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채로 불태워진 시민방위군의 아버지 ‘절규’
시민의 힘으로 미얀마 군부 쫓아내야”
“아들이 미얀마 군부와 전투 중 죽은 줄로만 알았다. 이렇게 잔인하게 고문당하고 살해당했을 줄은 몰랐다.”
미얀마 시민방위군 포떼의 아버지 A씨는 지난해 11월 아들이 숨진 건 알았지만 산 채로 불타 죽었다는 사실은 3개월 후에야 알게 됐다. 지난달 초 미얀마 인터넷에 확산된 영상을 통해서였다. 영상에는 시민방위군 포떼(사망 당시 23세)와 따타운(사망 당시 22세)이 묶인 채 나무에 매달려 불에 타며 고통스러워하는 동안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미얀마 현지 매체 ‘킷띳미디어’는 두 시민방위군이 친군부 민병대와 군인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전했다.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지 3년차에 접어든 미얀마에선 군부에 저항하다 붙잡힌 시위대나 시민방위군이 산 채로 화형을 당하는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포떼와 따타운의 가족들은 지난 2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아들을 이토록 잔인하게 죽인 군부를 반드시 몰아내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은 아들들이 죽어가는 영상을 차마 끝까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인터넷에 공유된 사진을 먼저 접한 A씨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따타운의 어머니 B씨는 “영상을 본 주변 사람들이 ‘당신 아들이 맞는데 대체 무슨 일이냐’라고 물어와 아들이 고문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된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산 사람을 이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식들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채 장례를 치렀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2021년, 포떼는 고등학생이었고 따타운은 목수 일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후손에게 군부 시대를 물려줄 수 없다”면서 지역 시민방위군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무장투쟁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화시위 중 최루탄에 맞아 다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B씨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아들이 시민혁명군에 참여하겠다는 것을 두 번이나 말렸다”면서 “어린아이가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을 목격하고선 ‘도저히 못 참겠다. 싸우러 가야겠다’며 떠났다”고 했다. 평소 아들이 “우리가 위험을 견디고 싸우면 조카와 후손들은 더 좋은 시대에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자주 말했다고 B씨는 전했다.
가족에게 특히 각별한 아들들이었다. A씨는 “아들이 시민방위군이 되는 바람에 돈을 못 벌어다준다고 늘 미안해했다”며 “무언가 하겠다고 하면 끝까지 해냈던 아들이 이렇게 가버렸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아들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소망했다. 이들은 자식들의 죽음이 미얀마 군부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이 다시 한번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A씨는 “다 함께 싸우면 분명 군부를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들이 속했던 시민방위군이 열심히 군부와 싸우고 있으니 시민들도 군부를 끝내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B씨는 “영상에서 군부의 잔인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면서 “미얀마 국민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한국 시민에게 당부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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