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임기 다 돼서 교체"…앞뒤 안 맞는 외교부의 '이종섭 쉴드'
외교부가 11일 전날 출국한 이종섭 호주 대사가 서둘러 임지로 출국한 배경과 관련해 ▶호주는 새롭게 부상하는 방산 협력 파트너로 중요성이 크고 ▶전임 대사가 이미 정년이 도래해 서둘러 교체가 필요했다는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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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십억 수출했는데…"새 파트너"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주는 새롭게 부상하는 방산 파트너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상 매우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며 "따라서 국방부 장관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물을 대사로 임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를 상대로 2021년 7억 8000만 달러 규모의 자주포 수출, 지난해 말 24억 달러 규모의 장갑차 수출이 성사됐고, 현재도 신형 호위함 3척 수주 경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먼저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내놓은 설명이었다.
이 당국자는 "호주는 미국을 제외하고 정부와 외교·국방장관 회의, 이른바 '2+2회의'를 진행하는 유일한 국가"라고도 강조했다. 전날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인천공항에 총집합해 규탄 시위를 연 가운데 이종섭 대사가 도망치듯 출국한 데 따른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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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넘겨 근무 가능하다"더니…
또한 전임인 김완중 전 호주대사의 정년이 지난해 12월 도래했기 때문에 대사 교체가 필요했다는 외교부의 설명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 호주를 포함한 일부 주요 공관의 경우 대사가 정년을 넘기더라도 추가 근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례로 김봉현,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의 경우도 각각 정년을 초과해 5개월씩 더 대사로 근무했다. 외교부 당국자 또한 이 대사 임명 당일인 지난 4일 "주호주대사는 법령상 정년 초과 근무 가능 직위"라고 이미 설명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고 기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최소 몇 개월이라도 말미를 뒀다면 이 대사의 부임이 이처럼 논란을 낳지는 않았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외교부의 정년 관련 해명이 달라진 것 자체가 이런 부정적 시각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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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장 없이 급히 부임 논란
이 대사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직접 받지 않고 출국해 외교 행낭으로 호주 현지에서 신임장 원본과 사본을 받게 된 것과 관련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특정 시기에) 부임하는 공관장이 소수인 경우에는 외교 행낭을 통해 별도로 신임장을 송부하고 이후 다수의 신임 대사가 국내에 모이는 자리에서 세리머니 차원으로 대통령의 신임장 수여식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임장 사본만 제출해도 입법·사법·행정 수장 등 삼부 요인 만남을 제외한 일반적인 외교 활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와 비슷한 시기에 임명된 나이지리아, 모로코 대사도 신임장 수여식 없이 주재국에 부임했다고 한다. 이들을은 다음 달 예정된 재외공관장회의 계기에 한꺼번에 수여식에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신임장 원본을 자국 원수로부터 받아 이를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제정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외교 프로토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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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법무 장관 탄핵 검토"
정치권에선 이 대사를 둘러싼 공방이 날로 커지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적 검토 이후 외교부와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이 대사) 임명과 출국에 관여한 외교부·법무부 장관 및 관계자 전원을 직권 남용과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이날 "피의자 이종섭이 결국 도피에 성공했다. 가히 ‘런종섭’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가 지난해 9월쯤부터 진행됐고 (이 대사가) 수사에 충분히 협조하는 것으로 안다"며 "호주는 국방 현안이 많은 나라라는 점을 고려해 인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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