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을 10년 넘게 굴리는데, 은퇴거지 될라”…이달 31일 ‘이것’ 노려라 [언제까지 직장인]
“금리 하락기 수혜…증권사로 이동 전망”
# 직장인 김모 씨는 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1억원이 넘는 돈을 A은행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수익률이 예금 이자율 보다도 훨씬 낮은 1%대 후반인 것을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전 식사 자리에서 학교 후배가 말한 퇴직연금 수익률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후배가 가입한 B증권사에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고 문의하니 “현재 고객님이 IRP계좌에서 운용중인 상품을 옮기려면 실물 형태로는 이전이 불가능하다. 기존 상품들을 모두 팔아 현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황당했습니다. 이전 계좌에서 투자하던 상품들을 싹 팔고, 새 계좌를 만들면 각종 수수료 등을 다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현물(실물) 이전 제도’는 말 그대로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굴리는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현 상태로 다른 금융사 계좌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에 따라 400조원에 육박하는 금융권 퇴직연금 시장의 본격적인 ‘머니 무브’가 일어날 것으로 관측 됩니다.
이달 31일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인 금융사는 전체 실물 이전 대상 44곳중 37곳으로, 적립금 기준 전체의 94.2%에 해당 합니다.
다만, 삼성생명과 하나증권, BNK부산·경남은행, 광주·iM은행과 iM증권 등 7곳은 내년 4월까지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국민연금과 더불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요즘 세액공제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곧 시행하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과 관련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기존 상품해지(현금화)에 따른 비용(중도해지 금리 등), 펀드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금융시장 상황 변화로 인한 손실(기회비용) 등이 발생 합니다.
그러나 실물 이전 제도가 도입되면 신탁계약 형태의 예금, 이율보증 보험계약(GIC), 주가연계증권·파생결합증권(ELB·DLB 등)을 비롯해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을 금융사만 변경하고 그대로 옮길 수 있게 됩니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금리 인하기에 은행, 보험사에서 증권사로의 실물 이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퇴직연금 상품의 10년 이상 장기 수익률은 2%대 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10년 평균 장기 수익률은 2.07%(원리금보장형 2.01%, 실적배당형 2.75%)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2.2%임을 고려하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수익률도 저조한 실정입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에 이어 실물이전 서비스까지 도입하며 중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년 이상 운용한 디폴트옵션 상품의 연 수익률은 10.8%를 기록했습니다. 상품 구성별로 보면 초저위험 3.47%, 저위험 7.51%, 중위험 12.16%, 고위험 16.55% 순으로, 위험도가 높을수록 수익률도 높았습니다.
투자의 기본 원칙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 그대로 적용된 셈입니다. 이런 걸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디폴트옵션 적립금이 많은 금융사로는 KB국민은행 6조778억원, 신한은행 5조8268억원, IBK기업은행 4조8845억원, 하나은행 3조4184억원, NH농협은행 3조3398억원, 우리은행 2조6353억원 등의 순이었습니다.
고위험 상품의 1년 수익률은 한국투자증권 25.58%, 신한투자증권 21.57%, KB국민은행 20.59%, 동양생명 20.42% 등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향후 퇴직연금의 중도인출을 까다롭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퇴직연금 가입부터 운용, 수령까지 단계별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데 중도인출·해지 요건 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 보장 장치의 하나로 제대로 정착하려면 ‘연금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미국은 사망, 영구장애 등 극히 제한적인 사유로만 중도인출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 잠깐만.
이에 앞서 내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실물을 옮길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왜냐면 모든 상품이 실물 이전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바꾸는 실물 이전은 같은 유형의 계좌끼리만 할 수 있습니다. 즉 확정기여(DC)형은 DC형으로, IRP는 IRP 계좌로만 이동 가능합니다.
다만, 같은 금융사 내에서는 DC형에서 IRP로의 실물 이전도 됩니다.
DC형 계좌를 옮기려면 회사에서 지정한 퇴직연금 사업자가 어느 곳인지 확인하고, 그 중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변경할 수 있는 시기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대개 1년에 한 두번 정해진 기간에 사업자를 바꿀 수 있습니다. IRP 가입자는 원할 때 언제든 금융사를 변경 가능합니다.
실물 이전 대상은 신탁계약 형태의 예금-이율보증보험(GIC)·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기타 파생결합사채(DLB) 등 원리금 보장상품과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 해당 합니다.
연금저축 펀드는 퇴직연금이 아니라서 이번에 시작되는 실물이전 대상은 아닙니다. 따라서 계좌를 변경하려면 모두 현금화 하고 이전해야 합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의 투자 수익률이 좋다고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비싸게 사서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무턱대고 수익률만 쫓기 보다는 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비교공시에 따르면 2분기 말 원리금 비보장 기준으로 BNK경남은행이 16.59%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뒤를 현대해상 15.53%, 하나증권 15.15%, 하나은행 14.83%, BNK부산은행 14.89%, 미래에셋생명 14.54%, 교보생명 14.24%, 삼성증권 14.19%, IBK연금보험 14.04% 순이었습니다.
삼성생명은 13.75%, KB국민은행 13.73%, IBK기업은행 13.22%, 광주은행 13.21%, 현대차증권 13.19%, 우리은행 13.04%, 신한라이프 13.02% 등이 13%대를 기록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12.97%, NH투자증권 12.88%, 신한은행(12.81%), 푸본현대생명(12.77%) 한화투자증권(12.06%), 동양생명(12.05%)은 12%대의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그 다음으로 현대해상(16.56%), 광주은행(15.78), 미래에셋생명(14.76), 삼성증권(14.68%) 등이 뒤를 따랐습니다.
개인형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부문에선 KB증권이 5.88%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으며 그 뒤를 한화투자증권(5.21%), 한국투자증권(5.1%) 등이 따랐습니다.
그러나 전체 퇴직연금 10년 이상 장기수익률은 현재 2%대 수준으로 극히 저조해 수익률 제고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김도희 금융감독원 연금감독실장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는 전업권의 참여가 필요한 대형 전산 시스템 구축사업으로, 각 사의 이해관계가 다른 환경에서도 퇴직연금사업자와 감독당국은 최대한 협조하면서 서비스 개시를 준비해 왔다”면서 “오는 31일 퇴직연금 가입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퇴직연금 시장의 건전한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향후 금융사간 경쟁 확산에 따른 시장 활성화와 중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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