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SK그룹, 불확실성에 공모 회사채 발행 중단

임정수 2024. 7. 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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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이후 공모채 발행액 '제로'
자금 급한 계열사는 소액 사모채로 자금 확보
계열사별 운명 명확해질 때까지 채권발행 최소화

SK그룹이 사업 구조조정과 리밸런싱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공모 회사채(공모채) 발행을 중단했다. 회사채는 수년간 SK그룹의 핵심 자금 조달 수단인데 올해 6월부터 1개월 이상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리밸런싱 방향성과 전략이 명확해지기 전에는 그룹 계열사들이 채권을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사옥.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올해 7조 넘는 채권 발행‥최근 1개월간 공모채 0원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 들어 7월 초까지 총 7조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공모채·사모채 합산)를 발행했다. 국내 채권 발행 규모로는 여전히 대기업 그룹 중 1위를 기록 중이다. 국내서 두번째로 회사채를 많이 발행한 LG그룹(4조2700억원), 세번째인 롯데그룹(3조4700억원)과는 거의 3조~4조원 차이를 보인다. 전체 채권 발행액을 월별로 환산하면 매월 1조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한 셈이다.

그러던 SK그룹이 6월부터 공모채 발행을 뚝 끊었다. 일부 자금이 급한 계열사들이 사모로 회사채(사모채)를 발행해 소액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태다. 6월과 7월에 SK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사모채 총액(신종자본증권 제외)도 18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SK렌터카(800억원), SK아이테크놀로지(750억원), SK어드밴스드(300억원)가 비교적 적은 액수의 사모채를 발행한 게 전부다. 공모채 발행은 한 건도 없었다.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등은 유류세 납부 등을 위해 당좌수표를 유동화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SK에너지가 지난달 초 당좌수표를 유동화해 63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SK인천석유화학도 당좌수표를 활용해 720억원을 조달했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SK그룹이 그룹 리밸런싱에 나선 이후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 계열사가 급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 이외의 대안 자금조달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적자 누적과 차입금 확대로 어려움을 겪는 SK온은 최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5000억원어치를 사모로 발행했다. 영구채는 채권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 등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실트론 지분에 대한 토털리턴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영구채를 인수했다.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SK증권 등이 영구채 인수에 참여했다.

그룹 리밸런싱 '불확실성' 해소때까지 상황 지속

SK온은 수년간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고, 4년간 누적 적자가 2조원을 넘어서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자체 신용도로 공모 회사채를 계속 발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해 9월부터 기업어음(CP) 등의 단기 자금에 의존해 자체 운영자금을 확보해 왔다. SK온의 CP 잔액은 지난해 9월 중순까지 0원에서 최근 6050억원으로 증가했다.

SK온에 대규모 재무적 지원을 해 온 SK이노베이션도 공모채를 계속 발행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SK온에 투입한 자금만 매년 수조원에 달했다. SK온에 투자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본업인 정유 및 화학 사업이 부침을 겪고, SK온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재무상황이 동반 악화했다. 지주사인 SK도 SK하이닉스의 장기 부진과 SK온의 실적 개선 지연으로 차입금이 불어나 있어 더 이상의 계열사 지원을 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SK그룹의 리밸런싱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전에는 계열사들이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로 채권을 발행하려면 증권신고서 공시와 수요예측 등의 공모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계열사별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수요 확보, 금리(채권 가격) 결정 등이 쉽지 않다.

IB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에는 대규모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급한 자금이 필요한 계열사는 사모로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단기 자금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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