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시행사 먹잇감 전락한 '그린벨트 해제'

김노향 기자 2024. 3. 5.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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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공공성 상실한 '공공개발'(1)] 모호한 '공공성' 해석 범위 논란
[편집자주] 정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도한 개발사업에서 민간 사업자와 개인이 특혜를 받아 이익을 올린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공공주도 개발사업의 메리트는 수익 대비 높은 안정성이다. 사업자의 입장에서 공공사업은 공사비 미지급 리스크가 없고 에스컬레이션(물가 변동에 따른 사업비 조정)이 쉽다. 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공공개발로 눈을 돌려 수익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다만 '공공성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공공성을 위장한 사업계획이나 개인 재산권을 명분으로 내세운 보상 요구가 지나친 규제 완화를 불러온 반면 지역민 등에겐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강지호 디자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민간 시행사 먹잇감 전락한 '그린벨트 해제'
(2) "LH 토지보상, 개인 토지주와 건설업체 이익 늘려"
(3) "내 집값 떨어지면 안돼" 지역이기주의 이용 GTX



# 2016년 경기 의정부시는 '복합문화융합단지' 건립을 목적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허가받았다. 해당 사업의 공공성을 내세웠지만 의정부시와 민간 사업자가 출자한 합작법인은 수의계약으로 매수한 부지를 1000억원 오른 2300억원에 매각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데이터센터와 물류센터로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의정부 고산신도시 주민들은 자녀를 양육하는 30·40대 입주자가 주축을 이뤄 환경 문제와 화물차 운행 증가에 따른 주거 위험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등 건립에 반대하며 사업자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공공개발사업은 민간 시행사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공공성'이라는 모호한 목적을 내세워 사업계획을 꾸미고 이익사업을 추구하거나 땅을 팔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수법이 됐다. 민간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당초에 공익 목적이 없음에도 개발의 경제적 이익만을 노린 사업자의 횡포에 정작 혜택을 누려야 할 지역민들의 간접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감사원은 최근 '지방자치단체 참여 부동산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해 공공개발사업의 위법·부당 사항 총 20건을 지적했다. 2017년 이후 완료했거나 2022년 4월 기준 서울·경기의 지자체가 민간과 공동 추진한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13개 사업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관련 업무 처리자 15명에 대해 신분상 징계·주의를 요구하고 범죄 혐의가 있는 10명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민간 사업자들이 챙긴 특혜 금액의 259억원에 대해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부동산 계약자에게 부당 전가된 31억원의 반환 방안도 마련토록 통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정부시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만㎡ 이상 도시개발사업자가 자기 부담으로 공원·녹지를 조성해야 함에도 인근의 공원이 많다는 이유로 공모지침서에 해당 의무를 삭제했다. 사업구역을 수익성 높은 상업지역으로 계획하고 총 423억원의 기부채납을 통해 구역 내 공원을 짓겠다고 제안한 A사를 사업자로 선정했지만 상업지역 개발이 불허되자 기부채납 대상이던 공원에도 주택 건설을 신청했다. 의정부시는 주한미군 유류저장소 부지에도 미래직업테마파크 건설을 목적으로 도시개발사업을 승인했지만 정작 공동주택(아파트) 사업만 추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짜 서류 작성해 특정기업에 특혜


허위로 서류를 꾸며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도 있었다. IBK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은 건설사업자 B씨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김포시의 산업단지 조성사업 공모계획서를 작성하고 대표사로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건설업체를 허위 기재했다. 김포도시관리공사는 지분 20%를 출자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했다. 이후 B씨 소유 회사가 209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급받고 컨소시엄 합의금인 147억원을 대위 변제시켰다. 분양대행과 프로젝트 관리·연구용역 계약도 B씨 소유 회사들과 체결해 공사 측은 총 259억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

의왕시는 15만8708㎡ 그린벨트를 일반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C사를 대표로 하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50억원을 출자해 PFV를 설립했다. C사는 공모지침서 자격 요건에 미달되는 곳이었다. C사의 실소유주는 지인을 PFV 대표로 지정하고 자산관리회사를 세워 PFV 업무를 위탁했다.

의왕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계약에 동의했고 C사에 총 25억원을 지급했다. 산단 면적의 12.8%인 물류시설용지에 보관·창고업체만 입주할 수 있으나 물류센터를 신축해 매각(임대)할 계획으로 부지를 매입, 의왕시는 업종 확인 없이 사업을 승인했고 사업주는 외국 법인에 1340억원으로 매각했다.

"내 집 앞에 물류센터는 안된다"는 지역민들의 반대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이 같은 공공개발사업의 남용은 당초 모호한 공공성의 해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보호와 국제협약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는 "공익사업의 공공성을 폭넓게 해석해 논란이 된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골프장·리조트 등 관광휴양시설의 공익사업 인정은 위헌이라는 헌재 판단도 있었다"며 "그린벨트 해제가 ESG와 대립하고 한국이 산지 70%인 국토라고 해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녹지 면적이 적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으로 첨단 정보기술(IT) 시대가 도래해 공장 용지 수요 등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하는 등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전 지구 육지와 해안,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업무계획에서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전 국토의 30%가 국립공원과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지정된다고 밝혔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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