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으로 본 세상] 간절곶 육각모래 해변, 기후변화로 사라진다

박근태 과학전문기자 2024. 9.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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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나라스페이스 공동기획
새해 일출로 유명한 울산 울주군 간절곶 남쪽 서생면 나사해수욕장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래가 유실되면서 백사장을 둘러싼 해안지대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지자체가 모래 유실을 막는 방파제(이안제)를 설치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방방콕콕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은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 남쪽에는 1㎞가량 펼쳐진 아담한 해변이 있다. 나사해수욕장, 나사리해수욕장으로 불리는 이 해변은 육각 결정의 모래로 유명하다. 각이 많이 있어 잘 달라붙지 않고 묻었을 때도 털어내면 먼지가 남지 않는다. 20년 가까이 나사 해변의 백사장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래가 유실되면서 백사장을 둘러싼 해안지대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지자체가 모래 유실을 막는 방파제(이안제)를 설치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공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의 어스페이퍼팀은 6일 지구관측위성 영상을 분석해 나사해수욕장의 백사장 면적이 이안제 설치 이후에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해변 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2018년 5월 이안제를 설치했다.

해안 침식은 자연적으로 파도, 밀물과 썰물, 인간 활동으로 해안선이 깎여 나가는 과정이다. 원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과 기상 이변의 빈도가 증가하며 해안 침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 나사해수욕장이 침식 ‘우려’ 등급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우려 등급은 침식으로 백사장과 배후지의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017년 7월과 2023년 5월 센티널-2호가 촬영한 나사해수욕장. 그래픽=나라스페이스 /ESA

◇이안제 설치 후 백사장 늘었다가 다시 줄어

분석팀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유럽우주국(ESA)의 지구관측위성인 센티널-2가 찍은 나사해수욕장 위성 사진을 분석했다. 올해는 이 위성이 촬영한 나사해수욕장 사진이 없어 분석에서 뺐다. 영상을 보면 2017년 7월과 2023년 5월 해안가 백사장 일부가 줄어든 모습이 눈에 띈다.

해양수산부가 제공하는 연안통합지도에 따르면 나사해변은 해수욕장 구역과 항구 구역으로 나뉜다. 이안제는 해수욕장 구역에만 설치됐다. 해수욕장 구역은 7년간 항구 구역과 비교했을 때 모래 면적 변화가 확연히 눈에 띈다. 이안제가 설치된 직후 해수욕장 구역은 설치 전과 달리 모래 면적이 증가하는 추세로 변화했다. 2020년은 2019년보다 모래 면적이 30% 이상 늘었다.

하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팀은 이안제가 설치된 해수욕장 구역은 2018년 이후 모래 면적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면서 일시적인 완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2020년 이후 전체 면적이 다시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안제가 영구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항구 구역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차 연안정비 사업이 진행됐다. 그 뒤 2020~2022년 모래 면적이 줄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갑작스럽게 면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나사해수욕장과 나사항의 연간 모래 면적 변화. 이안제가 설치된 해수욕장 구역에선 드라마틱한 면적 변화가 포착됐다. 그래픽=나라스페이스
나사해수욕장 연간 전체 모래 면적 변화. 2018년 이안제 설치 이후 늘었던 면적이 2023년 들어 다시 급감했다. 그래픽=나라스페이스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으로 바다와 육지 식별

인간의 눈은 사물에서 반사된 빛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바다가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바닷물이 파란 빛을 가장 많이 반사하기 때문이다. 위성은 사람의 눈이 인식하지 못하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인식해서 지구의 변화를 관측한다. 위성에 실려 있는 광학센서는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부터 눈에는 보이지 않은 적외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감지한다. 센티널-2 위성에는 해상도 10~60m 광학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가시광선, 근적외선, 단파 적외선 스펙트럼 같은 다양한 빛을 탐지한다.

이번 분석에는 인간의 눈이 인식하는 것과 같은 적·녹·청(RGB) 가시광선과 함께 근적외선, 중적외선이 활용됐다. 지상에서 반사된 가시광선과 적외선은 땅에서 자라는 육지와 바다를 구별하는 것은 물론 식물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가령 물이 가시광선을 잘 반사하고 근적외선이 물이 아닌 다른 물체는 잘 반사하는 성질을 활용해 바다 같은 물을 탐지한다. 또 땅은 건조한 토양이 중적외선을 잘 반사한 성질을 이용해 구분한다. 분석팀은 구름이나 그림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육지와 바다를 더 정확하게 식별하기 위해 영상의 화소(픽셀)를 흑과 백으로 명확히 나누는 알고리즘인 오츠(Otsu) 임계값을 사용했다. 다양한 파장의 빛 정보에서 더 명확하고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는 기법이다.

분석팀은 물과 토양, 식생의 명확한 경계를 바탕으로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는 해안선을 추출했다. 7년간 해안선의 변화를 살펴보면 해안선 변화를 추적하고 침식 요인과 속도도 추산할 수 있다.

위성 영상은 지상의 식물 상태나 바다나 강, 호수 같은 물을 구별하는데 활용된다. 근적외선과 녹색빛을 이용해 땅과 물을 구별하고 빨간빛과 근적외선으로 식물의 밀도와 건강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나라스페이스

◇전국적으로 백사장 사라지고 있어

나사 해변은 한시적으로 보통 등급을 받았던 지난 2017년을 제외하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심각과 우려 등급을 번갈아 받았다. 해수부는 침식상태정도, 국부침식정도, 배후취약정도 등 평가항목을 나눠 연안침식현황 등급을 분류하고 있다.

울주군은 2021년 연안침식 현상을 늦추기 위해 100m 길이의 이안제를 추가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는 방파제나 바다 아래에 설치된 수중 방파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변에 인위적으로 모래를 공급해서 면적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해안 침식은 나사 해변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삼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5월 동·서해안의 54개 해변의 침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침식 사면이 2m 이상 발생했거나 토양까지 드러난 곳은 18곳이 확인됐다. 해변 34곳에서는 침식 저감 시설을 설치했는데도 침식과 구조물 무너짐 현상이 발견됐다.

침식 원인은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위성 영상을 사용하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나는 해안 침식 상태를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어스페이이퍼팀은 “나사해수욕장처럼 연안 주변의 개발 사업과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침식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위성 분석과 같은 원격탐사 기술은 해안 환경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해안 침식의 영향을 추적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고 했다.

7년간 나사해수욕장의 해안선 변화. 이안제 설치 구역은 항구 구역에 비하여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그래픽=나라스페이스 /ESA

참고 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해양수산부 연안침식 보고서, https://coast.mof.go.kr/coastKnowledge/coastDatum.do?data_type=1

녹색연합 보고서(2024) https://www.greenkorea.org/activity/ecosystem-conservation/%ed%95%b4%ec%96%91/106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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