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최초 '투수 4관왕 도전' 이렇게 끝나나, 시즌 아웃은 아니지만…김도영 MVP 적수가 없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에이스 카일 하트(32)의 외국인 선수 최초 투수 4관왕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시 한 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다. 투수 4관왕이 어려워지면서 MVP 레이스도 결국 김도영(21·KIA)의 독무대로 끝날 분위기다.
NC는 지난 14일 창원 LG전을 앞두고 좌완 투수 최성영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하면서 하트를 말소시켰다. 우측 햄스트링 통증 때문이었다. 지난 13일 검진 결과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가 않았지만 하트는 불편함을 느꼈고, 선수 보호 차원에서 엔트리 말소가 결정됐다.
하트는 지난 10일 수원 KT전에서 3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투구수가 53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지럼증을 느껴 3회말을 끝으로 내려갔다. 여기에 햄스트링 통증까지 겹쳤다.
NC의 시즌이 11경기밖에 남지 않아 하트의 시즌 아웃 가능성도 있지만 구단에선 복귀 시점을 보고 있다. 햄스트링 회복 여부에 따라 빠르면 21일 광주 KIA전부터 1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하다. 부상자 명단 소급 적용으로 복귀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그러면 시즌 종료 전 2경기 정도 추가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제 조건은 역시 하트의 몸 상태 회복이다. 하트는 지난달 초에도 감기 몸살 때문에 3주간 공백기를 가졌다. 처음에는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뛰는 것으로 보였지만 몸살 후유증으로 탈수 증세를 겪으며 수액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1군에 복귀한 하트는 4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삼진 29개를 추가, 단숨에 다승과 탈삼진 1위를 탈환했다.
1989~1991년 해태 선동열, 1996년 한화 구대성, 2011년 KIA 윤석민에 이어 투수 4관왕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탈삼진이 개인 타이틀로 시상이 이뤄진 건 1993년부터라 공식적인 기준 투수 4관왕은 구대성(다승·평균자책점·구원·승률), 윤석민(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단 2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희소성이 있다. 지난해 NC 소속으로 외국인 투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으로 MVP를 차지한 에릭 페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승률은 5위(.769)로 4관왕까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이탈로 하트의 4관왕 도전에 큰 변수가 생겼다. 평균자책점(2.44), 승률(.867) 1위는 유력하지만 다승과 탈삼진이 문제다. 다승은 삼성 원태인(14승)에 1승 차이로 뒤진 2위다. 탈삼진은 172개로 1위에 키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173개)에게 다시 1위 자리를 넘겨뒀다.
타고투저 시즌에 하트는 올 시즌 리그 최고 투수로 활약했다. 투수 4관왕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시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선 김도영의 MVP 대항마로 경쟁 구도를 형성했지만 이번 부상으로 레이스가 끝난 분위기다.
MVP를 사실상 확정한 김도영은 올 시즌 132경기 타율 3할4푼3리(508타수 174안타) 35홈런 101타점 131득점 39도루 출루율 .416 장타율 .638 OPS 1.054를 기록 중이다. 득점·장타율·OPS 1위, 홈런 2위, 타율 3위, 안타·출루율 4위, 도루 6위, 타점 8위에 랭크돼 있다. 역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최소 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 등 각종 기록으로 숱한 화제를 일으키며 KIA의 1위를 이끌고 있다.
만약 하트가 이대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면 MVP 2위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현재 151이닝으로 이 부문 11위인데 MVP 후보로는 이닝이 조금 아쉽다. 삼성 외야수 구자욱(32)이 시즌 막판 맹타를 휘두르며 MVP 후보로 명함을 내밀기 시작한 것도 변수다. 구자욱은 올 시즌 123경기 타율 3할3푼6리(476타수 160안타) 30홈런 109타점 88득점 12도루 출루율 .407 장타율 .609 OPS 1.016을 기록 중이다. OPS 2위, 타점·장타율 3위, 타율 5위, 홈런 6위, 안타·출루율 7위에 오르며 삼성의 2위 굳히기에 앞장서고 있다.
개인 타이틀은 어렵지만 공격 전 부문에서 10위 안에 들며 고른 활약을 하고 있다. 주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하위권으로 평가된 삼성을 2위로 이끈 점도 높이 평가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구자욱의 성적이 우리 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자욱이 중심 역할을 잘해준 덕분에 팀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3할에 30홈런과 100타점을 넘겼다. MVP 후보로 충분한 기록이다”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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