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평가 부담에 경제 전망 불투명…변동성 장세 지속[오미주]
지난주 경기 침체 우려로 1년반에서 2년반만에 최악의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던 미국 증시가 9일(현지시간) 반등했다. 증시 상승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단순히 낙폭 과대에 따라 매수세가 유입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현재 가장 불안해 하는 것은 경제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예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것은 팩트(fact)다. 문제는 이 경기 둔화가 소프트랜딩(연착륙)으로 귀결될지, 하드랜딩(경착륙)으로 악화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경기 침체가 처음에는 경기 둔화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지는 약화되고 있는 경제지표가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리쏠츠 자산관리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캘리 콕스는 미국 경제가 향후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들이 중요 결정을 미루고 관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앞으로 금리를 얼마나 인하하고 이 정책 변화가 미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더 분명히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지켜보자는 심리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경제지표가 혼란스럽게 나오고 있는 이유도 기업과 소비자들이 경제의 향방을 좀더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주요 의사 결정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또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 투자자들이 발표되는 경제지표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향후 수 개월간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지난 6일에 발표된 8월 고용지표는 기업들이 인력 관리에 있어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고용 증가폭은 급격하게 둔화됐지만 해고는 별로 늘지 않아 기업들이 신규 직원을 채용하지도 않고 기존 직원을 해고하지도 않고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몇 개월간 3개월 평균 고용 증가폭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보면 해고는 거의 늘지 않았다. 최근 노동부 데이터에 따르면 25~54세 사이의 미국인 중 약 81%가 일자리를 갖고 있는데 이는 20년만에 최고치다.
소비자들도 이직이나 주택 구입 같은 중요한 재정적 결정을 내리지 않고 관망하는 모습이다. 콕스에 따르면 여름에 직장을 그만둔 미국 근로자의 비율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면 올해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국채수익률 하락으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내려갔지만 지난 7월 잠정 주택 판매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준이 이달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모기지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주택 구매를 미루는 것이다.
콕스는 "현재 금리 수준은 높고 경제 전망은 어둡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 모두 일단 주요 의사 결정을 미루고 지켜보자는 심리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경제지표가 조금이라도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하게 나오면 예민하게 반응하며 주식을 팔아 치우고 있다. 콕스는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기다리는데 지친 것으로 보이고 성급히 경기 침체로 건너 뛰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주가가 급락한 뒤엔 낙폭 과대 판단에 따라 반발성 매수세가 유입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콕스는 경제가 어디로 향하는지 좀더 명확해질 때까지 이러한 변동성 장세는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도이치뱅크의 거시 전략가인 헨리 앨런은 지난주 S&P500지수가 4.3% 급락하며 지난해 3월10일 이후 최악의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매그니피센트 7의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매그니피센트 7은 5.4% 떨어진 반면 S&P500 기업에 가중치를 동일하게 부여해 투자하는 인베스코 S&P 동일 가중 ETF는 이보다 훨씬 적은 3.1%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는 매그니피센트 7 등 대형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증시 나머지 종목들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원인에는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증시가 다소 고평가됐다는 부담감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날 장 마감 후에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해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9% 가까이 올랐다.
이날 장 중에 애플은 아이폰 16을 공개했으나 주가는 0.04% 강보합에 그쳤다. 아이폰 16의 가격을 올리지 않은데다 AI(인공지능)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영어로는 다음달부터 이용 가능하지만 비영어판은 내년 언제쯤 나올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폰 16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어 하루 늦게 주가에 반영될 수도 있다. 애플이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했을 때도 하루 늦게 주가가 상승 반응하기 시작했다.
10일엔 별다른 경제지표나 기업 실적 발표가 없는 가운데 밤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부터 90분간 ABC 방송이 주최하는 TV 대선 토론이 진행된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개 토론에서 맞붙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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