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도 뺏고, 눈치도 보게 만든다…한국에 뿌린 中의 공작"

이철재 2024. 4.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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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고구려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동북 공정을 벌이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김치와 한복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김치 공정’과 ‘한복 공정’도 진행하고 있다. 의도가 뭘까.

중국인 요리 유튜버 리즈치(李子柒)가 2021년 1월 9일 올린 영상. 배추 김치를 담가 돼지고기김치찌개를 끓여먹는 내용인데, ‘Chinese Cuisine(중국 전통요리)’ ‘Chinese Food(중국 음식)’ 등 해시태그를 남겼다. 이에 중국이 ‘김치 공정'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튜브 @cnliziqi ㅍ캡처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벌이는 영향력 공작의 실태를 고발한 『불통의 중국몽』의 저자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22일 “중국도 김치와 한복이 한(韓)민족의 문화유산인 걸 잘 안다”면서 “중국은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모든 인터넷 공간을 정부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한국이 반발해도 중국 정부가 김치 공정과 한복 공정에 대한 글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셈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재우 교수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벌이는 영향력 공작의 실태를 고발한 『불통의 중국몽』. 인문공간

Q : 어떤 셈법인가.
A : 김치 공정과 한복 공정이 중국에서 언제 가장 성행했는지 살펴봤는데, 한류 등 한국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때였다. 중국에서 정부의 지시로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는 우마오당(五毛黨) 비밀 문건을 본 적 있다. 중국 정부가 이들 ‘공정’에 상당히 개입하고 있었다. 중국의 자존심을 세우면서도 한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Q :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 뭔가.
A : 중국 공산당은 세계를 지배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이루기 위해 영향력 공작을 펴고 있다. 영향력 공작은 여론전ㆍ심리전ㆍ법률전 등 삼전(三戰)의 형태로 나타난다. 나라마다 특색있게 전개하는 게 특징이다.

Q : 한국에서의 중국 영향력 공작은 어떤가.
A : 한국에서의 영향력 공작 제1 목표는 한반도에서 미국 세력을 몰아내는 것이다. 중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한ㆍ미 동맹을 폐지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한국을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한국에서 중국 환상(myth)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중국 포비아(phobia, 공포심)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투자 유치ㆍ대외 교류를 목적으로 중국 측과 소통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를 영향력 공작의 통로로 삼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한국의 여론 지도층이 나서서 친중(親中) 정서를 퍼뜨리고 있다.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던 롯데마트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경제 보복 이전 크게 인기를 끌었던 중국 내 롯데마트의 모습. 중국은 이 같은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하는 한국의 두려움을 영향력 공작의 도구로 쓰고 있다. 중앙포토

Q : 중국 환상과 중국 포비아는 뭔가.
A : 중국을 한반도 통일에서 결정적인 국가이며 북한 비핵화에서 중요한 협력국가라고 보는 게 중국 환상이다. 사실 중국은 한국과 북한에 서로 다른 통일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북한 비핵화에 별다른 의지가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사태를 빌미로 한한령(限韓令)과 한국 상품 불매 운동, 한국 단체관광 상품 불허로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 이 같은 영향력 공작으로 한국은 중국 눈치를 보고 중국 앞에 저자세일 수 밖에 없게 됐다.
주 교수는 ”국민적 사랑을 받은 판다인 푸바오가 이달 초 중국으로 돌아갔는데, 중국은 판다를 영향력 공작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Q : 중국은 판다로 영향력 공작을 어떻게 하는가.
A : 중국은 판다를 외국에 빌려줘 중국 이미지를 높이고 선린관계를 다지는 ‘판다외교’를 해왔다. 그런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한 뒤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고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전랑외교’로 바뀌면서 판다의 해외 임대 연장을 잇따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한때 판다가 15마리 있었는데, 중국과 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2024년 4월 현재 4마리로 줄었다. 이 4마리도 내년이면 임대가 끝난다.

중국으로 간 푸바오가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臥龍中華大熊猫苑) 선수핑기지(神樹坪基地)의 격리·검역 구역에 들어가고 있다. 뉴스1

Q : 중국의 영향력 공작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A : 다행히 한국 국민은 똑똑하다. 중국의 영향력 공작이 먹히지 않고, 오히려 중국에 할 말을 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려고 하는데 이를 막아야 한다.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반드시 등록해야 하며 ▶간첩죄를 북한은 물로 외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도 묻고 ▶국가 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사이버 행위를 처벌하는 등 법을 손봐야 한다. 또 우리의 외교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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