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만만하게 보다가... 프리미어12 야구 첫 판에 또 졌다
잊고 싶었던 ‘첫 판의 악몽’이 또 찾아왔다.
13일 막을 올린 2024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의 B조 조별리그. 한국은 타이베이돔에서 홈 팀 대만에 3대6으로 졌다. 같은 조의 일본은 자국 나고야 반테린돔에서 호주를 9대3으로 따돌렸다. 도미니카공화국은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쿠바에 6대1로 역전승했다. 조 1-2위는 21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수퍼라운드(4강)에 오른다.
1패를 안은 한국이 수퍼리그에 진출하려면 남은 4경기에서 최소한 3승이 필요할 전망이다. 대만전 패배는 지난 국제대회에서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조별리그 탈락을 거듭했던 징크스를 떠올리게 했다. 한국은 201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첫 판에서 네덜란드에 0대5, 2017년 이스라엘에 1대2, 작년엔 호주에 7대8로 지며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삿포로 참사’도 있었다. 한국은 2003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 1차전에서 대만에 4대5로 역전패했고, 이후 일본에도 지며 2004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회에 앞서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부진했을 땐 첫 경기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면서 대만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작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대만을 꺾고 금메달을 땄던 기세를 이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초반에 맞았던 한 번의 위기에서 무너졌다. 선발투수 고영표가 2회 말 홈런 2개를 포함해 안타 5개와 볼 넷을 내주며 6실점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고영표의 주무기는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다. 그런데 이날은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구사하다 대만 타자들에게 공략당했다. 그는 안타 2개와 볼 넷을 허용해 2사 만루를 자초한 뒤 1번 타자 천천웨이에게 홈런을 맞았다. 타이베이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 슬램이었다. 고영표는 이어 2번 타자 린리에게 2루타를 내주더니, 3번 천제셴에게 다시 우월 2점 홈런을 뺏겼다. 3회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최지민 등 한국 불펜 투수 5명은 8회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고영표 6실점이 뼈아팠다.
한국 타선은 4회 초에 2점을 만회했다. 1사 2루에서 3번 타자 김도영이 대만 선발 린위민을 공략, 왼쪽 담장을 원바운드로 때리는 2루타로 첫 타점을 올렸다. 박동원은 이어진 2사 3루에서 적시타로 1점을 더 뽑았다. 7회엔 1사 후 대타 나승엽이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오른쪽 담장 윗부분을 맞고 나온 듯한 타구였는데,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끝에 홈런으로 선언했다. 한국은 홈런 1개를 포함해 안타 3개와 사사구 3개를 얻는 데 그쳤다. 앞선 평가전 등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였던 윤동희는 4번 타자로 처음 중용됐으나 4타수 무안타(1삼진)에 그쳤다.
한국은 14일 쿠바와 2차전(오후 7시·톈무 구장)을 치른다. 서로 1패를 안고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이다. 쿠바는 에이스 투수 리반 모이넬로를 선발투수로 낸다. 모이넬로는 2017년 일본 프로리그 팀인 소프트뱅크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뒤 리그 최정상급으로 성장했다. 불펜 투수에서 선발투수로 변신한 올해는 정규시즌 11승5패로 활약했다. 평균자책점 부문은 퍼시픽리그 1위(1.88)였다. 좌완이면서 시속 155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진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의 위력도 뛰어나다. 163이닝 동안 탈삼진 155개를 잡았다. 올해 연봉은 3억엔(약 27억2500만원)이었고, 내년부터 4년간 40억엔(약 363억원)을 받는다. 올해 재팬시리즈 1승을 포함해 ‘가을 야구’에서도 2승을 거뒀다. 작년 WBC에선 구원투수로 4경기에 나서 4와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하며 쿠바가 4위를 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한국은 2011년 이후 쿠바와 국제대회에서 6승5패로 앞섰다. 프리미어12의 경우 초대 대회였던 2015년 8강전(7대2)과 2019년 C조 조별리그(7대0)에서 쿠바를 이겼다. 2019년에 C조 최하위에 그쳤던 쿠바는 이번 대회에선 첫 입상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곽빈(두산)을 선발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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