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무대 마친 '홍텐'이 후배에게…"내가 당한 거 복수해주길!"
"저의 춤 인생, 이제 마지막 챕터로…도전할 기회 흔치 않아"
(파리=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최고령 선수인 '전설의 비보이' 김홍열(39·도봉구청)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공연을 마친 뒤 자유를 느꼈다.
김홍열이라는 이름보다 '홍텐'(Hongthen)이라는 활동명으로 유명한 그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남자 조별리그 C조 3경기 가운데 2개 라운드를 따내 조 3위로 8강 티켓을 얻지 못했다.
김홍열은 조별리그에서 총 27표를 얻어 조 2위인 네덜란드의 레이라우 데미러(Lee·29표)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따낸 라운드 수는 2-4로 밀렸다.
김홍열은 조별리그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서 "이제 막 끝났는데 역시 아쉽다. 조금이라도 올라가고 싶었는데, 8강까지는 가고 싶었는데 안 돼서 아쉽다. 그래도 1년 넘게 계속 노력해서 달려왔는데 끝났다. 이제 자유라는 생각이 든다"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전했다.
경력 23년의 '춤신'에게도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주는 압박감은 강렬했다.
김홍열은 "요새 긴장을 많이 안 해서 올림픽에서도 그런 컨디션 그대로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긴장했다. 무대도 멋있고, 이쪽저쪽으로 오벨리스크와 에펠탑이 보이는 배경도 멋있다. 그래서 더 긴장했다"고 했다.
이어 "처음 춤을 시작했을 때 이걸로 외국을 갈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 사실 스포츠에 문외한이라 올림픽도 잘 모른다. 거기를 내가 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더라"면서 "다음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이면 다음 세대가 나올 텐데, (정식 종목) 그게 안 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브레이킹은 2028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1984년생으로 이제 불혹을 앞둔 김홍열이라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에서 브레이킹이 부활한다고 해도 선수로 참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김홍열은 "조금 더 무리해서 준비했다. 브레이킹이 솔로 배틀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하는 것도 있다. 그러면 부담을 나눌 수 있는데, 혼자 짊어져야 해서 힘들더라"며 "그럴 때마다 '한 달 뒤면 자유다, 며칠 뒤면 자유다, 몇 시간 뒤면 자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버텼다"고 털어놨다.
이날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고배를 마신 히로10(일본)은 경기 막판 울면서 춤추기도 했다.
눈물 한 방울 없이 경기를 마친 김홍열은 "충분히 그 감정 이해한다. 저도 여기 오기 전부터 올림픽 끝나는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더라. 다들 노력했을 텐데, 그 결실이 기대에 못 미치니까 눈물이 나는 것 같다"면서 "물론 노력은 제가 제일 많이 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다만 "그 친구들은 미래가 있고, 저의 춤 인생은 거의 마지막 챕터에 다가가고 있다. 이제는 도전할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다"는 말로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하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홍열은 "제가 나이는 많은데, 체력은 좋다. 그건 밀리지 않을 자신 있다. 그런데 젊은 선수보다 에너지에서 밀리더라. 젊은 선수들은 기량이 증가하는데, 나는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홍열은 첫 경기에서 데미러에게 라운드 점수 0-2로 패했다.
다음 경기인 가에탕 알린(Lagaet·프랑스)과 제프리 루이스(Jeffro·미국)를 상대로는 라운드 점수 1-1로 선전했다.
김홍열은 "첫 단추가 잘 안 맞았다. 약간 긴장해서 잘 안됐다. 첫 경기 두 번째 라운드는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심사표 보니까 졌더라. 그 순간 딱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오더라"고 탈락의 감정을 담담하게 말했다.
우선 한국에 돌아가면 치킨이나 떡볶이 등 참았던 음식을 마음껏 먹고,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김홍열은 춤 인생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관심 많이 가져줘서 어린 친구들이 더 생겼으면 한다. 어린 친구들만 따지면 우리가 많이 뒤처진 상태"라고 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브레이킹 선수가 계속해서 등장하나 그들과 겨룰 우리나라 선수는 줄어들고 있다.
김홍열은 "직업을 선택할 때 돈을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우리도 열정을 쏟을 분야에 도전할 길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물어보자 김홍열은 씩 웃으며 가슴에 품었던 말을 꺼냈다.
"후배들, 제가 여기서 당한 거 다 복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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