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코리아!”…독일 ‘벽’ 넘은 한국 여자핸드볼, 외국 관중까지 매료시켰다
독일은 마치 장벽 같았다. 그것도 아주 높은. 그러나 한국이 오르지 못할 벽은 아니었다. 한 번에 멋지게 뛰어오를 필요는 없었다. 끈질기게 기어서라도 오르면 됐다. 한국은 그렇게 독일이란 벽을 넘어섰다.
한국은 25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핸드볼 A조 1차전에서 독일을 23-22로 꺾었다. 경기 전까지 한국의 승리를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선수들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 4위를 마지막으로 점점 세계 변방으로 밀려났다. 독일전 마지막 승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그 뒤론 승리를 따낸 기억이 없다.
여자핸드볼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 유일의 단체 구기 종목이다. 하나뿐인 단체 구기 종목이라서 국민의 관심이 더 클 법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기대를 받을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직전 세계선수권에서 22위에 그쳤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불운하기까지 했다. 파리 대회에서 독일,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강호들과 한 조에 묶였다. 1승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전반전, 한국은 예상과 달리 우세한 경기력으로 독일을 밀어붙였다. 독일 수비수들의 신장은 대부분 180cm 이상이다. 가장 키가 큰 라이트백 비올라 로이히터의 키는 187cm다. 반대로 한국의 주포 강경민의 키는 165cm다. 몸으로 부딪쳐선 이길 수 없었다.
한국은 스피드와 팀워크에서 독일을 앞섰다. 특히 강경민이 장신 선수들 속에서 재빠른 몸놀림과 감각적인 슈팅으로 한국에 주도권을 안겼다. 11-10, 1점 차 앞선 채로 전반전을 마친 한국은 후반전 독일의 탄탄한 수비와 속공에 고전하며 4점 차까지 밀렸다.
팀이 힘들 땐 ‘에이스’ 류은희가 나섰다. 17-19에서 추격 골을 터트렸고, 결정적인 패스로 강은혜의 19-19 동점 골을 도왔다. 경기 막판엔 박새영의 선방쇼가 펼쳐졌다. 22-21에선 강경민의 천금 같은 추가 골까지 터졌다.
한국이 후반전 4점 차 열세를 극복할 때 경기장은 ‘코리아’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한 뼘 이상 큰 독일 선수들을 상대로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던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에 한국 관중뿐 아니라 외국 관중까지 한목소리로 코리아를 연호했다.
23-22, 경기 종료 버저가 울렸다. 한국 선수들은 마치 금메달이라도 딴 듯 쏟아져 나와 부둥켜안았다. 관중들은 모두 기립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팬들의 무관심이 익숙했던 선수들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그 눈물엔 정말 많은 것이 담겼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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