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아닌 실력으로 ‘양궁신화’ 썼다
올림픽 경험 전무한 대표팀
세 차례 선발전 통과 자부심
‘폐 끼치지 않겠다’ 고된 훈련
“금 아니면 억울했을 것 같아”
한국 양궁이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이룬 순간 선수들의 눈가에선 눈물과 미소가 동시에 엿보였다.
선배들이 시작한 금빛 전통을 자신들이 망치지 않았다는 안도감, 꿈이라 여겼던 첫 올림픽 무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기쁨이 교차하는 듯했다.
전훈영(30·인천시청)과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이 힘을 합친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특설 사로에서 끝난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슛오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세트포인트 5-4로 꺾었다.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10연패였다.
선수들은 지독한 부담감이 자신들을 하나로 묶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느 때와 달리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첫 올림픽 출전이라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지난 대회 3관왕 안산도 대표팀 선발전 벽을 넘지 못했다.
가장 나이가 많지만 이름값이 가장 낮았던 전훈영은 “솔직히 나라도 그런 걱정을 했을 것 같다. 진짜 (국제대회에서) 못 보던 선수 아니냐”면서 “선발전을 통과했다는 자부심, 다른 선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더 훈련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금메달이 확정되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말했다. 대표팀 에이스 임시현도 “이 메달의 무게가 무겁고 참 좋다”고 안도했다.
선수들이 버틴 원동력은 흘린 땀의 무게였다. 세 차례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뒤 진천선수촌에서 자신을 입증하는 고난을 극복했다는 믿음이 있었다. 올림픽 경험이 전무한 대표팀 구성을 두고 나온 우려에 양궁협회 관계자는 “그게 한국 양궁의 원칙이고, 그 원칙이 한국 양궁의 힘”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인 임시현은 “우리가 노력한 것이 무너지면 안 되지 않나. 에이스라고 불러주시는 것에 감사했지만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쳤다”고 말했다. 전훈영도 “정말 다들 노력했기에 금메달을 못 따면 더 억울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슛오프 때 중국과 27-27 동점인 상황에서 경계선에 꽂힌 전훈영과 임시현의 화살이 10점으로 판정받으며 금메달이 확정됐다.
임시현은 “모두가 노력한 게 이 한 발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고 강조했다. 남수현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꿈꾸던 파리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이라며 “언니들과 힘을 합쳐 10연패라는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한국 양궁이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킬지는 모른다. 다른 나라들의 실력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데, 우리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한국 양궁의 무시무시한 원칙에 따라 다음 올림픽 대표팀이 또 이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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