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르자 각국 보조금 폐지・축소…‘저가' 전기차로 방향 틀까
성장세 주춤한 전기차에 찬물
긴축에 나선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 성장을 견인하던 보조금 제도가 바뀌자, 업계는 정체기에 접어든 시장이 더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의 주된 이유는 중앙 정부의 '돈줄'이 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갑작스레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독일이 대표적이다. 독일 경제부는 이날 “16일까지 신청한 보조금까지만 지급할 것”이라며 “보조금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 애석한 상황이지만 더는 가용 재원이 없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당초 전망보다 1년 일찍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정해진 종료일은 없었고, 재원이 다 떨어질 때까지 운영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독일은 4만 유로(약 5710만원) 이하 전기차에 보조금 4500유로(약 642만원)를 지급했다. 4만~6만5000유로(약 5710만원~9276만원) 전기차에는 3000유로(428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줬다.
앞서 독일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독일 정부가 짠 내년도 예산안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정부가 편성한 코로나19 관련 예산 중 600억 유로(약 85조 6500억원)를 기후변화대책기금으로 전용한 게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이에 독일 정부는 대대적인 지출 축소에 돌입했고 전기차 보조금마저 갑작스레 중단하게 됐다.
프랑스도 전기차 보조금 대상을 축소한 리스트를 지난 15일 발표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 대부분은 유럽연합(EU)에서 생산한 차종이 차지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 차량 중에선 유럽에서 생산하는 코나 전기차는 포함됐지만 국내 생산후 수출하는 니로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보조금을 EU 내에서 생산한 차량에만 몰아주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프랑스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대당 5000~7000유로(약 713만~999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도 내년부터 줄어든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책정한 전기차 평균 보조금은 대당 400만원으로 올 500만원보다 감소했다. 2021년 700만원에서 시작한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100만원씩 줄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와 내연차의 가격 차이 축소와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보조금 단가는 단계적으로 감액하고 충전 기반 확충과 기술 혁신 정도를 평가해 지급하는 인센티브 규모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는 정부가 정한 저공해차 보급 및 급속 충전기 설치 목표 등을 달성한 기업의 전기차에 지급하는 이행 보조금이다.
앞서 중국과 영국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아예 없앴다. 주요국 중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지 않은 곳은 미국 정도다. 미국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980만원)를 지급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보조금 축소에 긴장하고 있다. 성장세가 주춤한 전기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 축소 기조에 맞춰 지방자치단체들도 내년도 예산을 줄이고 있어 지자체가 주던 전기차 보조금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 중국 전기차와 경쟁하는 독일 자동차 기업 사이에선 “보조금 중단으로 미래차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 업계는 당분간 보조금 영향을 덜 받는 저가 소형 전기차 출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를 필두로 저가 소형 전기차 개발 경쟁이 한창인 건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관련이 있다”며 “내년에는 내연차 가격과 비슷한 수준의 소형 전기차 출시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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