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난 창문, 바닥엔 부탄가스…"법원도 당했는데" 떠는 주민들

김미루 기자, 김선아 기자 2025. 1. 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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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청사는 성한 데가 없었다.

지지자들 100여명이 우르르 향한 청사 후문 앞 '서울서부지방법원' 철제 현판은 두들겨 맞은 듯 구겨져 있었다.

주민들은 "법원도 저렇게 당하는데 나라고 안전하겠나"라며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다.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김모씨(68)는 깨진 법원 창문을 바라보며 "정말 판사를 해치기라도 할 것처럼 쇠꼬챙이를 들고 다니던데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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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인근 주민들 '공포'
19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청사. 후문 울타리 안쪽 청사 외벽을 이루는 타일과 창문이 산산조각 났다. /사진=김선아 기자


19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청사는 성한 데가 없었다. 간밤 폭동의 잔해가 수습되지 못한 채 적나라하게 남았다. 법원 청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습격당했다.

지지자들 100여명이 우르르 향한 청사 후문 앞 '서울서부지방법원' 철제 현판은 두들겨 맞은 듯 구겨져 있었다. 또 다른 현판은 아예 가로누웠다. 정문 출입구에 있는 셔터는 구부러졌다.

울타리 안쪽 청사 외벽을 이루는 타일과 창문은 산산조각 났다. 유리 조각이 우수수 떨어진 바닥엔 부탄가스 4통이 굴러다녔다. 점령 표시인 듯 부서진 외벽 틈으로 태극기 깃발 여러 개가 꽂혔다. 정문 앞 인도와 차도에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용한 듯한 손피켓과 은박 담요, 태극기, 성조기가 산처럼 쌓였다.

19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청사. '서울서부지방법원' 철제 현판 여러 개가 두들겨 맞은 듯 구겨져 있었다. /사진=김선아 기자

19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청사. 후문 울타리 안쪽 청사 외벽을 이루는 타일과 창문이 산산조각 났다. /사진=김선아 기자
아침 밝아도 쉰 목소리로 경찰·시민 향해 "꺼져라"
19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청사. 밤새 사용한 경찰 바리케이드도 파손된 채 널브러졌다. /사진=김선아 기자

이날 오전 8시에도 서부지법 앞에는 지지자들 100여명이 남아 있었다. 이들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3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 지지자는 쉰 목소리로 경찰 기동대를 향해 연신 소리를 질렀다. 태극기를 든 20대 남성은 경찰이 법원 쪽 통행을 막자 작게 욕설을 읊조리며 돌아갔다.

이들은 낮 1시부터 서부지법 앞에서 "부정선거" 구호를 외치며 다시 집회 및 행진에 나섰다. 신고되지 않은 집회였다. 오후 2시 기준 서대문역, 오후 3시쯤 광화문을 지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으로 향했다. 경찰 비공식 추산 행진 인원은 1000명가량이다.

19일 낮 1시부터 서부지법 앞에서 "부정선거" 구호를 외치며 다시 미신고 집회 및 행진에 나섰다. /사진=김선아 기자
"법원도 당하는데 난 안전할까"…주민들 '공포'
19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청사. 쓰레기 사이 경찰 '교통 통제 안내' 입간판이 버려진 모습. /사진=김선아 기자

주민들은 "법원도 저렇게 당하는데 나라고 안전하겠나"라며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다. 서부지법 근처 식당과 카페, 열린 화장실 곳곳에 태극기와 성조기, 손피켓을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포진하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과격한 언행을 보였다고 했다.

인근 주택에 거주하는 김모씨(68)는 깨진 법원 창문을 바라보며 "정말 판사를 해치기라도 할 것처럼 쇠꼬챙이를 들고 다니던데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용납을 못 할 수는 있어도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식당 직원 박모씨(60)는 "어제 손님이 꽉 찼는데 누구 1명이 구호를 외치니까 다들 '와' 하며 환호했다"며 "워낙 흥분해 있으니까 식당 직원인 우리는 엄청 무서운데도 아무 말 못 하고 입 꾹 다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도 밤 9시에 퇴근해야 하는데 밤 11시까지 기다렸다가 퇴근했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일대 오피스텔 입구 앞에서 "화장실에 가겠다"며 경비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나모씨(30대)는 "집 아래에서 사람들이 편의점이나 공터에 욕설이 많이 들리고 텐트 치고 있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며 "부모님은 무슨 일 있을지 모르니 집 안에만 있으라고 걱정하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퇴근길에는 도로가 통제돼서 차를 멀리 세우고 인파를 뚫고 집에 들어왔다"며 "오늘도 출근해야 하는데 대체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19일 오전 8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청사. 후문 울타리 안쪽 청사 외벽을 이루는 타일과 창문이 산산조각 났다. /사진=김선아 기자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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