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4년 우여곡절 끝에 운항 멈춘 한강 유람선 아라호, 8번째 매각도 유찰
서울시가 한강 유람선 ‘아라호’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을 최근 3차례 시도했지만 잇따라 유찰됐다. 아라호는 지난 2010년 오세훈 시장 시절에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유람선이다. 그런데 후임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5년 넘게 선착장에 방치됐다. 이후 2017년부터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항하기 시작했지만 올해 5월 말 운항이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아라호 매각 입찰은 모두 8차례 진행됐는데 한 번도 성사되지 못했다.
◇운항 멈춘 아라호, 최근 3차례 매각 잇따라 실패
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아라호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은 지난달 말 진행됐지만 입찰자가 아예 없어 유찰됐다. 앞서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같은 방식으로 두 차례 공개 입찰이 시도됐지만 역시 유찰됐다. 한달 만에 세 차례 연속 매각이 실패한 것이다.
현재 아라호는 서강대교 관공선 선착장에 묶여 있다고 한다. 그동안 유람선 위탁 운영을 해오던 민간 업체와 계약이 지난 5월 말 종료되면서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아라호는 지난 2009년 5월 건조에 들어가 2010년 완성된 유람선이다. 한강에서 배를 타고 서울을 관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길이 58m의 688t 규모의 2층 구조로 310명이 승선할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 등을 위한 시설도 갖춰져 있다. 여기에 서울시 예산 112억원이 투입됐다.
◇건조 후 14년 간 절반 운항 못해… 8차례 매각 모두 무산
아라호는 건조된 지 3년 만인 지난 2013년 11월에 첫 공개 입찰에 넘겨졌다. 2010년 오세훈 시장이 추진한 아라호 사업을 2012년 박원순 시장이 전면 백지화한 데 따른 것이다. 그 해에만 4차례 입찰이 추진됐지만 모두 입찰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이후 서울시는 수의 계약 방식으로 아라호 매각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매각사의 자금 동원 능력 등이 문제가 돼 성사되지 않았다. 그동안 아라호는 운항을 하지 못하고 선착장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자 서울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에 운용을 위탁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고 선착장에 두기만 해도 연간 1억원의 유지비를 서울시가 부담해야 했다.
아라호는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한강을 운항해 왔다. 하지만 임대 계약 만료로 올해 5월 말 결국 운항이 중단돼 버렸다.
민간 위탁도 순탄치 않았다. 임대 계약 과정에서 가격 조건 등으로 마찰을 빚었고, 기존 업체와 새로 임대하려는 업체 간 갈등도 있었다. 최근까지 운영하던 위탁업체는 계약기간 등을 문제로 서울시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아라호의 매각 추진을 위해 관련 소송을 최근 모두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 112억 들어간 아라호, 32억에 내놓아도 안팔려
이렇게 매각이 8차례 무산될 동안 아라호의 몸값은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3년 처음 공개입찰에 나올 당시 매각가는 106억2000만원이었다. 이후 95억6000만원, 90억3000만원을 거쳐 올해는 32억원까지 떨어졌다. 예산 112억원과 행정력 낭비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라호 건조가 10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노령 선박”이라며 “가격을 더 낮춰 공개입찰을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라호 매각이 불발되는 이유는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9월 서울시의 아라호 매각 추진에 대해 “아라호가 유람선으로 한강에서 운영된다면 한강버스 노선과 중복돼 활용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시는 내년 3월부터 수상대중교통 수단인 ‘한강버스’를 운항할 계획이다. 기존 아라호의 선착장은 한강버스 선착장으로 채택됐다.
이렇게 되면 아라호를 매입해 유람선 사업을 하려는 업체가 나오더라도 기반 시설인 선착장을 지정된 장소에 설치하고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부담을 지게 된다. 이미 한강에서 유람선 사업을 하는 업체가 11곳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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