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2024 신입생이 줄었다
[더 보다 3회 I] 2024 신입생이 줄었다
■ 2017년생의 유치원 졸업식
오늘은 이 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유치원을 졸업하는 날입니다. 이 아이들은 2017년에 태어났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던 2017년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떨어진 햅니다. 한 가정에 평균 한 명의 아이밖에 낳지 않는 시대로 접어든 해였습니다.
졸업가운을 입는 아이들은 확연하게 줄고 있습니다. 동네에선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지 오랩니다. 지난해 들어온 아이들은 10명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홍성인/수원 사립유치원 원장
“지금은 졸업생이 예를 들어서 50명 졸업하던 것이 14명 졸업할 정도로 굉장한 적은 숫자로 졸업을 한 거지”
홍성인/수원 사립유치원 원장
"아이들이 적어지니까 아이들한테는 더 좋은 교육은 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은 정말 어려워가지고 속으로는 울고 겉으로는 웃어야 되는 게 요즘 원장님들 운영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아이들이 적어지는 만큼 유치원도 문을 닫습니다.
이재희/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지금 현재 출산율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면 한 8천 개 정도 유치원 어린이집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요. 현 수준보다 더 출산율이 예를 들면 0.7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면 1만 2천 개 정도의 유치원 어린이집이 사라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유치원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 2017년 가장 보통의 가정
박유신/아들
“안녕하세요 유신이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유신이에요.”
박종민/유신이 아빠
“저는 유신이의 아빠입니다.”
한민혜/유신이 엄마
“네 안녕하세요. 저는 박유신 엄마 한민혜입니다.”
얼마 전 어린이집을 졸업한 2017년생, 유신이. 유신이는 부부의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유신이네 엄마, 아빠는 모두 직장에 다닙니다.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할머니가 대신해야 합니다. 유신이의 하루도 바쁘게 돌아갑니다. 가족 모두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이가 한 명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
한민혜/유신이 엄마(부부)
"가끔씩 둘째 생각을 해본 적도 있는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한민혜/유신이 엄마
"아직 애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지금 사교육을 하는 부분이 굉장히 비용이 막 몇십만 원 이렇게 들어가고 있거든요."
유신이네가 지난해 서울을 떠나 이사 온 이유기도 합니다. 3월이면 입학할 초등학교 역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박종민/유신이 아빠
"유신이가 다닐 수 있는 학원이라든지 병원 같은 게 굉장히 많이 밀집돼 있어서 걸어서 다 5분 이내에 갈 수 있다는 그런 큰 장점이 있었어요."
오늘도 학교 가는 연습이 한창인 유신이네 가족. 유신이 같은 2017년생 아이들이 입학할 학교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 2024년 입학생이 줄었다
선생님 한 분이 방학인데도 나와 있습니다. 이 학교는 가뜩이나 적었던 입학생이 올해 또다시 줄었습니다.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작년에는 47명 정도더라고요. 근데 올해는 43명이라고 하니 아마 더 줄지 않을까”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올해는 두 학급 중에 제가 1반 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년당 인원 수가 줄어들어 반을 여러 개로 나눌 수가 없고 이제 적은 반에 아이들을 더 몰아넣을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학급 수는 자꾸 줄어 이제 두 학급이 됐습니다. 입학생이 줄면서 창고처럼 변해버린 교실.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보통 이렇게 빈 교실에서 의자랑 책상을 좀 가져가서 교실을 채웁니다.”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근데 사실 이만큼이 다 찰지도 모르겠어요. 중간에 애들이 전학을 가거나 그런 경우도 있어서.”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주로 신도시 위주로 가고 여기가 수원의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어서 다들 좀 전학을 가는 분위기입니다.”
