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을 뒤로 침착했던 한동훈 당선 순간…무대 밑에선 "당대표님!" [한동훈 지도부 출범 ②]
결과 발표 전·후 모두 무표정으로 일관
떨리는 손으로는 연설문 숙지
"민주당, 민심과 함께 제지하고 심판할 것"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23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어두운 표정으로 발표를 기다리던 경쟁 당권주자 나경원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발표 후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한동훈 후보는 당선 발표 후에도 표정 변화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결과 발표 전부터 무대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있던 100여명의 한동훈 후보 지지자들은 발표가 끝나자마자 1000평이 넘는 행사장을 꽉 채울만한 함성소리와 함께 '당대표님!' '한동훈!'을 외치며 격한 응원을 보냈다.
한동훈 후보는 이날 득표율 62.8%로, 총선 참패로 비상대책위원장에서 사퇴한 지 103일 만에 당대표로 복귀했다. 경선 과정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발언 논란이 있었지만,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62.7%, 일반 국민여론조사에서 63.5%로 모두 60%를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차지하며, 무리 없이 당대표로 당선됐다.
당선이 확정된 뒤 한 후보는 서병수 선관위원장과 악수 후 가장 가까이 서있던 윤상현 후보를 시작으로 나경원·원희룡 후보와 악수·포옹을 나누며 그간의 치열했던 경선을 함께 마무리했다. 이에 나 후보도 어색하게 짓던 미소를 뒤로 한 채 환한 미소로 축하한 뒤 최고위원 후보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최고위원 당선인들의 수락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연설문을 들고 대기하던 한동훈 당선인의 손은 엄청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긴장된 손놀림으로 연설문을 빠르게 훑으며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겉으로 내비치진 않았지만, 그간 승리를 자신한 것과는 다르게 그 역시 결선투표 없이 1차에서 바로 당선된다는 결과를 100% 확신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원 후보 또한 예상치 못했는지 씁쓸한 표정으로 퇴장 계단이 아닌 입장 계단으로 퇴장을 하며 목에 걸린 당대표 후보 목걸이를 반납했다. 이후 조용히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한 후보의 수락 연설 차례가 되자 지지자들은 그의 이름을 연신 외쳐댔다. 그의 모습을 남김없이 담아가겠단 의지인지 휴대폰을 계속 든 채 수락 연설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았다.
단상 앞에서는 몇 분 전과는 대비되게 침착한 모습으로 수락 연설을 이어갔다. 먼저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입니다"라며 입을 뗐다. 그러자 무대 밑에서는 "와아아"하는 함성소리가 퍼졌다.
한 후보는 "오늘 우리는 미래로 간다. 변화를 시작한다. 선택해주신 그 마음 잘 받들겠다. 내가 잘하겠다"라며 "끝까지 함께해 준 윤상현·원희룡·나경원 세 후보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세 분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하고 큰 정치인이고 자산"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 모두는 정말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론 과열되기도 했고, 갈등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 당원 동지 여러분이, 국민들이 마음 아파하고 때로는 화나고 걱정하고 힘든 한 달을 보내줬다는 것 알고 있다"며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국민의힘은 이견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다. 우리는 갈등과 대립의 치열한 토론과 설득을 얻고 민주적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전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패한 후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한 발언을 언급했다. 선거 과정 내내 그가 내세웠던 '당 화합'에 대한 의지는 변함 없단 것으로 분석된다.
한 후보는 "그 한마디가 치열했던 경선 과정에 균열을 메웠고 상처를 봉합하는 한마디가 됐다. 그래서 보수 정권이 연속으로 집권하는 밑거름이 됐다"며 "나도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만 맡겨두지 않겠다.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들과 함께 가겠다.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후 당기를 건네받은 한 후보는 그제서야 안심이 된 듯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기를 거침없이 흔든 후 당기를 손에 꼭 쥔 채 최고위원 당선인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상당히 숨 차 보이는 모습으로 입장해 물부터 찾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중간 중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지쳐 보이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게 드러나며 크게 기뻐하는 듯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당무 과제에 함께 선거를 뛰었던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가 아쉽게 탈락하면서 당선의 기쁨을 오롯이 만끽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예방 일정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찾아가 봬야 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지금 행사장에서 바로 와서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지는 않은 상태다. 당정관계를 생산적으로 하기 위해 자주 소통할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특검법 회부' 검토 언급과 관련해서는 "그런 억지 협박으로는 나와 우리 국민의힘이 새로운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검이 뭔지 아느냐. 의혹이 있어서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은) 그냥 나를 어떻게든 해코지 하겠단 목적 말고는 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이어 "특검하겠다는 것이냐. 그게 협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억지 협박으로 나와 국민의힘이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고 출발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이 다수 의석를 집권여당의 필리버스터 전선에도 불구하고 법안 강행 처리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집권여당이 소수당이었을 때 꼭 좋은 정치를 못하지 않았다. 좋은 성과를 낸 적 있다"며 "(그건) 집권여당이 민심과 한 편이 됐을 때다. 난 그렇게 변화할 것이고 저렇게 (민주당이) 막 나가고 있지 않느냐. 저런 부분을 민심과 함께 제지하고 심판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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