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스타일, 이번엔 85 대 15 프레임에 당했다 [정기수 칼럼]
이제 그의 말 듣는 국민 없어지는 것 아는지...
취임 2주년 기자회견도 무슨 말 할지 불안
이재명은 전략 없는 A4 10장 읽기로 약점만 노출
대통령 윤석열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국민 밉상이 되는 정도로 조롱 대상이 되고 불통의 상징이 되고 있다.
총선 대패 직후 많은 사람이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본인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존심이 있는 남자라면, 이 고약한 예측이 틀렸음을 보여 주려고 밤낮으로 숙고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그 첫 번째 기회가 이번 주 초 열린 민주당 대표 이재명과 여야 영수회담이었다. 이재명은 이제 대장동 피의자가 아닌 거대 야당 대표로 완전하게 위상을 회복했다.
적어도 ‘총선 민의’가 그렇다. 대통령도 속마음이 어찌 됐건 겉으로는 그렇게 예우하는 자세로 바뀌었다. 여소야초(超)대 상황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영수’(領袖, 우두머리)란 말이 그렇고, ‘피의자와 대통령’의 과거(?) 관계가 그렇고, ‘취임 700일만’이라는 희소성과 긴장 관계가 더해져서 관심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이벤트였다. 윤석열은 이 엄청난 무료 호기(好機)를 평소 쓰고 버리는 휴지 한 장처럼 버리고 말았다.
그는 전국의 방송 카메라들이 자진해서 몰려든 2시간이 넘는 공짜 ‘쇼 무대’에서 또 자기가 더 말을 많이 해 버렸다. 정말 못 말리는 ‘51분 담화’ 대통령, ‘59분 강연’ 대통령이다.
51분 담화는 총선 전 2000명 의대 증원에 대해 그 정당성을 설파하느라 그가 쓴 시간이다. 59분 강연은 2년여 전 대선 캠프에서 10일 만에 사퇴하고 나간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동훈이 “윤석열 후보는 1시간이면 59분을 자기 혼자 말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해서 회자된 ‘전설’이다.
이재명 말을 좀 묵묵히 들어 주었으면 안 됐나? 반박과 설명은 아예 하지 않거나 아주 짧게 할 수 없었나? 그 설명 듣고 입법과 특검 강행 처리 폭주를 안 할 야당도 아닌데 말이다.
그게 뭐가 어렵다고 굳이 일일이 주관식 시험 문제 답안 달듯 질문의 7배 분량을 말했어야만 했는지 참으로 답답해 연민의 정이 일 정도다. 민주당 사람들은 프레임 씌우기의 천재다. 이번에도 그 작업이 성공했다.
수석 대변인 박성준은 언론에 자기 말이 어떻게 보도될지 알고 말하는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했는데, 답변이 상당히 길어졌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발언 비중이) 85 대 15가 됐던 것 같다.”
이 프레임은 먹혀들고 있다.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은 변하지 않아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 주장과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놓았다는 민주당의 선동에 수긍하지 않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85를 70으로 ‘정정’한 대통령실의 논평은 오십보백보로 궁색하기도 했지만, 85 대 15라는 홈런을 치고 빠져 버린 선수들 뒤에 맥없이 소리치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았다.
“7 대 3 정도의 비율로 윤 대통령이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대표가 교묘하게 대통령이 말씀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바꿔놨다. 이 대표도 중간에 질문했고, 질문 중간중간 자기 의견을 얘기했다.”
이재명도 취임 2년이 다 돼 겨우 얻은 양자 회담 기회를 썩 값지게 활용하지는 못했다. 16가지에 달하는 뻔한 요구 사항들을 주절주절 읊어댔을 뿐 한방이 없었다.
‘총선 민의’를 전달하겠다는, 의욕만 앞서고 지혜는 부족한, A4 10장 읽기로 약점만 노출해 카리스마 없는 192석 범야권 리더가 됐다. 김영삼, 김대중처럼 큰 거 몇 개 던져 즉석에서, 또는 며칠 후에 할 수 없이 대통령이 들어 주는 거래 실력, 담력이 이재명에게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은 이번에 운이 좋았다. 앞으로도 윤-이 회담을 정례화 빈도로 자주 하겠다고 했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되겠다. 이재명의 밑천이 드러났으니까.
하지만, 윤석열의 다변 습관이 문제다. 이거 고치지 않으면 현재의 20~30%대 초반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윤석열 말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때가 오고 있는데, 그래도 괜찮나?
윤석열은 자기 위기 본질이 스타일의 문제이고 그걸 유지하는 한 어떤 옳은 정책, 옳은 국정 방향도 박수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곧 한다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그가 무슨 말로 길게 옹호하고 방어하고 해명을 할 것인지 불안하다. 그는 보수우파 지지자들에게서도 신뢰를 급속히 잃고 있다. 서울-부·울·경-대구 경북에서 지지율이 소리 나게 꺼지지 않는가?
다음 기자회견은 총선 후 윤석열에게 주어진 두 번째 공짜 기회다. 기자와 국민들이 관심 가져 줄 때 잘해야 한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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