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터널공사로 설악산 지하수 유출 심각…생태계 파괴 우려"
철도공단 "환경부 협의 따라 차수 공법 적용·모니터링 시행 중"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27년 개통되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 구간 중 설악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터널 공사로 인한 지하수 다량 유출과 청정 하천 오염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여전히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31일 "백담2터널 공사로 인해 많은 양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경사갱 인근 북천 상류가 오염되고 있으나 적극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백담2터널은 총길이 14.022㎞의 초장대 터널로 설악산과 백두대간을 관통한다. 본선 터널을 뚫기에 앞서 지난해 여름부터 경사갱 굴착 공사 중이다.
경사갱은 본선 터널과 터널 외부의 지표면을 연결해 화재나 비상시 사람이나 차량이 이동할 수 있도록 일정한 경사도를 두고 설치하는 보조터널을 뜻한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이 경사갱을 뚫는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산 위에서부터 암반 지대를 뚫고 내려가다 보면 지하수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그 양이 상당함에도 비용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지하수 유출을 막을 '차수 공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찬우 학회장은 "사업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과 환경부 간 지하수 유출량이 하루에 1m당 0.7t이 넘어가면 차수 공사를 하기로 협의했는데, 육안으로만 봐도 이를 상회하는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음에도 무방비로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세혈관이 끊어지면 피가 나는 것처럼 터널을 더 깊이 파고들어 갈수록 더 많은 물이 새게 되고, 심하면 백담2터널 경사갱 주변 북천 상류의 물줄기가 끊어짐은 물론 터널 상부인 도적폭포 수계에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백산국립공원 죽령터널 사례처럼 계곡물 고갈 또는 계곡 황폐화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소백산을 관통한 죽령터널은 백담2터널과 마찬가지로 11.16㎞의 장대 터널로, 2019년 완공 이후 학회에서 지하수 유출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곳이다.
이 학회장은 "시공사에서 수기로 지하수 유출량을 기록한다지만, 임의 조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제3의 기관에 의한 지하수·지표수 모니터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학회에서 환경부를 통해 여러 차례 철도공단과 시공사 등 관계자들과 만나 지난 1월 모니터링 협의체를 꾸렸으나 모니터링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학회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학회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공사 중 발생하는 지하수와 돌가루·진흙 등이 뒤섞인 폐수가 충분히 정화되지 않고 무단으로 방류되는 점을 꼽는다.
이 학회장은 "배수펌프를 활용해 폐수를 빼냈으면 철저히 정화해 방류해야 하는데, 웅덩이 하나 파서 비닐을 깔아놓고는 모아뒀다가 그대로 방류한다"며 "청정 북천 상류가 완전히 오염수가 돼버린다"고 주장했다.
학회의 문제 제기에 철도공단은 "실시설계 및 환경영향평가 환경부 협의 결과에 따라 경사갱에 차수공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수 모니터링 미실시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부터 사후환경영향평가 용역을 통해 지하수 모니터링을 시행 중"이라며 "국립공원 지역임을 고려해 추가 지하수 모니터링의 필요성과 시행 방안 논의를 위해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 중이며, 협의체 논의 결과 필요시 추가 모니터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터널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폐수는 폐수처리시설을 운영하여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준 이내로 정화해 방류하고 있다"며 학회의 지적과 달리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 학회장은 "차수 공법을 제대로 시행했으면 현재처럼 기준치 이상으로 지하수가 유출될 수 없다"며 "협의체는 운영 중이나 실제 모니터링은 지난해 4월 환경부 협의 이후 아직 이행되지 않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지하수를 제대로 정화해서 방류한 수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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