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못 내줘" 태극낭자들 버디쇼
신지은 8언더 공동선두
'시즌 1승' 유해란 7언더
최혜진·성유진 6타 줄여
폭염 극복한 완벽한 그린
세계 톱랭커 버디쇼 펼쳐
'맏언니' 신지은은 8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로 출발했고,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승을 거둔 유해란은 7언더파 65타로 단독 4위에 포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혜진, 성유진, 지은희도 6타씩 줄이며 대회 첫날부터 '안방 사수'를 위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17일 경기 파주시 서원밸리CC 서원힐스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한국 선수들이 오랜만에 리더보드 상단을 가득 채웠다. 올 시즌 한국은 양희영(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유해란(FM 챔피언십) 단 두 명만 우승을 맛봤다. 한때 세계 여자 골프를 지배했던 한국 여자 골프의 매운맛을 다시 보여주겠다는 분위기다.
첫날 '맏언니' 신지은은 해나 그린(호주), 애슐리 부하이(남아프리카공화국)와 함께 8언더파 64타로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신지은은 "이 코스는 공략하기가 까다롭다. 일단 드라이버를 멀리 정확하게 쳐야 파5홀에서 2온을 노리고 버디를 잡을 수 있다"며 자신의 공략법을 설명했다.
CME 글로브 포인트 4위로 올 시즌 한국 선수들 중에서 가장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유해란도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 단독 4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공동 선두와는 단 1타 차. 흠잡을 곳이 없었다. 유해란은 이날 평균 262야드의 티샷을 날리며 18개 홀 중 15개 홀에서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또 퍼트를 단 26차례만 하며 쾌조의 샷 감각을 과시했다.
오랜만에 성유진과 최혜진, 지은희도 무려 6타나 줄이며 공동 5위로 역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좋은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최혜진은 "최근 퍼터를 바꿨는데 잘 맞았다. 또 그린적중률이 100%나 되며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았다. 큰 위기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스윙도 체계적으로 가다듬었고, 운동도 처음부터 시작하듯 기초 자세부터 점검하며 했더니 많은 부분이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또 김효주, 김아림, 이정은도 5언더파 67타로 공동 11위에 포진했다.
출전 선수 78명 중 65명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무서운 버디쇼는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열정과 '완벽한 그린' 덕분이다.
올해 한국 골프장은 110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에다 국지성 집중호우로 제대로 된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특히 양잔디로 구성된 페어웨이와 그린은 복구하기 힘들 정도로 손상됐다. 하지만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은 친 대로 굴러가는 서원힐스의 완벽한 그린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이겨낸 비결은 특별하지 않다. 과감한 투자와 사람들의 손길과 땀이다.
이석호 서원밸리CC 대표는 "올해 코스를 만드는 과정은 도전에 가까웠다. 어느 때보다 폭염이 극심했고, 기습 폭우도 잦았다"고 설명한 뒤 "그래도 한국 유일의 LPGA 투어 대회를 여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정성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기후에 대비해 이미 켄터키블루였던 페어웨이 초종을 부분적으로 개선된 HGT(Healthy Grass Technology)로 바꾼 서원힐스 코스는 10월 초부터 보름간 LPGA 대회를 치르기에 적합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특급 작전'을 펼쳤다. 코스관리팀 직원 120여 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오전 2시부터 자정까지 22시간 동안 작업을 진행했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다듬기 위해 장비와 수작업을 병행했다. 지난해 큰 주목을 받은 깊은 벙커는 흘러 내려가지 않도록 더 단단하게 다졌다.
이 대표는 "짧은 시간에 모든 임직원이 밤낮없이 고생했다. 극약 처방 끝에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수준으로 가꿨고, 선수들과 LPGA 관계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칭찬하는데 정말 뿌듯하더라"면서 "대회가 끝날 때까지 철저한 코스 관리로 선수도, 갤러리도 모두 기억에 남을 대회로 치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주 조효성 기자 /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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