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분 심장 정지 옐친 대통령 살려낸 심장전문의 별세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심장 수술을 집도했던 레나트 악추린(79) 박사가 별세했다.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은 7일 “1996년 11월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의 심장 수술을 집도했던 악추린 차조프 국립심장의학연구센터 외과 부국장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악추린은 심혈관 수술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로, 러시아에서 심장 미세 혈관 수술 및 하이브리드 심장 수술과 같은 심장 및 혈관 수술 분야를 창안한 심장전문의이다.
특히, 악추린 박사는 지난 1996년 11월 5일 옐친 전 대통령의 심장수술(관상동맥 우회술)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유명세를 떨쳤다. 악추린 박사 주도하에 6명의 심장전문의는 7시간에 걸친 대동맥 수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옐친 대통령은 68분 동안 심장이 정지된 채 인공기관에 의해 혈액을 공급받았다.
옐친은 대선 2차 투표를 며칠 앞둔 6월 심장마비를 겪은 후 심장 수술을 받았다. 당시 그는 이미 5차례 심장마비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옐친은 수술받기 한 시간 전 핵가방을 비롯한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을 일시적으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당시 총리에게 이양했으며, 수술 후 꼬박 하루가 지난 뒤 눈을 뜨자마자 핵가방을 요구, 즉시 핵가방을 인수한 데 이어 7일부터 정상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소련과 러시아는 과거 레닌 집권기부터 최고 통수권자의 건강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해왔다. 옐친 수술 당시에도 심근경색 증세를 보일 때까지 감기나 과로 때문이라고 크렘린궁은 발표했다. 하지만 옐친 스스로 수술 하루 전 수술 내용을 공개하는 유례없는 조처를 했다.
1980년대 말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에게도 똑같은 수술을 집도했던 악추린은 “옐친 수술 당시 대통령이란 사실을 잊으려 노력했다. 나는 그를 단지 나의 환자 중 한 명으로 생각하려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악추린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예브게니 차조프 국립심장의학연구센터 부국장, 2017년부터 세르게이 보이초프 국립심장의학연구센터 외과 부국장을 역임했다. 생전 450개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의학계의 모범을 보였다.
악추린 박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 세 차례 방북, 요인의 수술을 했으며, 그때마다 김정일의 심장 수술을 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정작 악추린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악추린은 9일 모스크바의 트로에쿠로프스코예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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