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누구와도 싸우지 않는 담장 밖 종교인 ‘아무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관옥 이현주(사진) 목사는 틀 밖의 기독교인이다.
일부 제도권 교회에서 그를 '얼치기 도사'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현주 목사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발언으로 인해 1991년 목사직을 박탈당한 스승인 고 변 목사에게 제자 이현주는 목사직을 유지하기 보다는 "선생님, 그냥 죽으시라(제명을 받아들이시라)"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고담·저서 이야기 풀어내
무위당 장일순 정신 이은 제자
불교·노장까지 폭 넓은 사유
관옥 이현주(사진) 목사는 틀 밖의 기독교인이다. 불교와 노장, 이슬람, 힌두교까지 아우른 폭 넓은 사유로 파격의 길을 걸어왔다. 책을 쓸때는 주로 ‘이 아무개’라는 필명을 쓴다. 동화작가이자 시인, 에세이 작가, 번역가로도 활동해 온 그가 지금까지 펴낸 책만 100권이 넘는다. 일부 제도권 교회에서 그를 ‘얼치기 도사’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현주 목사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성서의 가르침을 확장하고 쉽게 설명하는 방식은 그의 전매 특허다.
‘이현주와 만난 사람들’은 올해 팔순을 맞은 이현주 목사와 인연을 맺은 28명이 그에 관한 짧은 글을 수록한 책이다. 횡성에서 산골현장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배 목사를 비롯해 목사, 스님, 시인, 기자, 환경운동가, 가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전반부가 이 목사에 대한 회고담이라면, 후반부는 그의 저서를 읽고 쓴 생각들이 나온다. 모양은 다르지만 모두 이현주를 닮아 있는 글들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경청의 지혜가 읽힌다.
이 목사는 무위당 장일순의 제자이기도 하다. 무위당은 그에게 관옥목인(觀玉牧人)이라는 호를 지어줬고, 이 목사는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라는 책을 대담 형식으로 펴냈다. 또 다른 제자 이병철 시인은 “무위당의 정신을 충실히 이어온 이는 관옥 이현주다. 이제 관옥 사형을 통해 스승이 남기신 뜻을 여쭈어보는 길밖에 없는 셈”이라고 했다.
관옥은 누구와도 싸우려 들지 않는다. 가르치려 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 것의 그의 싸움이다.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대라”고 했던 예수처럼 말이다. 그것은 예수와 붓다를 비롯한 수많은 비폭력 선구자들의 길이다.
감리교신학대학장을 역임한 고 변선환 목사도 그의 스승이다.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는 발언으로 인해 1991년 목사직을 박탈당한 스승인 고 변 목사에게 제자 이현주는 목사직을 유지하기 보다는 “선생님, 그냥 죽으시라(제명을 받아들이시라)”라는 조언을 건넸다.
1960년대 초까지 행정구역상 강원도였던 울진 죽변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한 이 목사의 영향력은 동해지방청년회로 미치며 강릉, 삼척, 태백까지 청년회 강의를 나갔다. 설교는 짧았지만, 모든 교인들이 참여해 의미가 남달랐다. 행여 누군가 주보에 불만 섞인 글을 올려도 이 목사는 친절한 답변을 남겼다.
화천 시골교회 목사를 역임한 임락경 목사는 “가는 곳마다 이현주는 거룩한 말씀만 하고, 나는 대충 웃기고만 다녔다. 이현주와 나는 한번도 의견이 다르거나 말다툼한 적이 없다. 둘 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했다”고 했다.
이현주 목사는 마지막 목회를 철원 반석교회에서 시무했다. 얼마 전 충북 충주에 있는 이 목사의 집이 화재로 전소됐다. 이병철 시인이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했더니 “성경 두 권과 빵을 구울 밀가루가 남아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말이 아니라 뜻을 행하라는 그의 신조가 다시금 새겨지는 대목이다. 김진형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원주 무인매장 난동 '문신남' 잡고보니 고교생…경찰, 재물손괴 혐의 입건
- 대학병원 응급실 찾은 70대 환자, 대기 중 심정지 상태 발견… 심폐소생술 했으나 사망
- 원주 18층 아파트 옥상서 애정행각… "출입 금지" 경고문에 사진 '떡하니'
- 설악산 실종 산악회원 2명, 하루 차이로 숨진채 발견
- 경복궁 담벼락 낙서테러범 "안 죄송해, 예술 했을 뿐"
- 도루묵이 사라졌다…따뜻한 바닷물에 어획량 반토막
- ‘경찰도 당했다’ 부고장 사칭 스미싱 문자 주의보
- 성폭행 혐의 전 강원FC 선수 2명 항소심도 중형 구형
- [속보] "LK-99 상온상압 초전도체 근거 전혀 없다"
- 강원 아파트 매매 회전율 최저치 ‘거래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