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살인까지… 층간소음 규제 건설업계 대책은

김창성 기자 2024. 11. 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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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결과 통지 의무화 '주택법 개정안' 시행에 부담
법안 논의 당시 건설업계 실효성 논란과 건축비용 증가 등 반대 제기
대형사들 천장·바닥 차음·저감 신기술 적용 등 경쟁해 품질 제고 노력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공동주택(아파트 등) 층간소음 갈등으로 이웃간 다툼과 살인까지 발생하는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했다.

법안 논의 당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기준 미달 시 준공 승인을 불허하는 규제다. 건설업계는 건축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 예정자에게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결과와 조치 내용을 의무 통지하는 '주택법 개정안'과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지난 7월부터 시행되며 건설업체들은 앞다퉈 천장·바닥에 차음·저감 신기술을 적용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준공 인·허가권자인 각 지방자치단체는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층간소음 성능검사에서 기준치 49㏈(데시벨)에 미달된 신축 아파트의 보완 시공을 권고할 수 있다. 성능검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거나 허위로 알리면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결 실마리 안 보이는 층간소음 갈등… 민원 폭증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은 살인으로 이어질 만큼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윗집이나 옆집에서 쿵쾅대는 소음은 물론 아기 울음소리, 망치질, 부부싸움과 성관계 같은 사생활 관련 소음까지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부는 대책 마련을 위해 '층간소음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 중이지만 갈등 해결을 위한 평균 소요기간과 조정 성립률이 크게 낮아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성시)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층간소음 분쟁조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분쟁조정의 소요기간은 평균 약 70일이다.

현행법상 분쟁조정위는 조정 절차를 개시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절차를 끝내고 조정안을 작성해 각 당사자에게 제시해야 한다. 실제로는 이보다 두 배가 넘는 기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가 사회 문제로 불거진 아파트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각종 신기술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개발한 천장형 차음 구조 시공 모습.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조정에 실패한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 6년 동안 층간소음 분쟁조정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신청된 총 198건 가운데 조정 성립 건수는 20.2%(40건)에 불과하다. 이밖에 경찰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지난해 12월 최대 4434건까지 치솟았다.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이웃과 소음 유발자가 다툼을 벌이다가 단순 시비부터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까지 이어질 우려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설업계, 조용한 아파트 짓기 위한 특수공법 개발 총력


층간소음 원인이 시공 품질의 부실 문제로도 지적되며 화살은 건설업체로 향한다. 사소한 층간소음마저 호소할 정도는 시공 하자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는 관련 법안의 도입 과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각종 안전관리 규제 강화로 건축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 새로운 분양가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법안이 시행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신기술 개발 등 시공 품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구조를 천장에 시공하는 '천장형 차음 구조'를 개발했다. 현장에 적용을 위해 실험과 구조개선을 진행했고 공동 특허도 출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기존 바닥형 차음 구조와 달리 천장에 층간소음 저감 구조를 시공하는 방식"이라며 "천장형 고성능 방음 소재 제작업체 제이제이엔에스(JJNS)가 개발한 메타물질을 시공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중량 충격음 2등급을 인정받은 층간소음 바닥구조를 현장에 적용했다. 인천광역시 서구 'e편한세상 검단 웰카운티' 현장에는 '디 사일런트'(D-Silent) 바닥구조를 적용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디 사일런트 바닥구조는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바닥충격음 성능평가에서 중량 2등급의 차단 성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이 빈번해지자 건설업계가 각종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DL이앤씨의 아파트 층간소음 측정 모습. /사진=DL이앤씨
우미건설은 층간소음 저감 효과가 있는 고점탄성 모르타르를 사용한 바닥구조를 개발했다. 이번 개발은 두산건설, 유진기업, 베토텍과 연구협약을 체결해 공동 진행됐다. 고점탄성 모르타르는 저강도(1MPa)로 약간 무른 특성을 가져 층간소음 감소에 효과적이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고점탄성 모르타르를 사용한 바닥이 일반 표준바닥구조보다 8~10dB 이상의 소음 저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 고성능 바닥구조 기술 발굴과 1등급 저감기술 개발에 착수한 LH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특한 접근법을 선보였다. LH는 층간소음 갈등 해소와 더 나은 공동체 문화 조성을 위해 '이웃사이 소음 듣기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서비스는 ▲의자 끄는 소리 ▲걷는 소리 등 일상 속 다양한 생활 소음이 이웃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직접 듣고 저감 방법을 배우는 체감형 교육서비스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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