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에선 ‘보신주의 경고’, 밖에선 ‘중국 D램 굴기’ 마주한 삼성
삼성전자 위기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도체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다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를 낸 뒤 ‘허약한 반도체 거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대로 가다간 반도체 1위 기업이었다 몰락한 일본 도시바나 미국 인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초격차’를 유지하던 삼성전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안타깝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은 반도체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라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선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삼성 HBM의 엔비디아 납품이 감감무소식인 와중에 TSMC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58%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 업체의 기술 성장과 물량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 D램 생산량이 올해 전 세계 생산량의 10%를 넘길 걸로 전망돼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의 글로벌 D램 3강 체제도 위협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래 성장성을 중시하는 주식 시장 평가는 냉혹하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3일부터 28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투매하고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 선이 깨지며 1년7개월 만에 ‘5만전자’가 됐고, TSMC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3배에 달한다.
1980년대 모두 불가능하다고 본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뒤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경쟁업체를 압도해 온 삼성전자의 총체적 위기라 할 만하다. 위기의 원인은 내부에 있다. 혁신과 도전보다 보신주의가 팽배해지며 원가 절감이라는 무사안일한 경영에 안주해 온 탓이 크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초기업노동조합이 “현재 인사제도하에서 보신주의 리더가 넘쳐나고 있다”고 한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 ‘삼무원(삼성전자 공무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조직이 관료주의화하면서 눈앞의 성과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혹평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반성문’까지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재용 회장이 책임감을 갖고 지금 어떤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불량품 15만대를 전량 폐기한 ‘애니콜 화형식’ 같은 획기적인 위기 극복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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