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아메리칸 드림"…'39세 흙수저'가 파트너, 트럼프 노림수 [Who&Why]

김형구 2024. 7.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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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15일(현지시간)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이 전당대회가 열린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행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신이야말로 저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J D 밴스(39)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을 낙점한 뒤 전화를 걸어 했다는 말이다. 밴스 의원은 15일(현지시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첫 언론 인터뷰(폭스뉴스)에서 트럼프가 자신을 택한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조금 넘어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밴스 부통령 후보 낙점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오랜 숙고 끝에 저는 미국 부통령직을 맡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J D 밴스 상원의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막한 전당대회 현장에서 오후 4시 37분쯤 부통령 후보 지명자가 공개될 것으로 전해졌는데, 트럼프가 1시간여 앞서 SNS로 깜짝 공개한 셈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주요 인사나 현안에 대한 발표를 SNS로 갑작스럽게 발표하곤 했다.

트럼프는 “밴스 상원의원은 해병대에서 명예롭게 조국을 위해 복무했고 오하이오주립대를 2년 만에 수석 졸업했으며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예일 법률저널 편집장, 예일대 법학 재향군인회 회장을 역임했다”고 소개했다.


불우한 어린 시절 듣고 성공 스토리


J D 밴스라는 이름은 풀네임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에서 이름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흙수저 출신의 밴스 상원의원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온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 오하이오 남서부 소도시 미들타운의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가 이혼한 뒤 할머니 보호 아래 성장기를 보냈다.

해병대 복무 시절 이라크 파병을 포함해 5년간 사병으로 복무한 뒤 오하이오 주립대(정치학ㆍ철학), 예일대 로스쿨 과정을 마쳤다. 이후 변호사,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자수성가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원제 ‘힐빌리 엘레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힐빌리’는 미 북동부에서 남쪽으로 뻗은 애팔래치아 산맥에 사는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뜻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J D 밴스 상원의원이 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손을 들어 공화당 대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버 트럼프 가이’에서 ‘트럼프 충성파’ 변신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만큼이나 트럼프와의 관계도 극적이다. 밴스는 2016년 트럼프가 처음 대선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공화당 내 강력한 비판자 중 하나였다.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에 비유한 적도 있다.

“저는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는 사람”이라며 ‘네버 트럼프 가이’를 자처했던 밴스는 2020년 대선 때 트럼프를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추앙하면서 ‘트럼프 키드’로 180도 변모했다. 그 뒤 2022년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트럼프의 지원 속에 당선되는 과정에서 완벽한 ‘트럼프 충성파’가 됐다.


트럼프의 노림수 ①변치 않을 충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2기 동행 파트너로 밴스를 낙점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충성도가 최우선 고려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밴스 의원과 가까운 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설득이 트럼프의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고 한다. 트럼프가 최근 며칠간 밴스 의원을 비롯해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 최종 압축 후보를 놓고 고민이 깊었을 때 트럼프 주니어는 “밴스가 ‘트럼프 어젠다’의 진정한 신봉자”라며 강하게 권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밀워키 전당대회에서도 “밴스의 인생사는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라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때는 트럼프 본인이 공화당 내 기반이 약한 비주류였던 만큼 보수 핵심 가치를 표방하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취약점을 상쇄하는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번에는 사실상 공화당을 ‘접수’하고 최대 주주가 된 트럼프가 집권 2기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같은 길을 갈 충성심이 제1의 판단 잣대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도착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J D 밴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노림수 ②‘MAGA 후계자’


또 이민ㆍ경제ㆍ외교 등 여러 현안에서 트럼프와 거의 같은 노선을 추구하는 만큼 ‘미국 최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추구하는 트럼프의 레거시를 충실하게 이행할 카드로 판단했을 수 있다. 밴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에 반대하고 초강경 이민 정책과 ‘관세 폭탄’ 정책을 지지하는 등 트럼프 공약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 그래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ㆍ마가)’ 어젠다를 가장 강력하게 펴나갈 인사로 평가돼 왔다.

낙태 이슈와 관련해서도 가톨릭 신자 세례를 받은 밴스는 과거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를 지지했는데, 최근에는 “각 주(州)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는 트럼프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밴스는 트럼프가 절실하게 찾던 마가 후계자 자격을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노림수 ③경합주 표심 공략


밴스가 미 북동부의 쇠락한 러스트벨트(공업지대)인 위스콘신ㆍ미시간ㆍ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주의 유권자 표심 공략에 최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소외된 미국인의 상실감을 현실감 있게 그린 『힐빌리의 노래』가 출간돼 공전의 히트를 하던 2016~2017년은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백악관 입성에 성공하던 때다. 『힐빌리의 노래』는 저학력ㆍ저소득 백인 남성층 사이에 일던 ‘트럼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꼽혔다.

그만큼 밴스는 소외 계층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이 넓다는 평을 받아 왔다. 트럼프가 이날 SNS 글을 통해 “(부통령 후보가 된) 밴스는 이제 선거운동 기간 동안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ㆍ오하이오ㆍ미네소타와 그 너머에 있는 미국 노동자ㆍ농민들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한 것에서도 경합주 표심 공략을 바라는 의중이 읽힌다. 밴스가 예일대 로스쿨 재학 때 만나 결혼한 부인 우샤 칠루쿠리 밴스는 인도 이민자의 딸이라는 점에서 소수계 유권자 외연 확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이 쓴 책 『힐빌리의 노래』(원제 ‘힐빌리 엘레지’) 표지. AP=연합뉴스


트럼프 노림수 ④바이든 ‘고령리스크’ 공략


39세로 밀레니얼 세대인 밴스는 맞상대인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에 비해 20세, 조 바이든(81) 대통령에 비해선 43세 젊다. 30대 ‘젊은 피’의 에너지와 패기를 앞세워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고령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파고들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공화당이 ‘트럼프ㆍ밴스 조합’을 완성하자 민주당 소속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밴스 공격에 화력을 집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 후보자 지명 소식이 공개된 이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밴스는 노동자 계층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제 그는 트럼프와 함께 부자 감세, 중산층 증세를 진행하려 하다”며 “그들이 그런 일을 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라스베이거스 방문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서는 밴스 의원에 대해 “현안에 있어 트럼프의 복제인간”이라며 “차이를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밴스 의원에게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고 한다. 해리스는 자신이 건 전화를 밴스가 받지 않자 부통령 후보 선출 축하 메시지와 함께 CBS 뉴스가 제안한 토론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음성함에 남겼다고 CNN은 보도했다.

밀워키=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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