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부동산 PF 부실 위기…올핸 구조조정 제대로 추진해야"
"오피스텔·물류센터·지식산업센터 공급 과잉"
"공사비 급등이 가장 큰 타격"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상당수 PF 대출이 부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총 130조원대의 PF 대출 잔액 중 부실 위험이 있는 규모가 최대 70조원이라고 추산했다.
부동산 PF는 크게 주택 PF와 비주택 PF로 나뉜다. 주택은 주로 아파트 단지이며 비주택은 대형물류센터, 아파트형 공장인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이 대표적이다. 주택 PF가 부실화될 경우 많은 분양계약자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비주택 PF의 경우 현실적으로 정부 지원이 쉽지 않아 부실화 위험이 더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부동산을 담당하는 손정락 연구위원은 지난 4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위험도를 따져보면 비주택 PF가 가장 높고, 지방 주택 PF가 그다음이며 수도권 주택 PF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손 위원은 지난달 발표한 '비주택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비주택 PF가 50조원에 달한다"며 "시장 침체기에 부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손 위원은 "올 한 해는 내내 부동산 PF 관련 부실 문제가 터지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본 PF에 들어간 사업장은 그나마 낫겠지만 땅만 사놓고 이자만 부담하고 있는 브리지론 사업장의 경우 사업성 없고 완공이 힘든 비주택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토지 공매, 빚잔치, 후순위 금융사들의 손실 현실화 같은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 비주택 사업장을 PF 부실 원인으로 꼽는 이유가 무엇인가.
▲비주택 분야에 위험한 자산들이 많다. 특히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 임대 시장이 공급과잉 이슈로 힘들다. 물류센터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주목받았다. 쇼핑센터에 가던 사람들이 쿠팡에서 주문하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물류센터 공급이 엄청나게 늘었다. 쿠팡에서만 매해 30만평 내외로 물류센터를 임차하고 있다. 개발업자들도 일단 지으면 누군가 인수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쿠팡까지 수도권에 어느 정도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나니 비수도권으로 눈을 돌렸다. 수도권 쪽에 물류센터 과잉이 나타난 이유다.
지식산업센터는 신도시의 '자족용지(고용 창출 같은 지역경제 기반을 구축하려는 용지)' 활용 수단이었다. 과거엔 수요가 있었다. 소규모 기업들이 사무실로 쓰려고 임차를 많이 했다. 하지만 수요를 측정할 데이터가 부족했고 공급 조절에 실패했다.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져서 구매 발길이 뚝 끊겼다.
-공급과잉 말고 다른 이유는.
▲물류센터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공사비 비중이 문제다. 사실 물류센터 평당(3.3㎡) 공사비는 아파트의 절반도 안 된다. 공사비 비중을 따지면 아파트보다 훨씬 크다. 아파트는 도심에 짓다 보니 땅값이 비싸다. 전체 사업비가 100이라면 40은 토지비, 40이 공사비, 나머지 20이 금융비다. 반면 물류센터는 50~60 정도가 공사비로 쓰인다. 철근이 많이 들어가서 부담이 더 큰 거다. 작년에 금융당국 주도하에 대주단(대출해 준 금융사가 모여 결성한 단체)이 PF 부실을 막겠다고 협약했을 때, 사실 이자는 거의 감면해줬다. 지금 PF가 어려워진 건 공사비 폭등 탓이다. 물류센터를 지어도 마진이 안 남는다. 이러니 금융사들도 대출을 더 안 해준다.
- 비주택 PF가 50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위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업계에선 비주택 PF의 3분의 1 정도를 '브리지론(착공 전 사업 초기 토지 매입 등에 쓰는 단기 차입금)'으로 본다. 15조~20조원 정도를 브리지론 단계로 추정할 수 있다. 이게 착공으로 연결 안 되면 문제가 터진다. 땅 사는 데 돈이 들어갔는데 '본 PF(인허가 완료·시공사 선정이 되면 토지 담보로 받는 대출)'로 전환이 안 되면 구매 자금이 다 날아간다. 사업자는 부도나고 금융사도 손실을 본다.
경기도 용인이나 광주, 이천 같은 경부선과 중부선 라인처럼 선호 지역을 빼곤 비주택 사업성이 떨어진다. 브리지론 단계에 있는 사업장 중 마진이 안 남고, 완공이 힘든 것들은 대주단이 앞으로 공매 처리할 것이다. 올 한 해 이런 식으로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이뤄질 걸로 본다.
-아파트 같은 주택은 괜찮나.
▲리스크가 큰 순서대로 따지면 '비주택-지방 아파트-수도권 아파트' 순이다. 아파트도 지방은 상황이 안 좋다. 작년에 주택 시장이 반등했지만 수도권 위주였다. 지방 시도는 2022년 말과 미분양 수준이 똑같았다. 대구가 올해까지 물량이 많다 보니 시장이 안 좋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집중했던 대형건설사들의 부실 위험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모(母)기업의 지원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건설사 하나가 무너지면 협력업체들까지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태영건설 이후에 비슷한 규모의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을 선언하면 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것이다.
-정부가 8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푼다고 했다.
▲당장 위기 방지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되려면 분양과 매각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비주택 시장과 지방 주택시장이 안 살아나면 돈만 들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오피스텔 수요를 늘리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업계에서 오피스텔을 가진 다주택자에겐 양도세를 완화하는 정책 같은 게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 PF 파장은 어느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나.
▲올해 부동산 시장 흐름은 '상저하고'로 갈 거다. 하반기에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 부담도 줄고 경기도 나아질 수 있다. 상반기에 이 부실이 얼마나 확산할지가 관건이다. 규모가 작고 자금력이 떨어지는 건설사와 금융사는 구조조정 될 확률이 높다.
그래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는 건설사들의 체력이 좋아졌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보다는 금융사들의 위험이 분산돼 있다. 현재 저축은행 같은 경우 자기 자본 대비 부동산 PF 규모가 2배가 넘는다. 하지만 다른 금융사들은 자기 자본의 1배 이내 정도다. 여러 금융사가 PF 리스크를 나눠 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땐 건설사들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평균 200%가 넘었다. 당시 100대 건설사 중에 40% 정도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신청했었다. 지금은 건설사 부채 비율도 그때의 절반 정도다. 금융사나 건설사의 체력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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