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떠난 한국인 가족, 美공항서 3만5000달러 압수…무슨 일

김민중 2024. 7.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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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북동부 한 공항. 인천공항을 떠나온 최모(60)씨와 아내·아들·딸 등 4인 가족은 입국 수속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현금을 미 세관에 압수당했다.

미 관계법령에 따르면 1만 달러(1388만원 안팎) 상당 이상의 미화·외화를 소지한 채 출입국할 경우 미리 미 세관에 신고해야 하는데, 최씨 가족은 한 사람당 약 9000달러씩 총 3만5000달러를 들고 들어가면서 신고를 안 한 것으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풀려나는 조건으로 3000달러를 추가로 내야 했다. 최씨 가족은 “단순한 장기 여행 경비로 현금을 가져갔다가 현지의 관련 규정을 몰랐던 탓에 봉변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액의 현금을 들고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현지 세관에 해야 할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돈을 뺏기는 등의 처벌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원화 혹은 외화 상당액을 소지한 채 한국을 출국하고 해외 국가로 입국하려는 국민은 한국 세관과 현지 국가의 세관에 각각 신고해야 한다. 마약·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화폐 밀반출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최근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밀반출입할 고의가 없더라도 신고는 필수다. 관련 규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예외일 수 없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국과 현지 국가 모두에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거나 한국에만 신고하면 자동으로 현지 국가에도 신고되는 줄 아는 국민이 많다”며 “양쪽 모두 신고해야 하므로 여행하기 전에 관련 규정들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선 한국을 출국할 때는 외국환거래법 17조 등에 따라 1만 달러 상당을 초과하는 외화·원화·원화표시여행자수표·원화표시자기앞수표 등을 소지할 경우 국내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만일 해당 규정을 어기면 위반 금액이 1만 달러 초과 3만 달러 이하일 경우 5%를 과태료로 납부해야 하고, 위반 금액이 3만 달러를 초과할 경우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갈수록 국내 세관에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아 적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간 적발 건수는 2021년 369건→2022년 537건→지난해 678건을 나타냈다. 올해는 더 늘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 여행객이 많이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한 번 나갈 때 ‘한 달 살기’ 등처럼 장기 체류하는 경우가 늘어 덩달아 고액의 현금을 가지고 나갔다가 걸리는 사례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라 여행객이 평균적으로 소지하는 현금액이 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세관보다 더 주의해야 할 건 해외 국가 세관이다. 국가마다 신고 의무 기준이 달라서다. 이 때문에 최근 현지에서 적발되는 한국 여행객 수가 증가세인 것으로 관세청은 보고 있다.

신재민 기자


인기 여행지인 일본의 경우 출입국 시 100만 엔(886만원가량) 상당을 초과하는 엔화나 외화(원화 포함) 현금·수표·약속어음·유가증권을 소지할 경우 일본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1㎏을 초과하는 순도 90% 이상의 금을 소지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은 더 엄격하다. 1500만 동(약 82만원)을 초과하는 베트남화 현금 혹은 5000달러(694만원 수준) 상당 초과 외화 현금을 가지고 드나들 때 현지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필리핀은 5만 페소(118만원가량) 이상 필리핀화 현금·수표·유가증권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외화는 1만 달러 상당 초과일 경우 신고 대상이다. 태국의 경우 5만 바트(약 191만원)를 초과하는 태국화 현금을 가지고 태국을 떠날 때 세관 신고와 별도로 태국 중앙은행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외화는 1만5000달러 상당 이상일 경우 신고 의무가 있다.

세종=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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