의 가축화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이뤄졌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뼈를 통해 확인한 먹잇감의 변화로 교류 과정을 확인한 것이다.
라노에 교수는 “이전에는 인간과 개의 관계가 단순히 가축화 과정으로 만들어졌다고 여겼으나, 실제로는 아주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한 공생 관계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며 “단순히 사냥을 함께 하는 관계를 넘어서 식사를 공유하는 밀접한 관계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이 개를 일방적으로 가축화했다는 기존 통념과 달리 서로의 필요에 의해 공생 관계가 만들어졌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유순한 동물만 골라 번식시킨 것뿐 아니라 같이 밥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친구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늑대를 인위적으로 번식시켜 일방적인 필요에 의해 가축화를 이뤘다고 생각했다. 러시아 과학자 드리트리 벨라예프는 1959년 여우를 인공적으로 교배해 가축화하는 실험을 해서 이를 입증했다. 50년간 교배를 30차례 가량 반복하자 여우는 야생성이 사라지고 개처럼 인간을 따랐다. 인위적인 교배로 손쉽게 일부 동물을 가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연구진은 인간과 개가 중요한 식량 자원을 공유하면서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 것이 가축화를 뒷받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노에 교수는 “개의 가축화는 하나의 사건(인위적인 교배)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다”며 “당시 인간들이 개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먹이를 대가로 사냥과 운송을 돕도록 하며 함께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s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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