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이후 진화하는 배터리···기술 개발 어디까지 왔나 [헤비톡]

유민환 기자 2024. 10. 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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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열폭주 막는 '퓨즈' 역할 신소재 개발
SK엔무브 등 액침냉각 기술 배터리 적용 논의
배터리 3사, 전고체 배터리∙보조안전장치 개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로 전소된 차량들. 뉴스1
[서울경제]

지난 8월 발생한 인천 청라 주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사고 이후 이차전지 열폭주를 억제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 관련 업체는 물론 정유업체 등에서 신소재, 차단 장치 개발부터 액침냉각 기술 적용까지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어 전기차 포비즘(공포증)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퓨즈처럼 전기차단...열폭주 억제 신소재 개발

LG화학(051910)은 1일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기반기술연구소 연구팀이 열폭주를 억제해 배터리 화재를 초기에 막는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포항공과대학교 배터리공학과 이민아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소재 해석을 진행했고,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안전성 검증에 함께 참여했다.

LG화학이 개발한 열폭주 억제 소재는 온도에 따라 전기 저항이 변하는 복합 물질로, 온도가 오르는 초기 단계에서 전기 흐름을 차단하는 ‘퓨즈’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열폭주 억제 소재를 배터리의 양극층과 집전체 사이에 머리카락 100분의 1 수준인 1㎛(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두께의 얇은 층 형태로 만들었다. 소재는 전지의 온도가 90∼130도 수준으로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즉각 반응해 결합 구조가 바뀌면서 전류의 흐름을 억제한다. 이후 온도가 내려가야 원래 전기가 통하는 상태로 돌아온다.

LG화학이 개발한 열폭주 억제 소재. 사진제공=LG화학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인은 열폭주로 알려져 있다. 전지 내부의 양극과 음극이 의도치 않게 직접 접촉해 단락(합선)과 발열이 발생해 화제가 발생하는 구조다. 수 초 만에 온도가 1000℃ 가까이 치솟으며 불이 나기 때문에 발열 초기에 빠르게 반응 경로를 차단하는 열폭주 억제 소재가 화재 방지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LG화학의 실험에서 모바일용 LCO(리튬∙코발트∙산화물) 배터리에 못으로 구멍을 뚫었을 때 일반 배터리는 전체 중 16% 만이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열폭주 억제 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전기차용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약 10kg의 무게추를 떨어뜨리는 충격 실험에서도 일반 배터리의 경우 모두 화재가 발생했지만, 열폭주 억제소재를 적용한 배터리는 70% 비율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고, 30%는 불꽃이 발생했지만 수 초 내로 꺼졌다.

LG화학은 모바일용 배터리에 열폭주 억제 소재 안전성 검증 테스트를 마치고, 내년까지 대용량 전기차용 배터리에도 안전성 테스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를 세계 최상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9월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배터리 적용 가능

액침냉각도 배터리 화재를 막는 주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액침 냉각은 고온의 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액체(플루이드)에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본래 데이터센터용으로 개발됐으나, 공기나 물로 열을 식히는 공·수랭식보다 냉각 효율이 높고 열을 잘 잡는 특징 때문에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액침냉각용 ZIC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담근 모습.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액침 냉각에 쓰이는 특수 액체는 고급 윤활유를 활용해 만들어진다. 이때문에 정유업계가 주도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2022년 국내 최초로 냉각 플루이드 개발 사업에 뛰어든 뒤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 가능한 냉각 플루이드 기술을 개발 중이다. GS(078930)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 냉각 전용 윤활유를 출시했고 완성차 및 2차전지 기업과 함께 액침 냉각 기술의 배터리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에쓰오일은 현재 액침냉각유 개발 작업의 마무리 단계인 실증 작업에 들어선 상태로, 향후 배터리 적용을 위한 제품 개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열 배출 안전장치···2027년 전고체 배터리

배터리 3사는 화재 위험이 현저히 낮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삼성SDI(006400)는 2027년,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산 시점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화재를 막는 다양한 기술도 연구∙개발하는 투 트랙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름 46㎜) 시리즈에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디렉셔널 벤팅은 셀 단계에서 배터리 내부 폭발 에너지를 외부로 빠르게 배출시켜 연쇄 발화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배터리 제조 이후에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이상 징후를 사전에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삼성SDI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삼성 배터리팩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에 작은 뚜껑 형태의 가스 배출 장치인 벤트(배출구)를 적용했다. 배터리 내부에 과도한 압력이나 가스가 축적될 경우 배출하도록 설계된 안전장치다. 배터리에 이상이 생기면 외부와 내부 간 에너지 흐름을 끊는 과충전방지장치(OSD)도 도입했고, 열 전파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고도화 중이다.

SK온은 양극과 음극 사이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아 화재 위험을 낮춘 Z폴딩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 기술은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접촉할 가능성을 최소화해 화재 발생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SK온은 셀과 셀 사이에 방호재를 넣어 열 전이를 억제하는 S팩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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