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비행장 밀고 ‘온실’…“성과 보여주기”

KBS 2024. 3. 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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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매체가 최근 준공된 강동온실농장을 연일 선전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이고 이상적으로 지어진 온실 농장 덕에 주민들이 사시사철 채소를 공급받게 됐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강동온실농장이 군용 비행장 부지에 지어졌다는 건데요.

앞서 지어진 중평과 연포온실농장 역시 비행장 자리에 건설됐죠.

먹거리 마련을 위해 군 시설까지 내어준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일까요?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 걸까요?

북한 비행장 위에 지어진 온실 농장의 비밀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넓은 부지에 빼곡하게 들어선 비닐하우스와 유리 온실들.

지난 15일, 평양 인근 지역에 준공된 강동종합온실 농장입니다.

북한 매체는 초록색으로 뒤덮인 온실 내부 곳곳을 보여주며 곧 주민들에게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16일 : "독특한 양상의 현대적인 온실들이 장관을 이룬 강동종합온실은 수도 시민들에게 갖가지 품종의 남새(채소)를 생산 공급하게 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딸 주애와 함께 준공식 현장을 찾았는데요.

이날 김 위원장은 육성 연설을 통해 특별히 공군부대 장병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동지들! 사랑하는 공군부대 장병들!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영웅적인 우리 군대에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80헥타르, 대략 85만 평에 달하는 강동종합온실농장은 원래 강동비행장과 공군시설 부지였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모두 철거됐고, 대규모 현대식 온실 농장이 들어선 건데요.

주목할 점은 북한이 비행장 부지에 대규모 온실 농장을 지은 게 벌써 세 번째라는 겁니다.

[조선중앙TV/2019년 12월 : "조국의 북변 경성군의 중평지구에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규모의 남새온실농장과 현대적인 양묘장이 건설되어 조업하였습니다."]

2019년에는 함경북도 경성군의 경성 비행장과 비행 시설을 철거하고 중평온실농장을 건설했고, 이어 2022년엔 함경남도 함주군의 연포비행장을 밀어내고 연포온실농장을 지었습니다.

277헥타르, 약 80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수경재배 온실 18동과 토양 재배 온실 800여 동이 건설됐고, 1,000세대 살림집과 부대시설, 학교, 문화회관까지 들어섰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조선중앙TV/2022년 10월 : "김정은 동지께서는 불과 몇 달 동안에 이처럼 희한한 대농장지구를 눈앞의 현실로 펼쳐놓은 것은 오직 우리 인민군대만이 창조할 수 있는 기적중의 기적이라고 거듭 치하하시면서."]

북한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은 왜 하필 군 비행장을 활용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차원의 경제 성과를 선전하는 게 시급하다는 겁니다.

[장철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은 시대 들어서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먼저 내세웠던 건 인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는 경제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부분이었는데 성과를 이야기할 때 경제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내세운 게. 그런 면에서 보면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적인 성과를 계속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거 같고."]

그런 점에서 인구 밀집 도시와 인접해 유통·공급에 용이하고, 지대가 넓고 평탄한 비행장의 특성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실질적으로 강동남새온실에서 평양 북부 지역까지 거리가 굉장히 짧아요. 한 30km 정도 수준인데 도로망을 따라서 움직이면 그만큼 접근성도 용이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활주로가 갖는 의미 자체가 기본적으로 평야에 조성돼 있습니다. 그래서 남새온실농장을 건설하기가 굉장히 유리한 지형을 갖고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또 한편으론 경제건설에서 군과 군수산업의 역할을 강조하는 김정은 정권의 특징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북한은 지난 2022년에도 김 위원장의 지시로 군수공장에서 농기계 5,500대를 생산해 황해남도 해주에 지급한 바 있습니다.

[조선중앙TV/2022년 9월 : "주변 도로는 우리식의 현대적인 농기계들로 꽉 들어차 황해남도가 생겨 처음 보는 장쾌한 광경을 펼쳤습니다."]

반면 군 비행장의 용도 변경은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핵 무력 개발에 집중하면서 재래식 군사력 비중을 줄여 내부 경제발전에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는 어마어마하게 비싸잖아요. 그리고 그걸 첨단 전투기로 만들려면 상당한 기술력과 경제력을 요하는 문제고.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한 방향은 핵무기를 기반으로 하되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혹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단거리 로켓 혹은 대구경 방사포 이런 미사일과 포병 전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거죠. 강동온실농장 같은 경우가 잘 보여지는 것이 과거에 군 비행장을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일련의 논리 구조들을 거듭 확인할 수 있죠."]

나아가 공군의 전술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거란 전망도 있는데요.

실제 북한 공군은 무인 정찰기 및 무인 공격기를 도입하는 등 현대화 및 비대칭 전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 발전을 핑계로 한국에 절대적으로 열세인 재래식 공군력을 축소 시킬 이유는 없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장철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이 안 그래도 취약한 공군 시설을 무인기가 전투기나 전투폭격기를 대체할 순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경량화된 무인기 쪽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해서 기존에 있는 공군 전력을 감축시키기 위해서 비행장을 없앴다 이렇게 보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실제 경성, 연포, 강동 비행장의 경우 시설이 노후화돼 현대전에서의 활용 가치는 물론, 전술적 의미를 상실했다는 분석입니다.

[김혁/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 : "남새온실농장을 건설한 비행장이 대부분 예전에 사용한 경비행기용 활주로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활주로가 짧아요. 활주로 자체가 2km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기 때문에 현대전에서 맞지 않다고 군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고 프로펠러 비행기들이 거기에 있었고 그 프로펠러 비행기도 상당수가 연료 부족 때문에 제대로 운영이 안 됐는데 그러다 보니까 경비행장을 거의 쓸 일이 없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공군기지로 활용 가능한 비행장의 경우엔 현대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대표적인 곳이 순천 비행장입니다.

2022년, 기존의 2천 500m인 활주로를 2천800m로 늘리는 공사를 마쳤습니다.

[장철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별도의 공간을 찾지 않고 그냥 막무가내로 비행장을 없애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최근에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북한이 순안비행장도 확장하고 순안비행장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 같은 것도 많이 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순안비행장의 역할이 좀 확대됐다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거 같고 평양 북쪽에 있는 순천 비행장도 상당히 확장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비행장의 용도 변경에 관한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군사 시설까지 활용해 경제건설을 이어가는 전략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평가입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2019년 2020년을 거치면서 북한 정권이 결심한 부분은 제재를 상수로 두고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통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인민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먼저 축적하자는 겁니다. 그게 적지 않은 성과를 지금 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미 저기 멀리 가 있는데 과거의 자리에서 북한을 찾게 되는 일종의 각주구검 오류를 반복할 수 있는 이런 부분들이 있고 이건 우리의 이익과 안전에도 별로 도움 되는 방식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북한, 그 북한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평가하는 게 중요하고."]

북한엔 낙후된 비행장이 아직도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사 분야는 물론 경제발전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북한이 군 비행장을 놓고 또 어떤 전략을 모색할지 유심히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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