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대체 뭘 넣으라는 걸까…청바지 주머니 속 주머니, 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4. 9.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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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청바지의 오른쪽 앞주머니에 달린 여분의 작은 주머니다.

19세기 카우보이나 노동자들이 회중시계를 안전하게 넣고 다닐 수 있도록 청바지에 별도의 시계 주머니를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보통 항공·항만 분야에서 쓰는 리벳이 뜬금없이 청바지 주머니에서 등장하는 이유 역시 리바이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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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37] 청바지에 달린 작은 주머니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 ‘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 야심찬 발명과,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 [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고, 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워치 포켓은 정통 청바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 중 하나다. 있어도 쓸 곳은 없지만, 없으면 또 섭섭하다. [사진 출처=Jason Leung, unsplash]
명사. 1. 워치 포켓 2. 코인 포켓【예문】워치 포켓에서 원하는 동전만 꺼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워치 포켓(watch pocket)이다. 청바지의 오른쪽 앞주머니에 달린 여분의 작은 주머니다. 크기는 보통 너비 5㎝, 깊이 5~7㎝ 정도다. 동전 따위를 넣어 놨다가 바지 벗을 때 우수수 쏟아지게 만드는 주범이기도 하다.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MP3 플레이어 신제품 아이팟 나노를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에서 워치 포켓에서 제품을 꺼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 이 주머니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워치 포켓에서 아이팟 나노를 꺼내며) 자, 이제 알게 됐군요(well now we know).”

스티브 잡스가 남긴 수많은 제품 PT 중, 2005년 아이팟 나노 소개를 최고로 꼽는 사람도 많다. 워치 포켓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신제품이라니 ‘정말 통쾌했어요.’ [사진 출처=애플]
아이팟 포켓이 아니라 워치 포켓이라 불리는 이유는 실제로 시계를 넣고 다니는 용도의 주머니이기 때문이다. 19세기 카우보이나 노동자들이 회중시계를 안전하게 넣고 다닐 수 있도록 청바지에 별도의 시계 주머니를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더 정확히는 리바이스(Levi‘s)가 만들었다. 리바이스가 보유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1879년 청바지(당시에는 진jeans이 아니라 웨이스트 오버롤즈waist overalls라고 불렀다)에도 워치 포켓이 달려 있다.
정작 워치 포켓엔 회중시계도 들어가기 힘들어 보이는 게 함정이다. [사진 출처= Christopher P, pexels]
청바지 워치 포켓 주변의 금속 단추도 아니고 둥근 쇳조각 ‘그거’는 리벳(rivet)이다. 얇은 금속판을 이어 붙이는 용도로 쓰는 금속 징(대갈못)이다. 보통 항공·항만 분야에서 쓰는 리벳이 뜬금없이 청바지 주머니에서 등장하는 이유 역시 리바이스 때문이다. 청바지의 역사에서 무슨 일이 생겼다 싶을 때 리바이스를 찍으면 대충 맞는다.

1872년 독일 출신 유대인 이민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1829~1902)와 러시아계 미국인 재단사 제이콥 데이비스(Jacob Davis, 1831~1908)가 함께 금속 리벳을 이용해 작업용 바지 주머니의 내구성을 높이는 공정을 개발, 특허를 취득한다. 이듬해에는 리벳을 활용한 청바지 특허를 출원했다. 가장 미국다운 바지를 만든 두 사람이 독일계 유대인과 귀화한 러시아인이라니, 이 역시 이민자의 나라답다.

“준비됐어 리바이?” “물론이지 제이콥.” 오른쪽에 있는 귀찮은 표정의 그림이 바로 1873년의 역사적인 청바지 특허 US Patent No. 139,121다. [사진 출처=리바이스]
이제는 광산에서 청바지를 입고 주머니가 뜯어질 정도로 일하지 않는다. 회중시계를 쓰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청바지 리벳과 워치 포켓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150년쯤 지나면 원래의 목적이나 이유는 휘발되는 법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해야 하는 일이 된다. 그렇게 시간의 더께는 쓸모없어진 물건에 역사성과 정체성을 부여한다.
  • 다음 편 예고 : 카레가 담겨 나오는 램프 같은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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