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적출해도 다시 자란다” 거짓말에 속아 장기 파는 사람들…가난의 참혹함 [포착]
[서울신문 나우뉴스]
신장을 떼어내도 다시 자라난다는 거짓말에 속아 장기를 매매하는 네팔 사람들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네팔 수도 카트만두 동부에 있는 카브레 지방은 일명 ‘신장(콩팥) 마을’이라고 불린다. 오래 전부터 가난에 찌들어있던 이 마을 사람들 중 신장을 불법 적출해 내다 팔지 않은 사람은 찾기 힘들 정도기 때문이다.
칸차라는 이름의 한 40대 남성은 스카이뉴스에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신장을 팔았지만, 수술 부작용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불법으로 장기를 매매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장기 브로커들은 장기 매매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이 지역을 찾아와 사람들에게 장기를 팔라고 설득해 왔다.
가난이 대물림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일부 마을 주민들은 “신장은 떼어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라난다”는 브로커의 거짓말에 속아 수술대에 누웠다. 어떤 주민은 불법으로 장기적출 수술을 받던 중 목숨을 잃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신장 등 장기를 매매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돈벌이 수단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수만(31)이라는 남성은 몇 년 전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던 중 결국 불법 장기 매매를 결정하고 인도로 향했다. 그가 신장을 적출하고 받은 돈은 한화로 약 50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이 돈으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지만, 수술 부작용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수만은 “(불법 장기 매매 후) 내게는 고통만 남았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절대 장기를 팔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네팔 정부는 2007년 장기 매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네팔의 가난한 사람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신장을 내다파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카브레 지방은 오랫동안 장기 브로커들의 표적이 되어 왔다.
브로커의 설득에 넘어가 과거 단돈 200만원에 자신의 신장을 팔았다는 한 여성은 “브로커들이 10년이 넘게 우리 마을을 찾아왔다. 그들은 신장을 팔라고 설득해 왔지만 난 항상 거절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더 크고 튼튼한 집이 필요했다”면서 신장 적출을 결심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장을 팔아 얻은 집으로 이사했지만, 얼마 뒤 네팔을 강타한 강진으로 집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네팔과 인도에서 특히 ‘신장 밀매’ 성행하는 이유
일부 네팔인은 국내뿐만 아니라 이웃 국가인 인도로 건너가 불법으로 신장 적출 수술을 받는다. 특히 최근 들어 신장을 이식받아야 하는 젊은 남성이 급증하면서 불법 장기 밀매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등 해외 노동을 떠났다가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신장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젊은 남성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팔의 29세 남성 A씨는 돈을 벌기 위해 과거 3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던 중 신장에 이상이 생겼다.
그는 스카이뉴스에 “섭씨 약 50도의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는 사우디에서 일했다. 당시 점심을 먹을 시간도, 화장실에 갈 시간도, 물을 마실 시간도 없었다”면서 “어느 날 갑자기 발이 부어 오르고 걸을 수 없게 됐다. 그러다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남성은 장기 이식을 기다리며 주3회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네팔 장기이식센터의 외과의사인 푸카르 슈레스 박사는 “젊은 남성들이 고열 속에서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일하다가 신장이 완전히 망가진 채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신장 이식 환자의 약 3분의 1이 해외에서 일하다 온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네팔 전체 이식 건수의 30%가 이와 같은 배경을 가진 환자들이기 때문에 이는 네팔의 보건 의료 시설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해외로 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물 섭취와 휴식 등의 중요성을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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