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자율주행 대중교통시대
비상시 운전자 개입 ‘레벨3’ 적용
KT 5G 통신망 활용 관제센터 소통
교통 사각 현실적 대안으로 추진
8월14일 이후 민간 위탁 유료화
“약간 거친 운전자가 모는 듯한 승차감일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량은 차선 변경 때 다른 차량이 있으면 못 들어가서 진입할 때 속도를 높이거든요. 안전을 위해 ‘우선 멈춤’으로 설정돼 있어 급정거할 때도 있으니 착석 부탁드립니다.” (박봉기 KT 수행 프로젝트 매니저)
‘안양 비산동 종점 ↔ 동안구청’. 민트색으로 래핑된 버스 옆면에 번호 대신 ‘ZUYARO’(주야로)라는 단어가 쓰인 것이 눈에 띄었다.
KT와 경기 안양시의 자율주행 시범사업을 통해 실제 도로를 달리게 된 이 자율주행버스는 지난달 말부터 밤낮으로 안양 시내를 종횡하고 있다.
탑승한 버스가 동안구청 정류장을 출발해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가 바뀌고 우회전을 하려다 전방을 확인하고 잠시 멈추면서 몸이 앞으로 쏠렸다. 자세를 바로잡는 새 버스는 방향을 틀어 다음 정류장인 동안구보건소·우체국에 다가갔다. “여기는 평소 불법 주정차가 많은 곳이라 정류장 근처에서 진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류장 표지판에 딱 맞춰 버스가 멈춰 섰다.
이 평범한 운행 과정이 버스 안에선 초자연적 현상처럼 느껴졌다. 좌회전할 때나 우회전할 때나 핸들은 팽그르르 돌아가는데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의 손은 가만히 있었기 때문이다.
27일 안양시스마트도시통합센터 일대에서 주행 시범을 보인 ‘주야로’는 현재 주간·야간 노선으로 운영된다.
주간 버스는 동안구청~비산체육공원(6.8㎞·40분)을 남북으로 오가고, 야간 버스는 안양역~인덕원역(14.4㎞·70분)을 동서로 다닌다. 오는 8월14일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이후 민간 운수사에 위탁해 마을버스 수준 요금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이 기초자치단체 ‘체급’에 맞지 않은 듯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에 필요한 사업이라고 안양시는 설명한다. 최근 인건비가 상승하고 운수회사 적자가 심화하면서 노선 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율주행버스가 지역밀착형 교통사각지대 해소의 현실적 대안으로 추진된 이유다.
KT는 2022년 자율주행버스 시범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해 안양시 자율주행버스 인프라를 구축했다. 18인승 자율주행버스에는 전후좌우 거리를 감지하는 ‘라이다(LiDAR)’ 4대와 5대의 카메라, 1대의 레이더가 장착돼 안전한 자율주행을 지원한다. 자율주행버스는 KT의 5G 통신망을 활용해 관제센터와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주고받으며 도로를 달린다.
이러한 주행을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실제 도로의 정보를 디지털화해 관련 분석에 활용하는 ‘디지털 도로’ 기술이다.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내는 ‘RTK-GPS’(초정밀 측위) 기술과 도로 위 교통 상황을 파악하는 ‘로드센스’ 기술 등이 적용됐다. 기존 교통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학습해 미래 교통 상황을 예측하는 ‘로드마스터’, 클라우드 기반 자율주행 관제 플랫폼 ‘모빌리티메이커스’도 중요한 기술이다.
이번 사업에는 자율주행 레벨3(운전자가 비상시에만 개입)이 적용됐다. 2027년 이후 레벨4(거의 완전한 자율주행)에 진입할 것으로 KT 측은 전망했다.
최강림 KT 모빌리티사업단장은 “도로 위에선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번 사업에서도 사고가 났는데 보험사 판정 결과 상대 차량 과실 100%로 나왔다”며 “안전성 100%의 절댓값을 목표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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