입학하는 학생은 적어지고, 전학가는 아이들은 많아지면서 작은 학교들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구도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다른 서울의 한 초등학교. 겉모습은 여느 초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화양초등학교는 결국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은 인근 주민들이 운동장과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근 공인중개사
“전체 학생 수가 100명이라든가 50명 이하밖에 안된다는 얘기를 그전부터 많이 들었거든요.“
인근 공인중개사
”여기 초등학교 다녔으니까 학교 보내려고 방을 얻었던 분은 한 5~6년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는 손님은 그 후에는 없었고.“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적어지면서 초등학교가 사라지는 건 이제 서울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문제는 학교가 사라지는 게 초등학교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학교 입학생도 줄기 시작하면서 중학교 선생님까지 학생 유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재희/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이제 유치원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도 차례대로 연쇄적으로 폐교를 해야할 가능성이 높게 되고 이렇게 되면 이제 주변 인프라가 무너지게 되는거죠.”
학교 하나가 사라지는 건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재희/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아이들이 계속 사라지는 지역은 학부모님들이 아이가 키우기 좋지 못한 도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아이가 조금 있는 지역은 아예 지역이 소멸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1990년대에 개발된 1기 신도시에서도 아이들이 떠나고 있습니다. 한때는 북적였을 유치원 건물은 옛날 모습은 뒤로 한 채 이제는 다른 쓰임을 찾고 있습니다.
노인호소시설로 전환하는 유치원에서 저출산 고령화시대, 현 대한민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1킬로미터 남짓한 산책길을 따라 유치원 4곳 중3곳이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해가 갈수록 떨어져서 지난해엔 0.7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KBS 뉴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칩니다." (KBS 뉴스)
1년 만에 또다시 8% 가까이 줄어든 출산율, 특히 지난해 4분기는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를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 4분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합계출산율이 0.7명도 되지 않는 시대. 일선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소영현/초등학교 선생님
“이번에 신입생이 작년까지만 해도 24명이었는데 18명으로 거의 1/4이 줄었어요.”
이도현/초등학교 선생님
“올해 신입생은 5명 이하로 들어왔고요. 최근 5년 중에서 제일 적게 들어왔어요.”
이성윤/초등학교 선생님
“저희 학교는 34명이 입학했는데”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저희가 제일 많네요. 저희는 이번에 여쭤보니까 43명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다보니 모두 작은 학교에 다니는 선생님이 됐습니다.
소영현/초등학교 선생님
“저는 올해 학생 수가 확실히 줄었구나라고 처음 실감하게 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존에는 늘 그래도 유지돼 왔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좀 많이 줄었던 것 같아요. 거의 30% 넘게 줄었습니다.”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30% 라고 하니까 체감이 확 되네요.(엄청 크네요)”
소영현/초등학교 선생님
“사실 작은 학교 같은 경우에는 (맞아요) 체험학습을 하려고 해도 또 다른 학교에 끼워서 해야 되는, 이해타산이 맞지 않으니까.(맞아요)”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오히려 선생님 한분이 가지고 가는 업무가 너무 많지 않아요?”
소영현/초등학교 선생님
“선생님들의 인식이 작은 학교에 가면 일이 많다”
소영현/초등학교 선생님
“어떤 가정에 2명이 있든 4명이 있든 청소를 해야되고 설거지를 해야되고 하는 일들은 똑같아요.”
이도현/초등학교 선생님
“결국에는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이 입게 된다고 저는 생각해요.”
작은 학교는 선생님들이 오고 싶어하지 않는 학교가 되고 있습니다.
예유라/초등학교 선생님
“아이들이 없는 곳일수록 학교나 교육 기반이 잘 잡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들이 없으니까 폐교하는 것은 포기하는 걸로”
소영현/초등학교 선생님
“작은 학교도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보거든요(맞아요)”
■ 아이는 줄고, 학교는 작아진다
10여 년 전,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 오랜만에 다시 찾은 학교에서 다른 무엇보다 안도감이 앞섭니다. 오늘 따라 학교가 더 작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고작 한 학년에 두 세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내년에는 2018년생이 입학합니다. 2018년은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진 햅니다.
이재희/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유치원 어린이집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지만 향후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영향을 받을 것 같고요."
이재희/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자녀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으로 계속 변하고 있거든요. 당연히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겠죠."
학생들은 사라지고 학교는 작아지고 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떨어진 지난해. 2023년생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2030년의 학교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촬영: 조선기 설태훈
편집: 강정희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김예은
조연출: 김영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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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진 기자 (jin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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