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中 관세 때리기 전 한국 챙겼다 "불이익 즉시 알려달라"
" “관세 인상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 기업에 지장을 주는 사안이 있다면 즉시 알려달라.” "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물리는 것을 골자로 한 대중(對中) 관세 인상안 발표(14일)를 앞두고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한국 측에 했던 말이다. 이들은 “향후 의견 청취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한국의 뜻이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15일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韓, 대미 투자 1위…바이든도 의식
이를 두고 정부의 고위 인사는 “한·미가 수시로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이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을 미국이 먼저 챙기는 건 이례적”이라며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운 대미 투자 확대 정책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은 ‘인베스팅 인 아메리카(Investing in America)’다. 요약하면 반도체 등 공급망과 핵심 제조업에 대한 외자 유치를 확대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자국 내 고용을 촉진하는 구상이다.
여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한 나라가 한국이다.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시행된 이후 1년만에 미국은 224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110건을 발표했다. 이중 한국은 1억 달러 이상 대형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20건을 투자했다. 선진국이 즐비한 유럽 전체가 19건으로 2위다. 그 뒤로는 일본이 9건, 캐나다가 5건, 중국·인도·대만이 각각 3건을 기록했다.
바이든, 韓 배려한 '예외적 지시'
‘최대 투자국’ 한국에 대한 배려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시한 특별조항에도 담겼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 전지, 반도체, 철강 등 중국이 시장을 장악한 품목에 대해 당장 올해부터 기존보다 최대 4배까지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 제품에 대한 ‘봉쇄령’에 가까운 이번 조치에는 4가지 예외 조항이 있다. 첫번째는 “‘특정’ 태양광 제조 장비에 대한 (고관세)제외 절차 수립”이다. 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USTR 대표에게 ‘특히 특정 태양광 제조 장비에 대한 제외를 우선시하라’고 지시했다”는 문장도 추가됐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산 특정 태양광 장비를 쓰는 곳은 한화큐셀의 조지아 공장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중국 견제에 반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대통령의 특별 지시 형식으로 한국 기업을 배려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삼성전자가 투자금에 비해 많은 보조금을 받은 것이나 배터리 재료인 중국산 흑연의 관세 인상을 유예한 것도 한국에 대한 배려”라며 “특히 한국 기업이 대선의 승패를 가를 접전지에 대거 투자했다는 점을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맹 강조한 바이든…"中보다 유리"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중국은 경쟁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행위(cheating)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우리는 미국에 다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근거로는 한국을 비롯해 인도, 호주, 일본, 필리핀 등 동맹국들과의 파트너십 활성화를 들었다.
이와 관련 조현동 주미대사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한·중이 경쟁하는 품목에 (대중국)관세가 부과된 만큼 한국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별도 간담회에서 “우리 기업에 불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날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과 만나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차별 없는 대우와 인센티브 지원 등을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대미 투자…尹에 도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은 “미국에서는 연방보다 개별 주(州)가 더 중요하다”며 “한국 기업이 노조가 없는 남부에 집중 투자하고 있지만 미국 전역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또 노조가 있는 풍산 아이오와 공장을 예로 들며 “노조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4년마다 반복되는 대선에서 큰 힘을 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으로 분류되는 프레드 플라이츠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은 최근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모든 외국 지도자를 만나면 대미 투자부터 물어본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면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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