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1st] 많이 올라온 경기력, 하지만 '경운기 축구'는 고쳐야 한다… 시동이 너무 오래 걸리는 홍명보호 '초반 실점위기 반복'

김정용 기자 2024. 10. 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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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가운데 왼쪽), 이강인(이상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아시아 어느 팀을 상대로든 더 강한 전력을 갖췄다는 것이 매 경기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연승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있다. 경기 초반마다 시동을 거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10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을 가진 대한민국이 요르단에 2-0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배한 뒤 같은 스코어로 복수에 성공했다.


한국은 2승 1무(승점 7)로 조 선두에 올랐다. 승점이 같고 골득실만 한국보다 적은 이라크와 15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4차전을 갖게 된다. 1위 결정전이다. 한편 요르단은 3차 예선 첫 패배를 당하며 1승 1무 1패로 조 3위가 됐다.


이 경기뿐 아니라 올해 여러 번 반복된 한국의 문제는 초반에 너무 밀린다는 것이다. 일단 경기 초반 30분 동안 득점이 잘 나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뒤 한국은 7경기에서 5승 2무, 17득점을 기록 중이다. 그 중 전반 30분 이내에 나온 골은 4골로 적은 편이다. 31~60분에 나온 골은 6골이었고, 61분부터 추가시간까지 나온 골은 7골로 가장 많았다. 61분 이후는 추가시간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경기 초반에 유독 골이 적고, 중반과 후반의 골은 비슷하게 나는 편이다.


단순한 득점시간대가 아니라 실제 경기 양상에서도 초반에 흔들리고 오히려 한 수 아래 상대에게 휘둘리는 양상이 여러 번 보였다. 가장 심했던 건 클린스만 감독 경질 직후 황선홍 임시감독이 지휘했던 3월 태국전이었다. 당시 결과는 1-1 무승부였는데, 한국은 홈 경기인데도 불구하고 태국의 압박에 휘둘리며 고전하다 나중에야 주도권을 찾았지만 결국 승리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이번 요르단 원정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초반 30분과 이후 경기를 보면 다른 팀인가 싶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초반 한국은 요르단의 강한 압박에 막혀 제대로 빌드업하지 못했다. 후방에서 불안하게 공을 돌리다가 줄 곳이 없어 전방으로 길게 차는 장면이 반복됐다. 요르단의 빌드업 견제가 성공해 한국이 공을 측면으로 내보내려 하면, 요르단이 이 기회를 잡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연달아 잡았다. 요르단의 연속 득점기회는 반칙과 선방으로 무산됐지만 그 중 하나가 들어갔다면 경기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플레이였다. 이날 결장한 요르단 주전 공격수들이 만약 선발로 뛰고 있었다면 실점 가능성은 더욱 높았을 것이다.


선수들도 초반 부진을 부정하지 못했다. 전반전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은 설영우는 "요르단은 예상대로 처음부터 강하게 나왔다. 흐름 자체가 상대에게 먼저 넘어갔다. 이때 모든 선수들이 잘 지켜줬고, 선제골이 들어가면서 페이스를 빼앗아 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승리한 경기이므로 설영우는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전술적으로 보면 상대가 초반에 강하게 나올 걸 알면서도 이에 대한 대비 전술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켜라'라는 지시가 고작이었다.


요르단전의 주인공은 이강인이 아니었지만 최근 경기들에서 반복되는 양상은 이강인 중심의 플레이 역시 전반 30분 즈음까지 긴 예열을 거쳐야만 제대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 때부터 안 좋은 버릇이 들었고 이를 떨쳐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경기 초반을 어떻게 운영할지 상대보다 더 우월한 시스템을 갖고 킥오프해야 초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 시절 자조 섞인 별명 '좀비 축구'도 결국 먼저 실점하고 나중에 만회하는 양상이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한국은 경기 초중반 실점하고, 막판에 겨우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 식으로 16강전과 8강전을 치렀다. 두 팀 모두 준비한 전술로 맞부딪칠 때는 실점했다가 경기 막판 서로 조직력이 깨지고 개인기량이 중요해지면 비로소 만회했다.


오현규(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홍명보 감독. 서형권 기자

이런 양상에는 탐색전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 서로 조심스럽게 경기해야 탐색전이다. 한국은 탐색을 하려 하는데 상대가 거칠게 밀어붙이고 들어와 실점 위기를 계속 내준다면 그건 탐색전이 아니라 준비한 전략의 실패일 뿐이다.


한국은 이미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큼 다가갔다. 확률 예측을 제공하는 '위글로벌'에 따르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직행 확률은 97.5%에 달한다.


훨씬 쉬워진 월드컵 예선에서 지금처럼 똑같은 위기를 반복해선 안 된다. 경기마다 다른 해결책을 써 보고, 지난 3월부터 이어진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월드컵 본선에 대한 준비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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